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일자리제한제도로 우리 모두를 가난하게 만든다

[경제시론] 2004-09-01 | 박윤종 박윤종: 현재의 경제난국은 투자부진과 내수위축 때문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경제주체인 생산자기업의 사업의욕과 기가 꺾이고, 소비자가계의 구매욕구가 실종되고 여기에 정부의 정책부재가 설상가상으로 겹쳐 있으니 경제활력이 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성장정책으로 선회하느냐, 아니면 분배정책을 계속하느냐의 토론만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의 2년간 정책노선에서 성장, 수출증대, 매출증가, 이익실현, 경쟁촉진 등의 동태적 단어는 안보이고, 분배?복지증가, 노동권익, 각종 진상규명, 평등?균형 등의 정태적 단어만 보이니, 기업탈출, 실업증가, 소득감소, 소비자제 등은 당연한 귀결이요, 급기야 정부의 세수실적마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기업숫자?매출액?이익?근로자수?월급?소비 등이 모두 줄어드는데 어떻게 세수가 늘어날까? 우량기업 숫자와 국가의 세수마저 감소하면 소득 2만불은 커녕 최소한의 분배복지조차도 달성될 수 없다.

국가는 기업과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며, 대부분 국민은 생산활동 주체인 기업에 근무하여 가계소득을 얻고 소비지출 한다. 국민의 일상적 소비활동 상대방인 유통업자와 자영업자들도 주로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최종판매하는 연관체계가 자본주의 경제의 일반적 모습이다. 결국 한 국가의 세금수입, 재정지출, 개인의 소득 및 가정경제활동 등 국부의 핵심원천은 바로 기업이다. 기업의 평균수명은 자연인보다 짧고 계속 소멸되므로 국민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계속 탄생되어야 한다. 특히 부존자원이 거의 없으면서도, 소비인구마저 고품질제품 제조를 가능케 하는 적정규모 이상이 안 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물건을 만들어 전세계로 수출할 정도의 기업규모는 되어야 품질과 가격의 규모경제효과가 나타나 수익성을 맞출 수 있고 글로벌 기업경쟁에서 생존할 수도 있다.

정부여당과 경제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고 중소기업과 경제적 약자의 사업기회를 보호해주기 위해 강화해야 한다는 분배론 좌파의 주장과, 투자촉진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완화해야 한다는 성장론 우파의 주장이 대립된다. 여기서는 이러한 형이상학적 거시정책론을 떠나 신규기업의 설립과정과 새로운 사업에의 투자절차라는 형이하학적이고 구체적?실무적인 미시개념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대기업출자에 의한 중견기업 설립이 제한되면, 결국 소기업 자금이나 개인 돈으로는 자영업이나 가족기업 창업 수준만 가능하다. 동네 구멍가게나 내수위주의 자영업, 하청 납품하는 소규모기업은 사업가 본인과 주변친지의 자금만 동원해도 설립될 수 있다. 그러나 국경 없는 무한경제전쟁시대에 수출도 할 수 있는 글로벌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생산설비와 높은 기술수준 및 고급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수준의 기업설립을 위해서는 개인자금과 차입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안정적 이익과 풍부한 자금을 창출하고 있는 다수 기존기업의 종자돈 자금이 先投資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익에서 근로소득세와 각종 사회부담금, 법인세, 배당소득원천세와 종합소득세 등으로 합해서 약 50% 정도를 납부한 후 나머지 50% 정도가 지급되어 각 가정의 예금통장에 들어가는 돈은 새로운 기업설립자금이나 신규사업증자자금으로 되돌아 나오기 어렵고,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린다. 잘 나가는 기업의 稅前 이익은 아직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기 전이므로 비교적 큰 돈이며, 각 주주나 개인에게 잘게 잘게 분배되기 이전의 뭉쳐 있는 자금이므로, 쪼개진 개인 돈보다는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하기가 쉽다. 출자총액제한제도란 바로 위험을 무릅쓰고 재투자하기 쉬운 대기업의 목돈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이렇게 묶어 놓으면 새로운 법인과 신규사업이 탄생되지 않는데 어찌 경제가 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며 충분한 월급이 나오겠는가?

