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투자·고용 계획 및 투자환경 개선과제

[경제시론] 2011-02-18 | 전경련 경제본부 투자조세팀장 진용한

최근 본회가 30대 그룹의 지난해 투자실적 및 올해 투자계획을 집계한 결과, 2009년 72조 1,000억 원을 투자한 30대 그룹은 2010년 연초에는 20.7% 증가한 87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였으나, 실제적으로는 39.9%가 늘어난 100조 8,0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위기극복 노력에 힘입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올해 30대 그룹 투자는 사상 최대규모인 11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금액은 작년 실적 100조 8,000억 원보다 12.2% 증가한 것으로, 글로벌 시장선점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우리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4% 초반대로 전망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세계경제가 회복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기 이전인 올해 시장선점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집행함으로써 향후 글로벌 리더로서 성장하겠다는 전략의 표현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30대 그룹의 투자계획을 부분적으로 살펴보면, 신성장동력 확보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R&D 투자에 26조 3,000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10년의 24.8% 증가에 이어 올해에도 26.6%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30대 그룹은 경기부침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를 연 20% 이상 확대해 꾸준히 신성장동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도 크게 증가하여 30대 그룹의 2010년 신규고용 실적은 연초 계획인 7만 5,000명을 넘어선 10만 7,000명에 달하였으며, 올해 신규고용은 11만 8,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고용의 증가로 총 근로자 수도 증가하였다. 2010년 30대 그룹의 총 근로자 수는 96만 2,000명으로 2009년의 90만 1,000명에 비해 6.7% 늘어났으며, 2011년에는 5.8% 증가한 101만 7,000명으로 총 근로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장산업 확보 및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추진
부문별로 30대 그룹은 올해 신성장산업, 철강, 반도체·디스플레이, 에너지·발전, 운송, 정보통신·관광 등의 분야에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국정운용방향에 발맞추어 OLED에 6조 원, 2차전지와 친환경차에 1조 4,000억 원, 태양광에너지에 9,000억 원 등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분야에 8조 3,000억 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철강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가 4조 3,000억 원의 투자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조강 생산능력을 600만 톤 더 늘리기 위해 향후 3년간 13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는 21조 7,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 LG, 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석유화학과 발전 분야 또한 1조 4,000억 원이 투자될 계획인데 호남석유화학, 현대오일뱅크, 효성 등의 생산설비 증설, GS, 대림산업 등의 발전소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세계 무역량 회복에 힘입어 항공, 해운분야도 4조 3,000억 원의 투자가 추진될 계획인데, 항공에서는 2조 5,000억 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가 추진되고, 해운분야는 선박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통신 산업에서도 SK, KT, LG, CJ가 유·무선 네트워크 등에 5조 5,000억 원을 투자하고, 관광·유통에서는 롯데와 신세계가 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개선, 감세기조 유지 등 투자환경 개선 이어져야
이러한 민간의 공격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기업환경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현 정부 들어 입지규제가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입지규제로 30대 그룹에 속해 있는 12개 기업에서 12조 6,000억 원의 증설투자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소한 수도권 내 기존 공장의 증설만이라도 허용된다면 12개 기업에서만 해도 8,5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공장이전은 지방경제를 살리고 도심재생사업은 도시를 살린다. 도심 내 대형공장은 여러가지 이유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할 수요가 많지만, 규제로 인해 사실상 이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본회가 조사한 이전 희망대상 22개 공장만 이전해도, 8조 4,000억 원이 투자되고, 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8,000억 원을 투자해 영등포 경방 공장을 타임스퀘어로 개발한 결과 근무자는 100명에서 1만 명으로 100배 증가했고, 매출액도 13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늘어났다는 점은 참고할 만한 사례이다.
정부의 감세기조 유지도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고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추진한 법인세, 소득세 등에 대한 감세정책은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지난 경제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주요 경쟁국인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 비해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대만이 25%의 법인세율을 17%로 대폭 낮춘 것처럼, 지금 세계 각국은 외국기업 유치와 자국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감세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도 글로벌 조세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감세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는 노사관계에서 법과 원칙을 준수하며 타임오프를 비롯한 선진 노사제도를 도입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인력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타임오프 한도 준수율이 98.4%에 이르고 노사분규 건수도 대폭 줄었다. 앞으로도 복수노조 연착륙을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을 준수하고, 파견 허용범위 확대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우리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신성장동력 사업 중에서도 최첨단산업의 연구개발에는 세계 최고급 R&D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글로벌 초일류 인재들은 세계 최고의 생활여건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도시들은 도쿄, 런던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낮은 상황이다. 선진국과 경쟁해 초일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R&D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이를 위한 부지의 확보 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jiny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1년 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