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협상 진행 경과 및 향후 과제

[경제시론] 2010-10-13 | 전경련 경제본부 노사정책팀장 고용이

  지난 7월 1일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사용자와의 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의 유지·업무에 대해서는 근로를 면제해주고 해당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되었다.

타임오프 협상 진행 경과
  시행 초기에는 대규모 사업장 노조 중심의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 등으로 인해 제도 정착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세 달 동안 전체 사업장 및 주요 대기업의 타임오프 도입현황과 사법부의 관련 판결 등을 감안하면, 아직 제도 시행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타임오프 제도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연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8월 27일 현재 올 8월 이전 단체협약이 만료된 100인 이상 사업장 1,446개소 중 1,016개소(70.3%)가 타임오프 제도를 적용하기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잠정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타임오프를 적용키로 합의한 사업장의 96.9%(984개소)가 법정고시 한도 이내로 합의하여 대부분의 사업장이 법을 준수했으며, 법정한도를 초과한 사업장은 3.1%(32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업장(28개소)에 대해서는 자율시정 권고, 노동위원회 의결 요청, 단협 시정명령 등을 통해 한도 준수를 적극 지도하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는 기업은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전자,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등 노동시장에 영향력이 큰 주요 대기업 사업장에서도 노사가 솔선수범해서 타임오프 제도를 도입하면서 제도 정착을 선도했다.
  특히 지난 8월 13일, 타임오프 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노사 간 대리전 양상을 띠었던 기아자동차가 타임오프를 도입하고 법정한도를 준수하기로 합의하면서 노동계의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타임오프 제도 도입으로 인해 유급 전임자 수가 204명에서 21명으로 줄었다.

타임오프 제도 연착륙의 원인
  제도 시행 세 달만에 타임오프 제도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 것은 노??정이 모두 힘을 합쳐 타임오프 제도를 우리나라 노사문화 선진화를 위한 시금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아직도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일부가 타임오프 제도 무력화 투쟁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현장 노동조합은 타임오프 제도 도입과 한도 준수에 찬성했다. 이는 국민들이 강성 노동운동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고, 현장 조합원들도 정치투쟁에 매몰된 노동운동에 염증을 느끼는 상황에서 노조전임자들이 제 밥그릇을 챙기겠다고 명분 없는 투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도 지난 세 달 동안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면서 근면위 결정 한도 내에서 면제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타임오프 관련 노사 대리전 양상을 띠었던 기아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의 원칙적인 대응이 시행 초기 단계에서 타임오프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도 타임오프 제도 도입과 한도 준수를 적극 지도하고, 위법기업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천명하면서 타임오프 제도 연착륙을 유도했다.
  아울러 사법부도 노동계가 타임오프 한도 결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청구 각하 등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타임오프제의 효력에 관한 논란을 잠재웠다. 서울 행정법원은 민주노총이 노동부 장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타임오프 한도 고시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타임오프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대해서는 원고 청구 각하 판결을 내렸다.

향후 과제 : 정부와 기업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
  하지만 지난 세 달간의 결과만 보고 타임오프 제도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정착했다고 안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민주노총 등 일부 노동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조법 재개정 운동을 추진하는 한편, G20 정상회의 기간 중에 열리는 국제노조 지도자 회의에서 타임오프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타임오프 무력화 운동의 불씨를 살리려고 하고 있다.
  타임오프 제도는 노조전임자의 임금은 노조가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립하여 비생산적인 강성 노동운동으로 인한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선진 노사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타임오프 제도가 기업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노사문화 선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노동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타임오프 제도를 완전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정부는 이제껏 해 온 것처럼 타임오프 관련 현장지도를 철저히 하고, 위법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현재까지 한도초과로 적발된 사업장에 대한 행정지도 및 사법처리 결과를 상세하게 밝히는 한편,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노사간 이면합의가 있는지를 더욱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편법 지원을 비롯한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에 원칙적으로 대응해서 근면위가 결정한 한도 이내에서 면제시간을 부여하고, 향후 이를 점차 축소하여 노조전임자 임금을 노조가 부담토록 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go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10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