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부회장 명예경제학박사학위 수여

[보도자료] 2002-08-30 | 홍보팀 정대순 팀장

손병두 부회장 명예경제학박사학위 수여

(문의)사회본부 홍보팀 정대순 팀장 (3771-0216,hyoseung@fki.or.kr)

명예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에 대한 답사 (2002.8.30)

존경하는 조영식 학원장님, 조정원 총장님, 그리고 여러가지로 부족한 저에게 학위 수여를 결정하신 대학원 신정현 원장님 이하 교수님들께 먼저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저를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김각중 전경련 회장님, 손학규 경기도지사님, 이종유 대만대표부 대사님, 은사이신 이현재 전 총리님과 정병휴 전 총장님을 비롯한 내빈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사학의 명문인 경희대학교가 저에게 이런 과분한 영예를 주신데 대하여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만, 저로 인해 경희대의 명예에 혹시 손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동안 제가 한 일을 과연 이렇게 높게 평가받는 것이 타당한가를 생각할 때 송구스럽고 부담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경희대학교가 저에게 학위 수여를 결정하신 것은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한 많은 경제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깊은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해하면서 다소 마음의 부담감을 덜어봅니다.

저는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대학교를 고학으로 공부하는 동안, 개인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였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는 저 개인을 떠나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그 생각은 결국 제게 있어 평생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ROTC 장교로 임관하여 전방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할 당시 연대장님은 저에게 장기복무를 권유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회에 나가서 군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과 군인복지를 위해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대답을 드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뒤 기업에서 일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의 기업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였고, 미국에 유학을 하면서 미국 경제의 번영의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민간경제연구소들과 전경련에서 일하면서 자유시장경제의 우월성에 대하여 이론적으로도 천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자유시장경제주의자로서 저의 신념을 더욱 굳힐 수 있었습니다.

1988년 9월 IMF총회가 서베를린에서 개최되었을 때, 저는 동베를린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때 제가 받은 느낌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베를린 장벽의 동쪽은 밝고 활기찬 서쪽에 비해 어둠침침하고 활기가 없는 죽음의 도시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로는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없음은 물론 오히려 국민 모두를 가난하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일 년여가 지난 1989년 11월 9일 저녁 7시 동베를린시 공산당 서기장인 귄터 샤보브스키(Gunter Schabowski)가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우연한 실수로 동독인은 이제 아무런 제한없이 서독으로 갈 수 있다고 답한 것이 동서독 장벽을 허물게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저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에서 자본주의의 승리로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는 위대한 상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하느님의 계획이었다고 믿습니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님의 평양 방문 때, 저도 특별수행원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때의 느낌 역시 동베를린 방문 때와 별로 다를 바 없었습니다. 최근 탈북자 사태를 바라보면서 저는 남북의 체제 경쟁에서도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승리와 위대한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한반도에는 아직도 공산주의의 망령이 기승을 부리고,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끊임없는 반격과 도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1997년 말에 발생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도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우리나라가 세계화라는 큰 물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봅니다. 세계화는 국경없는 무한경쟁과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근간으로 시장경제 시스템을 전세계적인 수준에서 이루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우리가 좀 더 일찍 자유시장 경제시스템을 완비하고 대비했더라면 적어도 그런 큰 위기를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화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맞게 규제완화(Deregulation), 민영화(Privatization), 개방화와 자유화(Liberalization) 등의 정책을 통해 정부의 간섭을 가능한 한 줄이고 경제활동을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시장경제시스템의 확고한 정착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은 기존의 제도와 관행에 익숙한 기득권자들의 반대와 저항으로 인해서 그 실천이 어려운 개혁적 수단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의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시작한 지난 5년간의 개혁은 그 추진과정에서 친시장적이기보다는 정부개입을 강화하는 형태로 심하게 왜곡되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노사관계, 공정거래정책, 사회복지정책, 의료 및 교육정책 등에서의 여러 가지 반시장적 정책의 시행과 법치의 실종은 결국 개혁의 성공적인 완수를 발목잡는 장애요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문제는 자본이나 자원이나 기술이나 경영에서의 낙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의 정착과 발전을 이루어 갈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영국병을 치유한 마가렛 대처가 했던 것과 같은 개혁이 필요했습니다. 대처의 개혁은 개혁의 지적 설계자였으며 思考의 長官(Minister of thought)이라고 불리어졌던 키스 조셉(Keith Joseph) 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그는 정책연구센터(Centre for policy studies) 소장으로 있을 때, 부소장으로 하원의원인 마가렛 대처를 임명하여 대처에게 왜 자유시장경제여야 하는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심어주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대처는 집권한 후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전파하고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들 뒤에는 경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Economic Affairs)의 두 명의 유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폰 하이예크(Friedrich Von Hayek)와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이 있었습니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대표적인 이론가인 이들의 이론적 뒷받침은 대처 행정부의 정책의 토대로 든든히 자리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1974년에 프리드리히 폰 하이예크 교수가 스웨덴의 케인즈주의자 군나르 뮈르달(Gunnar Myrdal)과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은 매우 상징성이 큰 사건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그 전까지는 많은 경제학자들과 경제학 교과서가 정부는 현명하고 자애롭다고(wise and benevolent)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대개는 시장의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개입주의적 정부를 옹호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먼저 언급한 두 저명한 경제학자를 필두로 한 소위 자유주의자들과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가 시장실패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차곡차곡 입증하였고, 최근에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시장의 자율이 정부의 개입보다 우월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선진 각국에서는 민영화와 규제개혁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달성할 것인가를 논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최근의 경제위기가 바로 이런 세계적인 급격한 변화와 흐름에 우리가 지각생이 되어버린 데 연유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디지털혁명이라 불리는 정보화, 지식화 사회에서 경제주체인 기업과 개인이 경쟁하는 시장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데, 정부는 여전히 과거의 제도와 규제의 틀을 고집하고 담합적 성격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시스템을 유지해 나가며 행정만능주의적 사고방식을 고수하려 했습니다.

