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의 의미와 대응과제

[경제시론] 2008-04-14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현오석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 세계 6위와 경제성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 온 무역수지 흑자기조에 비상이 걸렸다.

4년 9개월 만의 무역적자 3개월 지속

지난해 12월 무역수지가 4년 9개월 만에 적자로 반전되면서 세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올 1월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37억 9,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무역적자는 2월에도 계속되어 12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의 1차적인 원인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원유, 석유제품, 가스, 철강제품 등의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 겨울철 난방수요 증가와 고유가로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은 전년대비 각각 77.9%와 41.4%나 늘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도 우리 수출에 걸림돌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주요국의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직접금융 시장에서 자금조달 여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렇게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은 원자재 투기 수요를 확대시킴으로써 가격 강세를 유도해 결국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對주요국 교역환경도 악화

이와 동시에 미국경제가 큰 폭으로 후퇴해 우리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화된 지난해 8월 이후 대미 수출이 심각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전년동기비 0.4% 증가에 그친데 이어 2월에는 9.6%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우리 무역적자의 또 다른 원인으로 대일 무역적자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3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난 1998년 이후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는 2001년 한 해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2006년 254억 달러에 이어 2007년에는 299억에 달했고 올 들어서도 2월까지 5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대일 무역적자액이 30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대일 무역적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 국제수지의 가장 큰 취약점이 바로 대일 무역적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46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반면, 대일 무역적자는 299억 달러에 이르렀다. 대일 무역적자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 교역조건 역시 좋지 않다. 그나마 지난해 18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우리의 전체 무역적자를 상쇄하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이 조차도 그 전해인 2006년에 비해 20억 달러나 줄어든 규모이다. 지난 3월 중순 개최된 제11기 1차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긴축 강화라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선언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와 함께 가공무역 금지 등 각종 제한 조치와 외국기업들에 대한 노조설립 요구 등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경영난 가중과 우리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미국 경기 쇠퇴로 인한 소비 위축은 중국의 대미 수출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중국에 대한 우리의 부품 및 중간재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올 2월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전년동월비 6.5%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특히 대미 수출은 5.3% 감소에 이르렀다.
이렇듯 무역수지 적자와 더불어 서비스수지 역시 해외여행과 유학, 해외 특허권 수요가 지속되면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2007년 서비스수지 적자는 여행수지 적자가 150억 달러를 넘은 탓에 200억 달러를 상회했으며 올해에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설 연휴의 해외 여행객만 하더라도 전년대비 10% 증가한 40만 명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 경우 올해의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원년인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위 ‘747 공약’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내걸고 출범한 새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렇다면 무역적자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사실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에서 우리 정부 및 기업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 기업활력과 제품경쟁력 제고로 헤쳐가야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정부는 최소한 국내금융시장에서의 교란요인을 차단하고 수출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금리 및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우리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보전하고 환율안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수출 대상국인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의 안정적인 시장 확보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발효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 무역역조의 가장 큰 원인인 대일 역조를 줄일 방법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본시장에 존재하는 틈새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농산품 및 식품을 둘러싼 중일 갈등에서 보는 것처럼 품질과 위생에 매우 민감한 곳이 일본시장임을 감안하여 품질과 위생에서 장점을 지닌 우리 농산품과 식품에 적절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마케팅을 결합시킨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간 업무 제휴, 전략적인 홍보 등을 통해 우리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야 한다.
나아가 우리 제품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바로 부품 및 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원천기술 개발과 품질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의 무역적자폭 확대를 상쇄시켜 준 대중 무역흑자를 늘리고 대일 무역적자를 최소화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신정부 들어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한 투자활성화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면 안정적인 무역흑자 유지를 통한 지속성장은 가능할 것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4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