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전략과 정부·기업의 과제

[경제시론] 2010-01-06 | 전경련 경제본부 노사정책팀 팀장 고용이

  2008년 말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2009년 국내 고용시장이 최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실제로 2008년 1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대비 1만 2,000명 감소했고, 2009년 신규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민생경제 회복 및 고용대란 조기 극복을 위해 사회 각계의 다양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노동계와 경영계, 민간, 정부는 노사민정비상대책회의를 구성하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을 채택(2.23)했다. 노동계는 파업을 자제하고 기업의 경영여건에 따라 임금동결·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하고, 경영계는 부당노동행위 근절과 기존 고용수준을 유지키로 합의한 것이다. 이후 특히 노사민정 합의의 구체적 실천방안의 일환으로, 경제계는 ‘고용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을 발표(2.25)했다. 대졸초임 삭감과 기존 임·직원 임금 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여 신규채용과 인턴채용, 고용안정을 위해 사용키로 결의한 것이다.

경제계 일자리 지키기·나누기와 정부 재정지원 확대로 고용대란 극복
  이에 따라 30대 그룹이 임금조정을 통해 일자리 지키기·나누기에 적극 나서면서 30대 그룹의 2009년 중 신규채용 계획은 연초 계획한 5만 127명보다 1만 3,694명(27.3%) 늘어난 6만 3,821명으로 확대되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불가피하게 신규채용 규모는 전년에 비해 줄었으나 총 근로자는 2008년 88.7만 명에서 2009년 89.9만 명으로 1.4%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하는 가운데, 우리는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해외언론도 주목할 정도로 고용안정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2009년 연간 인턴 채용규모는 1만 3,023명으로 전년대비 85.5%, 연초 계획치 9,996명보다 3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을 확대하면서 고용안정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정부는 2009년 일자리 사업으로 총 16.2조 원을 투입하여 572만 명을 지원했다. 이 중 희망근로 프로젝트, 청년인턴,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을 통한 직접일자리 사업은 목표인원 81만 명 대비 83만 명(102.0%)을 채용했다. 아울러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통하여 총 28만 명의 재직근로자 고용유지 지원정책을 폈다.

2010년도 정부의 주요 고용정책
  정부는 세계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내수가 회복되면서 2010년에 연간 5%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투자 등 민간부문의 경기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는 만큼 후행성 경기지표인 고용상황의 회복은 더욱 늦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0년에도 적극적인 고용창출 정책을 전개할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0년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동시에 민간 고용이 회복될 때까지 희망근로(10만 명), 청년인턴(중소기업 2.5만 명, 공공부문 1.2만 명), 사회서비스 일자리(14만 명) 등 정부의 직접일자리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아울러 의료·교육·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요 전문자격사의 진입장벽을 완화해 내수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 부족 해소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통령 주재 하에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전 분야에 대한 장·단기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의 2010년도 일자리 정책을 살펴보면, 크게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와 단기 일자리 창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시장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근로시간과 임금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개선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일정 기간 동안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법정 주당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정일, 특정주의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임금피크제’ 등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석사학위 강사 등 기간제한이 불합리한 직종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예외를 확대하는 등 비정규직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또 경기회복을 공고히 함으로써 경기활성화와 성장을 통한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되 민간 고용이 회복될 때까지는 희망근로(10만 명), 청년인턴(중소기업 2.5만 명, 공공부문 1.2만 명) 등 직접일자리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노력 시급
  정부의 고용정책 중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정책은 경제계에서도 그동안 건의를 계속해온 중점 개선과제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우리 노동시장은 지나친 경직성 때문에 경영사정이 악화돼도 인력조정이나 임금조정이 어렵고, 배치전환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임금은 생산성과 무관하게 매년 올라가고, 극단적인 경영악화 상황 속에서도 정리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쌍용차의 경우 일부 근로자를 정리해고 하지 못해 기업이 문을 닫을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인력이 필요해도 정규직 신규채용보다는 기존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등 채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인력정책을 펴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경직적인 노동시장 때문에 대다수의 기업과 구직자들은 고통을 받고, 일자리를 갖고 있는 일부 근로자들만 고용안정성과 고임금의 혜택을 누리는 불합리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또한 퇴출이 어렵다보니 새로 일자리를 얻기도 어려워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여성 등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낮아져 국가적으로 인력 운용에 비효율성이 초래되었다.
  2010년도 정부의 정책방향대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제고될 경우, 기업들은 필요시 자유롭게 인력을 채용할 수 있게 되고, 탄력적인 임금·근로시간제 도입으로 기업의 인력활용 효율성이 높아져 생산성과 경쟁력이 제고되어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는 등 전반적인 고용창출 여건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경직적 노동시장으로 인한 기업의 해외이전을 방지하여 일자리 유지에도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는 2009년에 시행했던 각종 직접일자리 창출사업을 2010년에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에는 희망근로나 청년인턴 등 그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제도들도 있다. 이미 한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2010년도 사업 수행 시 재정누수를 없애고 단기 일자리라도 구직자의 고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왜 기업들이 고용하지 않는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 필요
  2010년에도 경제계는 경제 살리기와 고용안정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신사업을 조기에 가시화하고, 투자확대 등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세계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존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며, 신성장동력 사업을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경제계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무엇보다 정부의 고용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채용 주체인 기업들과의 정책적 협력이 필요하다. 어떤 법·제도들이 기업들로 하여금 신규채용을 꺼리게 만드는지, 투자를 위축시키는 제도상의 걸림돌들은 무엇인지 등을 기업과 협력해 면밀히 살피고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각종 법·제도들이 일자리 창출에 끼치는 영향들에 대한 심사와 평가도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개선점을 찾으면 고용위기 극복의 묘책도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go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