경제위기 이후에도 정부는 시장 자체가 붕괴되었다느니, 시장이 불완전하다느니 하는 논리로 계속 개입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이러한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민간부문과 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 부치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화된 시장에서 그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기업을 돕기보다는 기회주의적 범죄집단으로 추정하여 각종 개입을 무리하게 행하는 상태에서 경제발전은 사실상 연목구어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는 평등주의가 만연하고 반기업 정서도 강한 편입니다. 이러한 평등주의의 만연과 반기업 정서의 확산에는 정부와 좌파 지식인과 일부 시민단체들에 의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오해와 필요 이상의 매도도 일조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기업환경 하에서 경제위기 이후 출범한 현 정부가 공공, 노동, 금융, 기업 등 4대 부문 개혁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영국에서의 개혁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정책을 그 활동의 틀이나 기준으로 삼아 최선을 다해 온 기업 부문 개혁을 우선적으로 가장 혹독하게 추진하고, 기업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취급하여 속죄양이 되게 하였습니다. 저는 기업개혁 과정에서 시장경제원칙이 훼손되지 않고, 기업이 부당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민간경제계의 의견을 관철하고자 노력하였습니.

영국의 대처수상의 개혁 전도사로서 각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150회 이상의 강연을 가졌던 조셉 경의 다음과 같은 말은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사실 모든 것을 세우는데 없어서는 안 될 기초인 민간부문이 지금 공격받고 있습니다...우리는 민간 부문을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들의 용기를 꺾고 있습니다...우리에게는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영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자본주의가 이제껏 만들어진 체제 가운데 가장 나쁘지 않은 제도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외곬으로 결과의 평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가난의 평등화와 일반화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1980년대 초 영국에서 필요로 했던 개혁과 철학이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한국에서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과 철학이 투철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의 철학을 실천해 갈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추구해야 합니다. 정부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두어져야 합니다. 그리하여 기업과 개인의 창의와 사기가 고양되고 이를 토대로 국부가 창출되고 고용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한의 자유를 개인과 기업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정부가 다만 지금까지의 개입과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룰을 수호하는 심판자로서의 역할과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가능케 하는 정책을 조화롭게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길이며 모두가 잘 사는 길이 될 것입니다.

이제 경희대 조정원 총장실과 회의실에 걸려있는 두 액자의 글귀들을 제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저의 말을 끝내고자 합니다. 그 가운데 “평등 즉 불평등(平等卽不平等)”이라는 말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평등을 지향했지만 결국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불평등 즉 평등(不平等卽平等)”이라는 글귀는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인정하고 각자 스스로를 위해서 노력한 결과 모두가 고루 잘 사는 사회를 이루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잘하는 개인이나 기업을 더욱 잘하게 하고 못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빨리 그 일을 그만두고 잘할 수 있는 부문으로 옮겨가게 만드는 시스템은 바로 “불평등 즉 평등”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의 불평등을 인정하는 사회, 소득 격차를 인정하는 사회, 자기가 노력한 만큼 자기 몫을 챙길 수 있는 사회, 개인과 기업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사회, 창의와 경쟁력이 솟아나는 활기찬 사회, 강한 윤리와 도덕심으로 이웃을 배려하는 사회, 이러한 사회가 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 동방의 등불이 되어 세계를 환하게 비추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저는 여러 내빈들을 모신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저의 생의 좌표를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어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시장경제의 전도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의 변함없는 격려와 지도편달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경희대학교와 내빈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오늘을 있게 한 하느님의 은총과 전경련 임직원들의 도움에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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