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정책 철회 문제점과 그 사회적 비용 - 법인세 증세, 우리 경제의 성장판을 닫는다

[경제시론] 2011-07-15 | 전경련 경제본부 투자조세팀장 진용한

최근 들어 2012년부터 예정되어 있는 법인세 최고세율 20%를 22%로 다시 높이자는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분은 재정건전성 강화와 반값등록금 등 복지재정의 충당을 위해서이다. 심지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부자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부자감세’이고, 감세를 해도 앞으로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 법인세가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감세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기업 투자와 고용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

법인세 증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한결 같은 주장은 지금까지 감세를 해왔지만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현 정부 들어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사상최대로 늘어왔다.
올 초 전경련은 600대 기업과 30대 그룹의 투자실적과 계획을 조사·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600대 기업과 30대 그룹의 2010년 투자실적은 104.5조 원과 100.8조 원에 이르러 사상 최대를 기록하였다. 올해 투자계획도 전년보다 각각 9.7%, 12.2%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 600대 기업의 올해 투자는 114.6조 원, 30대 그룹은 113.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고용도 크게 증가하여 30대 그룹의 2010년 신규고용 실적은 연초 계획인 7만 5,000명을 넘어선 10만 7,000명에 달하였으며, 올해 신규고용은 11만 8,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고용의 증가로 총 근로자수도 증가하였다. 2010년 30대 그룹의 총 근로자수는 96만 2,000명으로 2009년의 90만 1,000명에 비해 6.7% 늘어났으며, 2011년에는 5.8% 증가한 101만 7,000명으로 총 근로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OECD의 통계 데이터를 살펴보아도 우리 기업의 투자확대 노력은 눈부시다. 2009, 2010년 국민계정상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의 2010년 설비투자는 21.3%(명목기준) 증가하여 OECD 국가 중 투자증가율 2~4위를 기록한 에스토니아(14.1%), 미국(13.1%), 영국(11.5%)보다 월등히 높았다. 2009년의 경우 금융위기로 인해 OECD 국가(△19.5%)와 G7 국가(△18.5%)의 설비투자가 20%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지만, 우리나라는 1.2% 감소에 그쳐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투자 감소세를 보였다.
고용의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4월 동일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기업집단을 선정하여 기업집단의 종업원 수 현황을 함께 발표하고 있는데, 2010년 30대 그룹의 종업원 수는 2009년 96만 9,349명에 비해 9만 2,015명이 늘어난 106만 1,364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현 정부 들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획기적으로 늘어왔다는 것은 기업조사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들로도 입증되는 사실이다.

법인세 감세는 부자감세가 아니다

한편, 법인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논리는 최고세율이기 때문이다. 낮은 단계의 세율은 아무런 반대 없이 이미 인하되었다. 이는 낮은 단계의 세율은 중소기업에 적용되고, 최고 단계의 세율은 대기업에 적용된다는 잘못된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 최근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 법인세 과세표준이 2억 원 이상인 법인은 4만 5,574개나 된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하는 중견·대기업 사업체가 2,916개에 불과한 실정인 점을 감안하면 금번 증세 피해의 90% 이상은 중소기업이 받게 된다.
이의 보완책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나누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OECD의 법인세제를 비교해 보면, 한국을 포함해서 누진구조를 가진 국가보다 이윤크기와 관계없이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단일세율체계 국가들이 더 많다. 왜냐하면 법인세는 법인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고, 법인과 관련된 주주, 근로자, 소비자 등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법인세가 전적으로 주주들에게 귀착된다고 해도 개별주주들의 소득수준이나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법인세를 통해서 ‘공평한’ 부담의 원칙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목적을 비교적 정확하게 달성할 수 있는 세목은 개인소득세나 개인소비세뿐이다. 법인세로 삼성전자의 대주주를 무겁게 과세하려고 하면 삼성전자의 개미주주도 똑같이 타격을 받지만 소득세는 소득이 많은 대주주만을 차별해서 무겁게 과세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법인세율을 높이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주요 연구기관에서 이뤄진 수많은 실증연구들은 법인세율을 높이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일관되게 내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본시장의 규모가 작으면서 완전하게 개방된 경제의 경우 이러한 효과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자본의 순유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경쟁국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은 당장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게 할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의 유입과 투자의 확대로 오히려 법인세 베이스가 더 커지게 하여 법인세 수입이 늘어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OECD 국가들은 법인세율을 빠르게 인하해 왔지만 GDP 대비 법인세 수입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
그런데 이런 효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투자확대에 따른 성장의 촉진으로 법인세 이외의 다른 세금들이 훨씬 더 많이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법인세를 당장 좀 더 걷겠다고 세율을 올리면 성장의 둔화와 함께 다른 세금수입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높은 법인세율이 재정건전성을 해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이것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은 주요 경쟁국 대비 높은 수준

한편,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조세경쟁이 심화되면서, 각국은 해외투자 유치 등을 위해 법인세 등 각종 조세를 잇달아 인하하는 추세에 있다. OECD의 평균 법인세율은 1981년 47.5%에서 2010년 26.0%로 낮아졌다. 한국의 최고세율은 22%인 데 비해, 대만은 17%, 싱가포르 17%, 홍콩은 16.5%로 주변 경쟁국은 낮은 수준이다. 조세부담률 또한 한국은 20.7%로 중국 18.3%, 일본 18.0%, 싱가포르 14.2%, 홍콩 14.2%, 대만 13.7%에 비해 높은 편이다. 외국인 투자의 국내 유치 활성화를 위해서도 법인세 부담을 지속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법인세율은 예정대로 인하되어야 한다. 감세가 최근 들어 우리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촉진시켜왔고, 혜택은 전 국민에게 돌아가며, 향후 재정건전성 강화와 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정책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낮아지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리고,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여야 정치권이 합의하여 법인세 감세안을 통과시킬 당시와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

(jiny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1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