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정책 추진방향과 문제점

[경제시론] 2010-04-09 | 전경련 산업본부 미래산업팀 팀장 추광호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202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기로 발표하였고, 이어서 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여 현재 심의 중에 있으며, 그 외에도 탄소세 도입논의, 에너지목표관리제 시범실시, 온실가스의 대기오염물질 규정방안 검토, 배출권거래제 도입 등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추진이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현재 입법예고하여 심의 중에 있는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안)(이하 ‘시행령’)에 대해서는 기업들로부터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계도 예외일 수 없고,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는 이미 충분히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의 시행령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하에 지나치게 많은 규제와 기업의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하에서는 우리와 경쟁하는 주요 개도국들은 물론 선진국보다도 앞선 규제로 인해 세계시장에서 우리 산업계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추구해야 할 과제이기는 하지만, 그 실행방안에 있어서는 우리 기업이 처한 상황과 준비해야 할 과제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녹색성장이 아닌 녹색규제 법령이 될 우려

  현재 정부가 입법예고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은 기본법에서 위임하고 있는 국가 온실가스 관리체계 및 운영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채 서둘러 추진되고 있고 또한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첫째, 관리부처나 관리지표 측면에서 중복규제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시행령은 관리업체를 담당하는 부처를 명시하지 아니하고,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상호 협의하여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일정한 경우에는 국토부나 지자체 등도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관리지표의 경우에도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에너지 이용효율 등 3가지 지표를 모두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럴 경우 기업들은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로부터 중복해서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또한 관리지표의 경우에도 불필요하게 중복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관리업체에 대한 담당부처는 단일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 경우에도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와 여전히 성장이 필요한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정책 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관리지표 역시 한 가지 지표로 통일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나친 자료 요구에 따른 기업 부담과 제출된 자료의 공개원칙에 따른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 문제이다. 시행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일정 기준 이상의 ‘관리업체’1)를 지정하여 국가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관리업체로 지정되면 매년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약, 에너지 효율 등 세 가지 지표에 대한 목표와 이행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다음해에 당해연도의 실적을 검증기관을 통해 검증을 받은 후 명세서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제출된 명세서의 내용은 영업상의 비밀로 간주되지 아니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은 이행계획이나 명세서상에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에너지 사용량뿐만 아니라, 생산공정별·설비별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처리효율 등 지나치게 상세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자료들이 온실가스 감축 관리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자료인지,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이 같은 정보들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나아가 시행령은 이 같은 자료들에 대해 공개를 원칙으로 하면서 영업상의 비밀로 간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을 침해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따라서 관리업체들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에너지 사용량만을 보고토록 하고, 구체적인 자료들은 검증에 필요한 경우 검증기관에 제출토록 하고 정부는 총량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검증기관에 대한 보안책임을 명시하여 검증자료의 유출이나 공개로 인해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이 침해될 경우 검증기관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정책집행의 실효성 및 비용 효율성 측면의 문제이다. 시행령은 시행 첫해인 올해부터 약 600~900여 개의 사업장이 관리업체로 지정되어 온실가스 및 에너지 사용 규제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업장은 기본적인 온실가스 배출 인벤토리조차 구축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로 정책의 집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한 각 사업장들이 현재 시행령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벤토리를 구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리고 공정별 데이터까지 포함된 명세서를 제3의 검증기관이 검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검증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 같은 과제를 수행할 만큼의 검증기관이 갖춰져 있는지도 의문이다. 인벤토리 구축과 검증에 따른 기업의 비용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사업장의 실태를 파악한 후 적용가능한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거나, 일정 기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그 외에도 시행령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조기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 원단위 방식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점, 감축목표 불이행 시의 벌칙은 규정하고 있는 반면,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의 인센티브 규정은 두고 있지 않는 점 등이 그러하다. 이 모든 사항들이 시행령이 녹색성장법이 아니라 녹색규제법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녹색성장정책, 속도조절 필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외에도, 정부의 녹색성장정책과 관련해서는 많은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갖가지 제도들을 추진하고 있고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미처 따라갈 준비를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례로 배출권거래제의 경우 가장 앞서 있는 유럽의 경우에도 거의 10여 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운영과 관련해서는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부분적으로 시범실시하는 단계에 있으며,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주요 개발도상국들은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탄소세 도입논의 역시 비슷한 형국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에는 산업계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표명한 바 있지만, 준비상황이나 도입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성급히 추진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기에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녹색산업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책 차원의 검토가 좀 더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여전히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경제가 일정 궤도에 올라선 선진국들과는 달리 아직도 성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ck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4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