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마무리 과제

[경제시론] 2007-08-10 | 전경련 산업본부 글로벌경영팀장 김용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지난 6월말 타결되어 최종 합의문에 대한 양국 통상장관의 공식 서명이 이루어졌다. 이로써 지난해 2월부터 진행돼 온 양국 정부간 협상은 모두 마친 셈이다.

기본틀 지켜진 한미 FTA 추가협상

추가협상 결과는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만은 아니며, 한미간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우리측 요구사항이 적절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환경 분야에서 특별 분쟁해결절차 대신 일반 분쟁해결절차를 적용키로 하는 등 미국측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되었지만, 정부간 협의 선행 등 일반 분쟁절차의 남용 제한, 의약품 시판허가와 특허연계 의무 이행기간의 18개월 유예,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 약속 등은 우리측이 얻은 성과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 만료 시한 이전에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법적 효력에 대한 시비를 없애면서 자동차, 개성공단, 쌀 등 민감한 분야에 대한 미국측의 재협상 요구를 차단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촉박한 시한과 미 의회의 동의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제한적 여건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한미 FTA는 연간 GDP 규모 약 14조 달러 시장이 우리 경제의 활동무대로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FTA 체결은 우리 경제의 외형적 지평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이며, 대외신인도 제고, 교역 증대, 경제시스템의 선진화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산업계는 한미 FTA 협상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지난 4월 한미 FTA 협상 타결 직후 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협상결과에 대하여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83.7%를 차지한 반면,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은 16.3%에 불과했다. 또한 대다수 기업들은 한미 FTA가 수출(97.6%)과 국내경제 전반(88.4%)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였으며, 국회비준 시기와 관련해서는 80.3%가 금년내 비준을 희망하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에 대해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이 미국이라는 거대시장에서 경쟁국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는 한미 FTA는 한국이 일본, 대만,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미국시장뿐만 아니라 멕시코, 캐나다 등에 대한 접근이 유리하게 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며, 한국이 외국인 투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미간 전략적인 관계 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한국 신용등급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양국 정부간 협상이 종결됨에 따라 이제 국회비준 동의 절차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우리 정부는 정식 서명된 협정문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국무회의와 대통령의 비준을 거쳐 공포된다.
미국도 비슷한 절차를 거친다. 미국 행정부가 한미 FTA 이행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상하원이 합쳐 90일 동안 심의한 뒤 표결을 하게 된다. 세부내용을 보면 이행법률안 제출시점을 기준으로 하원 세입위원회 심의는 45일 이내에, 하원 본회의 표결은 60일 이내에, 상원 재무위원회 심의는 75일 이내에, 상원 본회의 표결은 90일 이내에 각각 마무리되어야 한다. 한미 FTA가 양국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발효되는 것은 아니며, 양국이 국내절차 종료를 서면 통보한 후 60일 이후 또는 양국이 별도로 합의한 날짜에 발효된다.

가을 정기국회 비준 바람직

하지만 향후 양국 모두 국회비준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등 정치권 상황이 여의치 않고, 한미 FTA에 대한 반대여론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 측 또한 민주당이 미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미 행정부가 초당적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의 경우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비준절차를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금년말 대선 이후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비준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이 끝난 후 비준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이때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정국으로 들어간다는 부담이 있다.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비준절차를 끝내면 민주당 지배하의 미 의회에 조속한 비준을 압박할 수 있게 되고, 추가협상에 대한 논란을 차단하는 유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한미 FTA가 비준 지연으로 발효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양국 모두에 손해가 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특히, 한미 FTA는 미 의회가 대통령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 시한 내에 체결된 마지막 FTA이고, 당분간 미국이 다른 나라와 FTA 추진에 바로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시장에 대한 선점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준이 지연되면 우리 기업들은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에서 주요 경쟁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게 될 것이고, 이미 NAFTA를 체결하고 있는 멕시코, 캐나다 등과는 불리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한미 FTA는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한미관계를 공고히 하는 우리의 생존전략이라는 점에서, 국회는 정파간 이해관계를 떠나 국익우선 차원에서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선, 총선 등 정치적 일정에 좌우되어 비준이 미루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FTA 효과 극대화 위해 힘 모아야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은 유럽연합(EU), 중국 등과의 FTA 협상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높여준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한미 FTA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한미 FTA가 주는 기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하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제도 선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경제주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국내 취약산업에 대한 보완대책을 강구하는 동시에 경제시스템의 선진화와 투명화를 통해 자유롭고 활력 있는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야 하며, 산업계는 기술 및 경영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yok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8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