증권시장도 나빠서 일단 각 개인의 집으로 귀속된 개인자금이 신규사업이나 법인자금으로 동원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강력한 과다차입금규제가 가동되고 있고 여기에 출자총액제한제도마저 실행된다면, 능력 있는 기업가와 자금을 가진 기업에게 돈을 쌓아놓더라도 더 이상 아무런 신규사업도 벌이지 말라는 뜻이다. 이익이 나는 기존기업이 신규사업을 회사내 사업부서로 시작하는 경우 사업위험, 기술차이, 거래처 확보, 합작 상대방의 기피, 신규인력과 기존직원의 수준차이 등으로 같은 회사내의 신규부서로는 불가능한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여러 법인간 출자로 신설법인을 만들어야 사업위험과 소요자금 모두를 분산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간 출자를 못하게 한다면, 결국 기업의 이익을 개인주주에게 전액 배당하고 근로자 급여로 지급한 후, 개인자격으로 출자하여 법인을 설립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혼자 낚시하는 조각배는 거센 파도를 이겨낼 수 없다. 애초부터 세계기업과 상대할 수 있는 큰 배를 만들어야 한다. 각종 세금을 내고 난 후 집으로 귀속되거나 해외로 나간 돈이 위험 있는 신규사업법인 설립에 쉽게 되돌아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은 새로운 제품이나 신규사업에 재투자할 충분한 이익이나 자금을 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다수 탄탄한 대기업의 제휴?연합, 합작 또는 단독출자로 새로운 모험사업분야에 진출하여, 충분한 자금이 투자된 일정규모이상의 중견기업을 설립하여야, 고급설비와 최신기술을 장착하고 유능한 인력을 모을 수 있다. 다수주주회사가 물건을 납품받거나 미성숙 상태의 제품이라도 연합주주가 사주어야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이루며, 고급제품을 생산하여 수출할 수도 있다. 또한 여기에 채용된 고급인력은 앞으로도 새로운 기업을 계속 탄생시킬 수가 있다. 좋은 기업에 근무하여 고급제품을 만들고 팔아봐야 새로운 회사를 창업할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소기업 창업은 중견?대기업 근무경험을 통해 연속된다. 그러나 들어갈 기업이 부족하여 취업도 못해 본 백수는 결국 자기 혼자 벌이도 못하여 범죄 등 나쁜 길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더욱 강화되면 결국 자기혼자 또는 가족규모의 소규모 자영업만 번창하게 된다.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습성이 있고, 다수인간의 동업이 결국은 깨지거나, LG와 GS와 같이 언젠가는 갈라지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극동에 치우친 반도에서 높은 산으로 타지방과 단절된 집성촌에 살던 한국인은 자기독단으로 하는 일에 더 경쟁력이 있다. OECD수준의 국가중 우리나라만큼 뒷골목과 관광지 음식점, 좌판, 행상, 구멍가게, 포장마차, 룸살롱 등이 많은 나라가 또 있는가? 반면에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의 회계감사 대상기업은 5천만 인구에 겨우 1만개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가 다수연합투자의 합리적 게임에 아직 익숙치 않고, 각 개인의 독자생존에 탁월한 민족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 과점주주 불이익, 경제력집중 억제, 반기업정서, 하향식 평준화정책, 맹목적 평등주의, 과도한 정부규제, 노조우위 등의 사회경제적 제도도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자신의 능력과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투자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누구나 위험투자 실패로 인해 간신히 번 돈을 날리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투자와 위험과 일자리와 이익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조정한다는 것을 믿어도 된다.

※ 박윤종
(안건조세정보 대표이사 공인회계사,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718－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