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노믹스의 정책기조와 대응방향

[경제시론]
2008-12-17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유병규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변화를 주창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흑인 대통령의 등장은 1776년 독립선언 이후 232년 만에 발생한 미국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정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1863년에 노예해방을 선포한 이후 참정권을 인정받은 흑인이 145년 만에 국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것은 소수 인종이 미국 정치의 주류로 진입했음을 뜻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대대적인 변화의 물결이 밀려올 것이라는 예측들이 무성하다.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에서 이긴 것은 무엇보다 경기침체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미국 유권자들의 경제적 변화 욕구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철학과 정책을 지칭하는 ‘오바마노믹스’는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이전 공화당 정부와는 차별화된다. 오바마노믹스의 경제철학은 새로운 시대에 미국인들의 꿈을 재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케인즈주의적 경제이념에 토대를 둔 것으로 알려진다. 케인즈주의적이라 함은 자유시장경제를 기본으로 정부개입을 확대하여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30년대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1960년대초 케네디의 뉴프론티어 정책의 맥을 잇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네 분야

    현재까지 당선자 측과 언론 등에서 제기한 경제정책 등을 토대로 하여 볼 때 오바마노믹스가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분야는 크게 네 분야로 나누어진다.

    경기 활성화 정책
    첫째는 당면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활성화 정책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현재 미국경제를 주택시장 침체, 금융산업 붕괴, 18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한 실업률 등으로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결국 오바마노믹스는 무엇보다 “경제위기 해결에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절박한 자세로 경제위기 극복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오바마노믹스의 주요 정책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중산층 및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 조치 연기이고, 둘째는 학교·도로·교량 등 사회간접자본의 보수 및 재건, 셋째는 풍력·태양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과 연비개선 차량 생산 등 그린에너지 촉진이다. 앞으로 2년간 사회간접자본과 대체에너지 투자를 통해 2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오바마노믹스의 경기 활성화 복안이다.
    미국의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은 한국경제 회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대외무역 정책
    오바마노믹스가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두 번째 주요한 정책방향은 대외무역 정책이다. 대외경제 정책의 핵심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병존’이라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보호무역주의에 더 역점을 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회생뿐만 아니라 자국의 환경과 노동자 보호를 통해 미국경제를 되살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한미 FTA 재협상과 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며 보호주의 정책을 쓸 것을 역설한 바 있다.
    특히, 오바마노믹스는 ‘공정무역’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불공정한’ 자유 무역의 결과 미국 실물경제가 경쟁력을 잃게 되었으며, 그 결과 미국 노동자와 서민층이 대량실업을 겪게 된 것으로 오바마 당선자는 인식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교역 당사국들 모두가 ‘양질의 노동조건과 생태환경 상태’에서 무역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그동안 개발도상국들이 저임금과 느슨한 환경규제 등으로 미국 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불공정무역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다. 미국이 보호주의와 공정무역을 강조할 경우에 한미 FTA 협상 과정이나 자동차 산업 등의 대미무역에서 한미간 통상마찰이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환경·에너지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정책
    한국경제의 입장에서 관심있게 주목해야 할 세 번째 분야는 산업정책 분야다. 이 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것이 환경·에너지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정책으로 알려진 New Apollo 프로젝트다. 이는 오바마 당선자의 청정에너지(Clean Energy) 프로젝트로, 2009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1,500억 달러를 재생 가능한 청정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New Apollo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내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며, 고소득 일자리 500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와 국가안보에 대처하고 미국경제가 움직이는 방식까지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New Apollo 프로젝트는 2007년 기준으로 환산한 총 투자금액이 1,500억 달러로 투자규모 면에서 세계 역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대적인 환경·에너지 투자는 이 분야의 수요 증대로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세계적인 투자붐이 형성될 경우에 경쟁이 치열해져 한국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대북정책과 한반도 정세
    한편,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 평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요소 중 하나인 북핵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체적 내용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인센티브와 압력을 동반한 외교정책을 활용할 것이다. 인센티브로는 핵프로그램을 중단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허용, 국교 정상화 등이 거론된다.
    오바마 당선자의 대북정책으로 당분간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만일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미관계가 급속히 개선될 경우 한국의 입장이 애매해질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정적 파급영향 최소화 측면에서 대응방향 설정해야

    예상되는 오바마노믹스 정책에 대한 대응방향은 긍정적 요인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정적 파급영향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우선, 한미 FTA 협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비한 다양한 협상 논리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는 향후 미국의 경기회복을 활용한 대미수출 증가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통상환경 악화에 대비하여 대미 통상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과 오바마 계열의 정책 입안자들과 정치외교적 네트워크 구축 강화가 요구된다. 네 번째는 미국의 대대적인 환경·에너지 투자정책에 부응하는 녹색성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기술개발 및 투자협력 확대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민주당 집권 후 예상되는 대화를 통한 평화공존 대외정책에 따라 북미관계 개선에 대비한 선제적 남북관계 개선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1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