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은 강제보다 기업의 자율실천방식으로 전환해야

[경제시론]
2004-07-14 | 양금승 양금승

    ‘97년 IMF 이후 기업들의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투명경영이 당면 국가과제로 설정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기업구조조정을 위한 5+3원칙」에 입각하여 관련제도들을 지속적으로 도입하여 왔으며, 기업들도 이에 호응하여 투명경영을 실천하여 왔다.
    그 결과, 지배구조 및 투명경영 관련제도 자체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평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평균 82점으로 벤치마크 대상인 미국수준(평균 89점)에 거의 도달하고 있다. 특히 한국 상장법인의 기업지배구조는 금년 6월, 한국기업지배구조지원센타가 조사한 자료에서 나타났듯이 지속적으로 개선(‘01년 17점→’03년 37.95점→‘04년 39.33점, 자산 2조원 이상은 54.99점)되어 그간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경영투명성 제고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본회가 금년 4월간, 주요 상장기업(본회 회원사중 120개 상장법인 대상)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IMF이후 사외이사제도, 감사위원회제도, 연결재무제표, 내부회계관리제도, 공개경영제도 등 투명경영 제고 목적으로 도입된 각종 제도의 도입?운영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사외이사의 경우 응답업체당 3.7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여(이사총수 8.0명의 46.2%), 전체 상장법인(675개사) 1사당 사외이사수 2.2명 보다 높았으며, 응답업체의 62.7%가 감사위원회를 설치?운영하여 12월 결산 상장법인(570개사)의 감사위원회 설치비율 18.2%(‘04. 4 현재)와 비교할 때 3배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대기업들이 사외이사수와 감사위원회의 설치 등 투명경영 제고시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업체의 88.9%가 연결재무제표를 도입하고, 41.2%는 결합재무제표도 동시에 작성하며,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관련 전담부서가 있는 기업은 응답업체의 51.9%로 조사되었다. 기업들은 공정공시제도, IR제도, 경영정보의 사내공개 등 공개경영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는데, 공정공시제도의 경우 수시공시(92.5%)와 경영실적 관련사업보고 공시(7.5%)를 통해 연평균 52회 공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업체의 22.2%가 자율적으로 윤리경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등 ‘투명경영실천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IMF 이후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경영을 위해 도입된 제도는 우리기업의 실상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실제 운영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우선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Pool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일정비율이상(증권거래법상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총이사수의 과반수)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되어 있어 일선기업에서는 적격후보자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고, 확보된 사외이사들도 업무수행상 한계와 이사회안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본회 조사결과에서도 기업들은 ‘적격후보자 물색곤란(42.9%)’ ‘법정선임 의무비율 준수(16.7%)’를 사외이사의 선임상 어려움으로 호소하였으며, 사외이사제도 운영상 애로로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부족(25.6%)’과‘경영에 대한 이해부족(23.1%)’이 절반이상을 차지하였다.
    따라서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해 획일적으로 사외이사 확보를 강제하는 것은 비전문가에 의한 의사결정상의 여러 문제가 발생하므로 기업경영을 적절히 감시·견제수준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야 하며, 기업경영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외이사의 확보체계가 구축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증권회사의 경우 기존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의 기능이 중복되어 업무영역이 모호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제도의 통합도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본회조사 결과, 집중투표제는 응답업체의 7.7%(2.4% 도입계획), 서면 투표제는 24.1%(12.8% 도입계획), 전자투표제는 향후 11.4%가 채택하겠다고 하여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정부가 도입을 검토중에 있는 집중투표제나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에 대한 기업들의 호응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실정이다.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는 특정이익집단에 의해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저해하고 회사의 영업비밀 등의 악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재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한 이사후보 추천 등 집중투표제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집중투표제 도입여부는 현행처럼 기업의 자율 판단에 맡겨야 한다. 또한 서면투표제와 전자투표제는 주주총회의 시간 절약 차원에서 필요하나, 본인 확인과 집계상 애로 등 제약이 있으므로 제도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에 대해 ‘제도의 실효성 미미(34.0%)’, ‘여타 내부통제기구와 기능 중복(32.0%)’, ‘형식적 운영(18.0%)’, ‘관련부처의 구체적 가이드 라인 미흡(14.0%)’ 順으로 문제점이 지적되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외감법상 대다수의 기업들에게 강제하기보다는 기업 자율적인 운영을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