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제 조기 도입 과제

[경제시론] 2007-09-06 | 전경련 산업본부 산업기반팀장 임찬석

서머타임제가 세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유수 신문과 방송에서 관심을 갖고 이 주제를 꾸준히 다루고 있으며, 여론수렴을 위한 토론의 장 또한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전경련은 정부에 서머타임제의 조속한 도입을 수차례 건의하고, 지난 6월에는 심포지엄을 열어 서머타임제를 공론화하는 불씨를 지폈다. 정부도 경제계와 시민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8월과 9월 두 달간에 걸쳐 집중적인 여론수렴 등을 통해 공론화한 후, 서머타임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머타임제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처한 위치와 입장에 따라 찬성과 반대의 이유가 다양하다. 다소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신체리듬을 파괴하고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발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2조 원 넘는 경기진작 효과 기대

서머타임제를 실시할 경우 상당한 이득이 예상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가정용 조명기구나 상업용 냉방기구 등의 사용이 줄어들어 에너지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4월에서 9월까지 6개월 동안 서머타임을 시행할 경우 전체 전력소비량의 약 0.3%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낮 시간이 길어지면 여가활동이 늘고 이와 관련된 산업, 예컨대 관광, 레저·스포츠, 소매업 등과 같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이미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과 시간대를 조화시킴으로써 교역활동이나 국제교류를 진작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시곗바늘을 1시간 앞당길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1조 2,900억 원, 소비유발효과가 8,6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득수준에 걸맞은 삶의 질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 수 있다. 낮 시간이 길어지면 가족, 동료와의 여가활동, 자기개발 등과 같이 보다 풍요로운 삶을 창조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더하여 향락성 소비와 야간범죄가 감소하고 교통사고도 줄어든다는 것은 이미 선진국의 사례에서 검증된 바가 있다.
반면,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신체리듬이 깨질 수 있으며, 지금도 OECD 국가 중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긴데 서머타임을 실시하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 일년에 두 번 시간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너무 불편하고 항공시간 스케줄 조정 등 시간조정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 등이 서머타임제를 반대하는 주요 논거가 되고 있다. 여가활동이 활발해지고 관련산업이 활성화되면 오히려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찬반 양론으로 서머타임제 실시에 대한 결정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서머타임제를 실시하는 외국 사례를 보면 그 효과를 완벽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도 서머타임제 도입의 필요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전세계 87개국의 서머타임제 도입배경 이해해야

말하자면 전세계적으로 87개국에서 서머타임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머타임제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왜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리적으로 서머타임제 실시효과가 별로 없는 나라를 제외하고는 선진국 대부분이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년에 두 번 시간을 맞추는 것이 불편하기는 그 나라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신체리듬이 깨지고, 노동시간이 연장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과 문제점은 있지만 그 이상의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장점과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 불편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화석연료와 같은 주종 에너지원의 급속한 고갈로 짧은 기간 안에 경제성 있는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자원민족주의가 팽배해 있고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시대에 에너지부존이 빈곤한 국가들로서는 에너지 절약은 절실한 과제다. 지구환경 보전과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적 추세가 되어 가는 상황에서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절대적으로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서머타임제는 실질적인 에너지절감 효과와는 별개로 에너지절감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매우 필요한 제도이다.
서머타임제가 관련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측면을 뛰어 넘는 효과가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머타임제를 도입하면 삶의 패턴을 ‘일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여가시간이 주어짐으로써 문화예술, 스포츠, 취미 등 창조적 활동과 자아실현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증대된 니즈를 충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유롭고 풍요로운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관문이 바로 서머타임제라고 본다.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아이슬란드 3개국이다. 멕시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같이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OECD 국가도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북극 가까이에 있어 서머타임제를 실시해도 별 효과가 없어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 공동 실시해야 더 큰 효과 거둬

더욱이 일본은 최근 들어 서머타임제 도입을 정부차원에서 본격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경단련은 전경련과 공동으로 한일 양국에 서머타임제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고, 지속적으로 일본 자민당 등 정책당국에 서머타임제의 도입을 건의했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올해 ‘경제재정운용계획 및 구조개혁에 관한 기본방침’에서 서머타임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발표했다. 호쿠요(北洋)은행,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많은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서머타임제 시범 실시에 동참하고 있으며, 일본 금속노조도 서머타임제 도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일본은 서머타임제 도입 분위기가 크게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일본과 같은 표준시를 쓰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과 함께 서머타임제를 실시할 경우, 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은 분명하다. 관광만 하더라도 양국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일본 관광객이 10∼15% 늘어 연간 400억 원 이상의 항공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머타임제 실시를 위한 국민적 결단 필요

해는 4월 중순에서 8월 하순 동안 오전 5시에서 6시 사이에 뜬다. 이에 비해 국민들의 평일 기상시간은 오전 6시 50분 전후이다. 해가 떠있는 동안에도 국민들은 상당 시간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의 장점을 차치하고라도 아침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은 것이 아닐까.
모처럼 불붙은 서머타임제 도입 논의가 논의로만 그치지 않고 이 제도가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하겠다. 숲만 보기보다 큰 산을 보고 결단을 내릴 때다.

(lcsldk@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