불법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 가압류 제한의 문제점

[경제시론] 2003-12-22 | 최성수 최성수: 최근 노동계는 ‘사용자의 과다한 손해배상 · 가압류로 인하여 노사갈등이 표출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법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 가압류의 실질적인 철폐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손해배상?가압류 실적과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책임문제를 규정하고 있는 법질서체계 등을 감안할 때 현실과 괴리된 상황인식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계의 손해배상 · 가압류 통계는 과장되어 있다

실제로 사용자의 손해배상?가압류 행사는 최소한에 그치고 있으며, 노동계의 손해배상 · 가압류 통계는 과장되어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3년 11월 22일 현재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가압류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은 39개사 863억원(동일사업장의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중복 액수 포함)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51개사에서 1,356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가 진행중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불법쟁의의 횟수 및 손실액수를 고려할 때, 사용자의 손해배상 · 가압류는 과소행사되고 있다

또한 2000년부터 2003년 11월말까지 쟁의행위가 있었던 1,112개 사업장 중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가 행사되는 사업장의 비율은 7% 내외이다. 이중 불법쟁의행위가 발생한 249개 사업장(2003년은 추정치)중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가 행사되는 사업장의 비율은 30% 내외이다. 특히 이중 20%는 도중에 취하되며, 실제로 유지되는 손해배상?가압류는 10%에 지나지 않는다. 사용금액을 두고 볼 때도 전체 피해금액의 약 10%만 행사되고 있다. 조합이나 조합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입는 막대한 재산적 피해(단순한 재산상의 손해를 넘어 도산의 위기 또는 대외적 신인도 저하)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불법행위 제도는 재산권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침해되었을 때 피해의 보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오히려 통계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기업 및 국가경제가 부담하는 과다한 경제적 부담에 비하여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재산권보전 행사가 과소이거나 과다 포기되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남용되고 있는 것은 노조의 쟁의권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노사관계에서 남용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합법적인 쟁의행위와 불법적인 쟁의행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300여건의 노사분규가 일어나고 있고, 분규 지속일수가 평균 30일에 다다르고 있다. 그리고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을 볼 때 2002년도에만 하더라도 1조7천억원이 달한다. 노사관계 현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한 노조집행부는 거의 100%에 가까운 파업참여율을 바탕으로 생산성상승율을 상회하는 임금인상, 경영권 및 인사권에 대한 침해 등을 거의 대부분 관철시키고 있다. 즉, 적법한 쟁의권을 행사하여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과도한 요구를 강요하는 쟁의권 남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분규 중 20%가 불법분규에 해당할 정도로 불법의 비율도 높다.
따라서 우리의 노사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손해배상 · 가압류가 아니라, 합법?불법 여부를 떠나 과다한 쟁의권의 남용으로 인하여 기업 및 국가경쟁력이 중대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손해배상 · 가압류에 대한 제한보다는 오히려 쟁의권 남용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불법쟁의에 대한 민사책임 제한은 법원칙을 훼손하고 불법분규를 유발할 뿐이다.

노동계의 주장처럼 쟁의행위 중의 폭력이나, 파괴행위에 대하여만 손해배상청구나 가압류를 가능하게 하면 목적과 절차를 위반한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하여는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며, 또한 쟁의행위에 참여한 개인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하자는 주장 및 직접손해에 한정하자는 주장은 불법행위를 실제로 행한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불법행위의 일반론에 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는 압류금지의 범위를 근로자가 생계유지가 가능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강제집행의 필요성과 채무자의 최소생계유지의 필요성의 양면이 고려되어 가압류 일반과 관련하여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지 쟁의행위와 관련되어서 논의될 사항이 아니다. 그리고 조합비에 대하여 일정부분 책임면제를 하자고 주장하나, 단체가 불법행위를 하여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 그 단체의 재정적 존속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불법행위 책임론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특권적 주장일 뿐이다.
불법쟁의와 전투적인 노동운동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불법쟁의행위에 대하여 90%가 책임추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우리의 노사현실에서 불법쟁의행위를 억제하고 있는 사용자의 유일한 자구책인 손해배상 · 가압류에 대한 제한은 불법행위를 더욱 부추기고 노사관계에서의 준법의식을 약화시켜 법치주의 실현을 요원하게 할 것이다.

※ 본 시론은 「불법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 가압류 제한의 문제점과 법리적 검토」세미나(2003.12.15 전경련회관)에서 발표된 내용중에서 발췌 · 요약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