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둔감해지는 것이 가장 큰 위기이다.

[경제시론] 2015-07-15 | 전경련 기획본부장 한선옥

지난해 말 정부는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 전분야에 걸친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진단과 함께 ‘2015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세월호 사고와 각종 대외 악재로 지연되었던 노동시장 개혁과 서비스시장 활성화를 빠른 속도로 추진한다는 목표였다. 당시 경제계도 정부 목표에 적극 공감하면서 규제개혁의 차질 없는 이행을 주문했고 창조경제 등 정부 핵심정책에 적극 협력해 왔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 우울한 전망치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년 경제성장률을 3.1%에서 2.8%로 낮춰 잡았고, 일부 민간연구소는 2.6%를 내다보기도 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구조개혁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설상가상 수출 부진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에 수출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1월부터 5월까지 수출단가는 전년 동기대비 10.1% 하락했다. 중국 경제 위축과 증시 불안,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지연, 미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시사 등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대외 악재들이다.

그런데 더 큰 위기는 내부에서부터 발생했다. 소비심리 위축을 타개하려는 각종 노력들이 메르스 사태와 가뭄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협 요인인 가계부채 증가 문제도 해결을 미루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 즉, 노동시장 경직으로 인한 청년취업난까지 더해지면서 위기의 진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위기의 가짓수를 신속히 줄여나가는 것이다. 자칫 경제주체 모두가 위기에 익숙해지고 둔감해져서 해결을 미룬다면 더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보건의료나 교육 등 유망 서비스산업 분야에 일반인의 투자를 허용하고 자격제도 관련 진입장벽을 완화하면 신규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해외 방문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관광업계를 살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환경개선부담금과 교통유발부담금 등을 감면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문화접대비 지출 인정범위 확대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 수준 확대(현행 15%→ 20%) 등도 소비 진작을 위해 서둘러야 한다. 소비패턴이나 생활양식 변화에 맞춘 새로운 내수 활성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여름방학을 단축하고 봄·가을 방학을 신설하여 하계에 집중된 휴가 패턴을 조정하고, 징검다리 연휴기간에 연차휴가를 활용해 국내 관광을 유도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하면서 내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은 전통시장상품권 300억원어치를 구매해 협력·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고, LG는 중소 협력사에 4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기업 임직원들이 국내 농어촌에서 하계휴가를 보내고 농수산물을 구매하도록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런 내수활성화 노력과는 별개로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과 R&D 투자를 통한 신품목 발굴로 수출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정부와 기업들의 이런 노력에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국회가 경제활성화 법안과 추경 예산 처리에 속도를 내준다면 위기 극복의 시기를 한층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부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고비 때마다 경제주체 모두가 협력해서 위기를 극복한 소중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국회, 정부, 기업 그리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경제 재도약에 매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곧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한선옥 (전경련 기획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