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1/4분기 산업경기, 양극화 현상 지속

[경제시론] 2004-01-13 | 한동률 한동률

반도체, 전자 등 주력업종의 수출호조세 유지로 산업경기 견인 지속
전경련이 주요업종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하여 최근 발표한「2004년 1/4분기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금년도 1/4분기의 전반적인 산업경기는 전년동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산업간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대상 20개 주요업종 중, 1/4분기 종합 산업경기는 반도체, 전자, 조선, 기계, 전기, 제당 등 6개 업종이 전년동기대비 호전될 것으로 나타났고, 자동차, 타이어, 철강, 석유, 석유화학, 화섬, 방직, 제지, 원양어업, 전력 등 10개 업종은 전년동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악화가 예상되는 업종은 공작기계, 건설, 시멘트, 섬유 4개 업종으로 나타나 종합적 산업경기는 전년동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은 반도체, 전자, 기계, 석유화학, 전기, 제당 등 6개 업종이 전년동기대비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나, 반면 건설, 공작기계, 섬유, 시멘트 등 4개 업종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어, 생산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반도체와 전자는 각각 40.8%, 11.4%의 생산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과 섬유는 각각 11.3%와 7.8%의 생산감소가 예상되어 업종별 대조를 보이고 있다.

내수는 반도체, 전자, 기계, 방직 등을 중심으로 전년동기대비 회복이 기대되나, 공작기계, 섬유, 자동차 등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 등으로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반도체와 전자는 각각 11.2%, 8.7%의 증가세가 예상되나, 공작기계, 섬유 등은 극심한 경기부진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각각 33.7%, 11.3%의 감소세가 예상된다.

수출의 경우 2003년 한해 지속되었던 대외 불안요인의 완화, 세계경제 및 IT경기의 완만한 회복, 중국의 고성장, 내수부진 만회를 위한 기업의 수출확대 노력 등에 힘입어 해외시장에서 과잉 생산설비 문제를 겪고 있는 시멘트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보합 내지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와 전자의 경우 각각 42.2%, 27.4%의 수출증가가 예상되어 이들 주력업종이 국내 산업경기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산업은 크게 3가지 당면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계속되는 투자부진에 따라 우리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다소 회복기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산업은 내수와 투자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출증대가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여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투자부진은 결국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IT산업과 전통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간의 산업양극화 현상 또한 우리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하여 극복되어야 할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둘째, 산업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안정한 노사관계와 고비용 구조, 기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등으로 인하여 우리의 기업환경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중국 등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도 이제 제조업 공동화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최근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소위 ‘고용없는 성장’ 현상이다. 이러한 ‘고용없는 성장’이 가시화됨으로써 실업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되고 있으며,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큰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제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감소하고 있고, 기술집약적인 첨단산업의 발달과 성력화(省力化)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일자리 창출의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