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 도출의 의미와 과제

[경제시론] 2009-03-06 |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최병훈

글로벌 경제위기로 2008년 후반기 이래 경제 및 고용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데 특히 금번 위기는 세계적 규모로 전개되어 외환위기 시의 조속한 회복과는 달리 상당기간 위기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성에 공감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2008년 10월 2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원회’로 약칭)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제안하여 공감대를 형성하였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후 노사정위원장이 아일랜드와의 MOU 체결을 위하여 아일랜드를 방문한 기간중(11.30~12.4)에 함께 방문한 한국노총 위원장, 한국경총 회장, 대한상의 부회장 등과 사회적 합의 추진 필요성에 대하여 교감을 이루었고, 드디어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회 간사회의(12.29)를 통하여 노사정위원회 틀 내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키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금년 1월 22일 한국노총·한국경총 합동 기자회견에서 노사정위원회의 틀을 넘어서서 시민사회단체·종고계까지 포괄하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이하 ‘비상대책회의’로 약칭)’를 구성하고 노사정위원회를 운영지원기구로 할 것을 제안함에 따라 2월 3일 비상대책회의가 발족되었다. 비상대책회의 산하 실무위원회는 2월 4일부터 총 7차례의 회의와 1박 2일의 합숙 워크숍, 그리고 한국노총·한국경총·노사정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의 역할 및 Work Sharing 방안 모색 토론회’(2.10)를 거치면서 제기된 내용들을 토대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 경제주체의 역할을 중심으로 합의문(안)을 조율하였다.
이후 실무위원회에서 쉽게 조율되지 못한 쟁점을 중심으로 각 주체별 부대표급 회의(2.21, 한국노총 사무총장, 한국경총 부회장, 노동부 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기획재정부 차관보, 실무위원회 위원장인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에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하여 임금소득이 감소된 근로자에 대한 세제지원, 법정기준 미만의 휴업수당을 받은 휴업근로자에 대한 지원, 물가안정 등 공공부문에서의 지원, 영세자영업자·임시일용직·실업기간만료자 등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취업지원패키지 사업 확대 및 제도화 방안, 비정규직근로자 고용안정 지원, 영세자영업자가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별도 실업급여제도 추진, 기초생활수급자를 국민연금 당연 가입자로 제도화, 위기가구 대졸 미취업자에 대한 대출 원리금의 한시적 상환유예 등의 교육지원대책과 같은 8가지 주요 쟁점에 대하여 합의하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남은 쟁점, 즉 노동계의 임금삭감 문제, 대기업의 사내하청업체 및 협력업체 지원, 실업급여 확대 등에 대하여 대표자급회의(2.22)를 통하여 최종 조율하였으며, 2월 23일 제2차 비상대책회의에서 ‘임금삭감’이 ‘임금절감’으로 표현이 수정되면서 최종 합의문이 만들어졌다.

위기극복에 필요한 경제주체별 역할 정리와 더불어 이행의지 담아

이번 합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우선, 정부가 주도하지 않고 노사가 주도하였다는 데 특징이 있다. 노사가 당면한 많은 현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제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추어 일자리 나누기 내지 유지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서로 양보함으로써 합의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임금동결·반납 또는 절감노력을 하고 경영계는 기존 고용수준을 유지함과 동시에 교대제 개편, 근로시간 단축, 인력재배치, 교육훈련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유지를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둘째, 노사정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및 사회원로들이 함께 합의를 도출한 점이다. 이들은 합의문 도출을 위한 논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스스로의 역할로 일자리 나누기, 우수기업 우선구매운동, 국회와 정부에 대한 이행 촉구 등을 결의하고, 합의내용의 국민적 확산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 즉 기존의 노사정 타협과는 또 다른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셋째, 현재의 위기는 세계적 위기인데,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우리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동시에,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도를 높게 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넷째, 이번 합의에는 청년층 실업 해소, 미래 성장투자 등 위기극복 이후의 지속발전을 위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향후 선진강국으로 우리나라의 발전기반을 마련하였다.
끝으로, 합의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위기극복에 꼭 필요한 각 경제주체별 역할을 정리한 것이고 나아가 이를 이행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어 실질적이다. 물론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고 사회의 각계각층을 골고루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할 수 있겠지만, 민주노총의 경우 비상대책회가 그 구성단계에서부터 여러 차례 참여를 촉구하였으나 내부적인 사정으로 참여를 결정하지 못한 측면과 우리 사회의 모든 계층을 다 포괄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한다. 특히 위기국면에서 오뚜기처럼 일어났던 우리 국민의 저력을 생각할 때 이번 노사민정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가장 먼저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을 수 있는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합의한 사항이 성실하게 이행되고 미래를 향한 신뢰와 협력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세계경제를 이끌 선진강국으로 거듭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비상대책회의 실무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합의문 도출에 정성을 기울여주신 비상대책회의 위원님들, 실무위원회 위원님들, 그리고 많은 회의를 뒷바라지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9년 3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