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실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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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2005-08-08 |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장 김도훈
FTA가 우리 생활에 성큼 다가왔다.
그동안 정부가 한.칠레 FTA를 체결하고 한.싱가포르 FTA를 타결하는 동안 일반 국민들, 심지어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칠레 FTA 추진 과정에서 일부 농민들이 FTA 체결로 입을 피해에 대한 보상을 더 많이 받아내고자 열심히 시위에 참여하였던 기억만이 날 뿐이다.
과연 FTA가 먼 나라의 일만일까?
머나먼 나라라고 생각되었던 칠레와의 FTA가 체결된 뒤에 칠레로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국내 전자제품 수출업체들은 이제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FTA 체결이 우리 제조업의 수출시장을 확보해 주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 하는 점을 크게 깨달았을 것이다. 이미 전 세계 교역의 절반이 넘는 거래가 FTA를 체결한 나라들끼리 이루어지고 있는 판이니, 여기서 우리만 낙오된다면 국내 수출업체들만 수출시장에서 남들이 물지 않는 관세를 지불하고 남들이 겪지 않는 비관세장벽을 넘어야 하는 불리한 여건을 감수해야 한다.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로 수출되던 타이어가 멕시코 항 하역 일보직전에 일본.멕시코 FTA가 체결되면서 회항해야 했던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ASEAN 등 후발 공업국들에게 우리 제조업 제품의 대부분이 추격을 받고 있는 판이다. 거기에 이들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FTA 체결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그냥 처져 있다가는 그동안 선발 교역국으로서 누려 왔던 시장 선점효과를 머지않아 모두 놓쳐버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무역의존도가 70%에 이르는 우리나라가 다른 경쟁국에 비해 FTA 체결 면에서 뒤처져 버리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 정부의 “동시다발적 FTA 추진” 기치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점은 아직도 우리 수출업체들이 FTA 추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통상협상에 나서는 외교관들은 반드시 자국 기업들에게 이로운 무엇인가를 협상과정에서 얻어가야 한다는 대명제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외교관들은 너무나 외롭다. 스스로가 우리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을 다 분석하고 협상전략을 세워서 협상에 나설 뿐만 아니라 돌아와서는 다시 그 영향을 홍보하는 일도 외교관들의 몫이다. 이들 외교관들이 자기들만이 국익을 지키는 전사가 아니라는 인식을 주려면 우리 기업들도 나서야 한다. 각자가 개척하고 있는 시장의 정보도 정부에 알려 주고 자기 제품의 시장을 확보하려면 어떤 나라와 FTA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내놓아야 한다. FTA의 효과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경제주체들이 시민단체들이나 농민들보다 FTA에 무관심해서야 어떻게 정부가 FTA 통상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는가?
우리 일반 국민들도 부지불식간에 FTA의 영향을 이미 받고 있다. 조금만 이름난 식당에 가면 누구나 주문할 수 있는 칠레산 와인은 우리나라가 칠레와의 FTA를 추진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아직 우리에게는 맛보기 힘든 술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칠레산 와인은 한?일 FTA, 한?ASEAN FTA가 타결되었을 때 값싼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에 비한다면 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우리 국민들이 세계 모든 나라의 제품들을 우리 물건인양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개방적 통상정책을 추진해 온 덕분이다.
앞으로도 우리 경제가 살아갈 길은 개방된 세계경제에 더 선도적으로 참여하고 거기서 오는 이익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모두가, 특히 우리 기업들이 FTA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정부의 FTA 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FTA 추진에 더 이상 늦어지면 우리나라는 이른바 “FTA 후진국”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