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미분양 현황과 적체 해소를 위한 정책의 방향성

[경제시론] 2010-05-10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두성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노력이 과감한 재정투자 등에 힘입어 조금씩 결실을 보이고 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발원지이기도 한 미국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도 출구전략의 시기를 저울질할 정도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도 4%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경제전망도 희망적인 낙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의 4.6%에서 5.2%로 무려 0.6%p나 상향 조정하여 발표한 바 있고,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 북)’에서 국내경기를 회복세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시장의 미분양 적체 심화
  문제는 국내 주택시장의 상황이 경기회복에 대한 국내외 장밋빛 전망과 전혀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재고주택 거래 침체 및 신규 분양시장의 미분양 적체가 지속되면서 그야말로 주택시장은 식물인간과 다름없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12만 호에 가까운 미분양 규모는 줄어들 기미가 없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의 비중마저 급증하고 있다. 이제 미분양 문제는 주택시장만의 현안이 아니라 향후 국내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나홀로 증가

  2010년 2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전월대비 2,601호가 줄어든 11만 6,438호에 이르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2009년 10월 이후 증가세에서 올해 1월과 2월 소폭이나마 감소세로 방향을 튼 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2010년 2월 11일 양도세 감면 마감시한을 앞두고 ‘밀어내기 식’ 분양물량의 쏠림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시 증가세로 반전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정책당국의 낙관론과 달리, 미분양 물량의 전체적 규모가 좀처럼 큰 폭으로 감소되지 않는 것은 앞으로의 경기회복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못하는 수요층의 이탈과 각종 금융규제로 인한 제약에 기인하는 바 크다.
  또 다른 미분양 문제의 심각성은 ‘준공 후 미분양’의 급증에 있다. 2010년 2월 전월 대비 3.2% 증가하여 5만 40호에 달한 ‘준공 후 미분양’은 전체 미분양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3%에 이른다. 최근 3년 이내에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이 가장 낮았던 2007년 7월의 14.5%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은 더욱 확연하다. ‘준공 후 미분양’은 미분양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이에 비례하여 급증하는 특성도 우려되는 바가 크다. 준공 전 미분양보다 금융부담의 압박 강도가 크기 때문에 주택건설업체의 재무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성이 높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일부 감소에도 수도권은 오히려 급증

  2010년 2월 들어 미분양 물량은 전국적으로 전월대비 2.2% 감소(-2,601호)하였지만,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전월대비 5.8%(+1,500호) 증가한 2만 7,326호를 기록하고 있다. 2개월 연속 증가세에다 전체 미분양 중 수도권 미분양 비중이 23.5%까지 상승하고 있다. 이는 미분양 주택 10채 중 2채 이상이 수도권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이제 미분양 적체는 ‘제로 청약률’ 기록 등으로 침체일로에 있던 지방의 분양시장에만 국한된 문제가 결코 아닌 것이다. 수도권이나 심지어 서울 시내를 포함한 전국 어디서나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특히 고양시(4,187호), 용인시(7,193호), 김포시(2,118호), 수원시(1,605호), 평택시(1,041호), 파주시(1,079호) 등 수도권 외곽에 있는 지역들이 심각한 편이다. 이 지역들은 금융규제 강화 이후 재고 주택시장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수요도 많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수도권의 미분양 문제는 당분간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규모별로 전체적인 감소세, 그러나 다시 증가세로 반전될 가능성 여전

  전체 미분양 물량의 일부 감소와 함께 규모별로도 평형 구분 없이 전월대비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소형(60㎡ 이하)주택의 감소폭이 14.6%에 달할 정도로 큰 폭이어서 주목을 끈다. 2009년 연말부터 사전분양에 들어간 보금자리주택의 영향으로 2010년 1월 큰 폭의 증가가 있었던 것과 비교할 때, 감소세로 반전된 것은 최근 주택시장에서 소형(60㎡ 이하)에 대한 수요층들의 관심증가가 반영된 탓으로 해석된다. 그 밖에 전월대비 중형(60-85㎡)과 대형(85㎡ 초과)은 각각 3.0%와 0.5%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대형의 경우 2009년 12월 이후로 미분양이 거의 줄어들고 있지 않은 것은 수요층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규모별로는 전반적인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낮은 분양가와 양호한 입지에 공급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과의 경쟁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부문의 소형평형도 다시 미분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택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성
  주로 지방에서 그 심각성이 제기되던 미분양 문제는 2010년에 들어와서 어느새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적 현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미분양 문제의 구조적 특징도 변화하여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주택시장에서의 수급흐름은 더욱 교란되고 있다. 따라서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해법의 마련도 이전과 다른 각도에서 접근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책당국도 이런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듯, 최근 ‘2010년도 주택종합계획’이나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에서 양도세와 취·등록세등 세제혜택을 비롯한 종합적 성격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미분양 매입규모의 확대, 지방 및 중소 건설업체에 대한 배려 강화, 금융지원 강화와 세제혜택의 연장, 기존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국민주택기금 등에서의 융자 지원 등 다양한 해법의 제시는 계획대로 현실화될 경우 가시적 성과도 기대해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DTI 규제완화 등 보다 직접적인 대책이나 방안들이 빠져있고, 환매가격이 분양가 대비 50% 이하인 점 등은 대책의 추진과정에 상당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또한 지방에 대책이 집중되다 보니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 미분양 문제의 해법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있는 점은 앞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미분양의 근본적 해소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기는 힘들다. 주택건설업계의 자구노력도 당연히 병행되어야 한다. 주택시장의 순환하는 성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고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통하여 유입자금이 원활하게 흐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도 정책수립에 있어 빠트릴 수 없는 대목이다.

(skdoo@cerik.re.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5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