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농업협상 이후를 대비해야 할 때

[경제시론] 2003-10-06 | 엄치성 엄치성

지난 9월 중순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기간에 멕시코의 칸쿤에서는 WTO 각료회의가 개최되었다. 물론 각료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지 못한 표면적인 이유는 소위 말하는 싱가폴 이슈에 대한 개도국들의 반대 때문이기는 하지만 농업개방 협상도 이번 각료회의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94년 우루과이 협상에서 1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받은 우리나라는 당장 내년부터 쌀 개방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이에 대비해서 어떠한 전략과 방침을 정하였을까?

칸쿤의 교훈
불행히도 우리 정부는 WTO와 같은 다자간 협상이나 칠레와의 FTA 추진 등 양자간 협상에서나 농산물 시장의 개방 최소화에만 목적을 두고 그 이후를 대비하는 데에는 그 동안 소홀히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97년 IMF외환위기로 인해 1인당 GDP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던 우리나라는 GDP 기준 세계 제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경제성장에 수출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GATT 체제하에서의 시장개방화 추세가 이러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다자간이나 양자간 협상에서 항상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농산물 시장을 하루라도 빨리 개방해서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농산물 시장에서 개도국 지위도 유지하고 또한 조금이라도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덜 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의 협상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협상노력을 기울여 나감과 동시에 협상 이후의 우리나라 농업에 대한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협상에 모든 전력을 집중해 왔고 협상 이후의 대비책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농업대비책 서둘러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 토끼도 잡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농산물 협상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업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협상전략을 펼쳐 나감과 아울러 협상 이후의 대비책도 동시에 마련하여야 한다. 국민소득 2만 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의 증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농업시장 개방화는 불가피하다. 개방화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상전략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협상 이후를 대비한 전략의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 단기적인 땜질 처방식의 대응방안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국민과 정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농업기반을 유지해 나갈 구체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여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