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경제시론] 2008-12-17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장재철

2007년 6월 베어스턴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헤지펀드의 손실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10월 미국의 구제금융법안 발효, 실물경제 침체 등이 겹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불안정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위축

특히, 지난 10월에는 금융기관간 ‘신뢰의 위기’와 달러 유동성 부족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한국의 경우도 코스피지수가 10월 24일 928.75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월초의 1,439.67 대비 34.8%나 하락했다. 27일에는 2005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892.16을 기록하며 9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연초 달러당 93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0월 1일 1,187원까지 상승했으며, 10월 28일에는 1,467.8원까지 상승했다. 달러당 1,467원의 환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 6일 이래 최고 수준이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크게 확대되자 한국의 신용위험도가 크게 상승했다. 10월 28일에는 5년만기 외평채 가산금리가 552bp까지 상승했으며, 국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이 571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30일에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외환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약화되며 외평채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은 각각 전일보다 127bp, 170bp나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당일 1,250원으로 전일보다 177원이나 하락하면서 외환시장도 빠른 안정세를 보였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EU와 일본, 영국, 스위스 등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무한대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침체가 반영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하반기에 이미 실질소비의 증가율이 1%대 하락하고, 9월의 신규일자리 수도 11만 2,000개 증가에 그쳐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일자리 창출력이 20만 개를 밑돌고 있다.

유동성 경색과 환율 불안, 점차 진정될 전망

국내의 달러화 및 원화 유동성 경색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점진적인 해소와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로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10월 30일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으며, 2009년 6월말까지 발생하는 은행의 대외채무(총 1,000억 달러 예상)에 대해 3년간 지급보증하고, 은행권에 30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은행채를 공개시장조작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은행권으로의 유동성 공급 채널을 확대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국내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2008년 9월 7.44%까지 상승했던 기업 평균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의 인하는 가계 및 기업들의 채무 부담을 완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와 투자, 부동산 경기의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통화스와프와 2,123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여기에 경상수지가 2008년 4/4분기에 45억 달러 내외의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달러 유동성 경색이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회복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자료를 보면,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미국발 금융악재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확대되었다. 이는 미국, 유럽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상각에 따른 현금유동성 확보와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자금시장 경색은 금리상승을 유발해 가계, 부동산 PF 및 중소기업 대출 등 금융 취약부문의 부실화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2008년 6월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이 660.2조 원인 상황에서 대출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은 가계금융 부실화 및 소비위축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경기의 위축으로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2007년말의 11.6%에서 2008년 6월말에는 14.3%로 상승했다.
이러한 가계부문과 부동산 금융의 부실화가 한국의 총체적인 금융부실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2008년 6월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5%에 불과하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권 LTV(Loan to Value)는 47.9%(2007년)로 미국, 영국 등의 70∼80%에 비해 훨씬 낮다.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의 경우, 일반 및 저축은행 PF 대출규모가 2008년 6월말 현재 60.1조 원으로 이들 금융기관 총대출의 5.3%에 불과하고 유동화 비율도 낮아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환율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함으로써 구매력 약화와 소비위축을 초래한다. 2008년 들어 민간소비증가율은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가 둔화되면서 2%대에 머물고 있다. 환율상승은 특히 내수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2008년 6월말 현재 1,088억 달러에 달하는 민간 기업들의 대외채무 원리금 상환부담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앞에서 전망했듯이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정부의 달러화 공급 확대 등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물가불안 등 내수부문의 제약요인은 완화되고 외채 원리금 상환부담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출 둔화 및 수출의 경제성장기여도가 하락하고 있다. 세계경기에 대한 한국의 수출탄력성은 6.29로 원/달러 환율에 대한 탄력성(0.55)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성장세 약화는 한국의 수출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세계경기는, 선진국은 침체에 빠지지만 개도국 경기는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보여 과거 2001년 세계경기 침체기와 같이 수출이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하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수출 주력부문인 조선, 플랜트 등 수주산업에서 이미 2009년분 수출물량을 확보한 점도 수출급랭을 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금리인하와 재정확대 필요할 때

금융불안이 점차 진정되면서 심각한 경기침체는 모면할 수 있겠지만,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현재 가계부채 및 부동산금융 부실화가 전반적인 금융부실로 이어져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나, 환율과 주가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아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2009년 경제성장률은 3.6%로 잠재성장률(4% 후반)을 크게 하회하고 수출증가율도 2003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인 8.3%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정책의 초점은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와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침체 방지에 두어야 할 것이다. 국제유가의 하향안정과 성장률 저하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히 완화될 전망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기부양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감세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특히 소비여력 확충을 위해 소득세 감세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요확대책을 넘어 공급능력 확충과 근본적인 수요기반 확대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생산성 향상, 기술혁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 공급능력의 확대는 경제난 타개뿐 아니라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확대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1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