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계적·종합적 협상전략 수립·대응해야

[경제시론] 2006-05-19 | FTA 팀 김용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6월 초부터 본격화된다. 양국은 지난 3월과 4월에 두 차례 사전 준비협의를 갖고 향후 협상일정, 협상분과 구성방안 등 절차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하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공식협상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한미 FTA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 우려되는 바가 크다.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FTA는 우리의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의 피해가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WTO 체제 아래에서 이들 분야에 대한 다자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FTA가 아니더라도 농산물과 서비스 시장 개방은 시간 문제라 할 수 있다.

세계 10위권 무역국인 우리나라가 개방을 하지 않고 성장하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개방을 전제로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시장 점유율 하락 반전 기회

미국은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이자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므로, 한미 FTA가 체결되면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413억 달러, 대미 수입은 306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14.5%, 수입액의 11.7%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대미 교역비중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의 대미 교역비중은 20.1%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해에는 13.2%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의 시장점유율은 ’95년 3.2%에서 2005년 2.6%로 하락하였다.

한미 FTA는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점유율 하락을 반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2004 발효), 멕시코(1994 발효)의 경우에는 미국과의 FTA를 계기로 수출이 크게 확대되었다. 칠레는 미국과 FTA 발효를 계기로 대미수출이 2년 만에 약 2배(2003년 37억 달러→2005년 67억 달러) 가량 늘어났고,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 후 10년간 대미수출이 3배 이상 증가(1993년 430억 달러→2003년 1,468억 달러)하였다.

관세율이 높은 섬유, 의류업종 수출증대 효과 커

우리의 경우 한미 FTA가 체결되면 관세율이 높은 섬유 및 의류업종의 수출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총 1,493개 섬유,의료품목 중에서 1,031개 품목에 대해 5% 이상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 중 546개 품목에 대해서는 10%가 넘는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섬유쿼터제도가 폐지되어 중국, 인도 등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가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 줄 것이다.

철강은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철폐로 인한 직접적인 수출증대 효과는 없겠지만, FTA로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측의 수입제한 조치가 완화될 경우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판재류, 강관 등 주력 수출품목들이 반덤핑 등 규제를 받고 있어 업계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승용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2.5%로 높지는 않으나,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매우 경쟁적임을 감안할 때 관세가 없어지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도움을 줄 것이다.

전자산업은 가정용 전열기기, 무선원격조절기기 등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품목의 수출증대가 전망되며, 고관세 제품인 고무, 신발 및 가죽 제품 등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공산품 관세율이 우리보다 낮아 대미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으나,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무역 전환, 수입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등의 효과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90% 가량이 중간재와 시설재임을 감안할 때, 관세인하로 이들 제품의 수입가격이 인하되면 생산비용이 낮아져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 제고로 나타날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중국 등 동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미국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시장을 겨냥하는 미국기업들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03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의 경우 미국기업의 직접투자가 2002년 5억 3,000만 달러에서 2004년 66억 달러로 늘어났다.

제도, 시스템 선진화로 생산성 향상 기대

수출과 투자증대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미국과의 FTA가 가져올 또 다른 혜택은 각종 규제, 불합리한 제도와 시스템 등 우리 경제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자유도와 효율성, 투명성 등에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는 미국과의 FTA는 국내 제도와 시스템을 선진화할 것이며, 이는 우리 기업의 생산성 증대로 연결될 것이다.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고려사항

한미 FTA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다음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섬유, 의류, 신발 등 미국의 고관세 품목에 대해서는 조기에 관세가 철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FTA로 상품이 무관세화 되어 특례 원산지 규정 등을 통해 산업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품목별로 전략적인 원산지 인정기준을 마련하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경쟁력이 취약해 피해가 우려되는 부문에 대해서는 가급적 개방시기를 늦춰 최대한 시간을 버는 한편,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개방전략을 수립하여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역조정지원법 하위법령 제정 등 개방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과 근로자를 지원하는 산업피해구제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하여 해당 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셋째, 미국의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는 우리 기업이 미국시장에서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의 하나이므로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하여 적극 대처하는 것이 요청된다. 무역분쟁 사전해결 절차 마련 등 양국간 협의채널이 구축되면 미국 측의 무역제소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넷째, 한미 FTA 협상은 대외교역의 다변화와 경제선진화에 목적이 있는 만큼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협상진행 및 국회 비준과정에서 일부 이해집단의 반발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FTA는 무역창출, 생산증대, 통상분쟁 해소 등의 효과를 가져오고,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미 FTA를 경제선진국으로 가는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