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학교의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 중 경제 개정시안의 적정성 검토

[경제시론] 2006-06-14 |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 박형준

초,중등학교의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 중

경제 개정시안의 적정성 검토

경제영역 교육과정이 사회과 교육과정의 틀 속에서 2005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개정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한 개정 작업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에 적용될 교육과정의 윤곽이 잡힌 상태이고, 고등학교 2-3학년에 사용될 선택과목 경제의 교육과정은 작업 중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5년 말에 발표한 사회과 교육과정 개정 시안 가운데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경제영역 교육과정의 적정성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경제영역 교육과정의 개정 시안

초등학교 6년 동안 배우는 경제 단원은 총 2개 단원으로, 4학년의 “경제생활과 바람직한 선택”과 6학년의 “우리 경제의 성장과 과제”이다. 전자에서는 경제활동의 의미, 자원의 희소성과 선택의 중요성, 생산자와 생산활동, 소비자와 소비활동, 분배와 사회복지 등을 다루고 있으며, 후자에서는 한국 경제의 특징과 변화 양상,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과 대안 모색, 국제 거래의 의미, 국제 경쟁력 향상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중학교의 경제 단원은 총 3개 단원이며, “경제적 삶과 경제 문제”, “시장 경제의 이해”, “국민 경제의 이해”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단원에서는 희소성, 합리적인 선택, 상호의존성, 경제체제, 소비자?생산자?정부의 경제적 역할과 책임을 다루고 있으며, 두번째 단원에서는 수요과 공급, 균형 가격, 시장 실패, 정부 실패, 시장경제의 제도적 원칙 등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단원에서는 국민소득의 의미, 경제성장의 중요성, 물가와 실업, 대외 거래의 특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학교 경제 단원을 어느 학년에 배열할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고등학교 1학년의 일반사회는 7개의 통합 주제를 다루는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 현상과 문화”, “공동체와 정의”, “사회와 환경”, “세계화와 지역화”, “조화로운 세상과 인권”, “변화와 미래”, “삶의 질” 등이다. 원칙적으로 각 주제는 정치,경제,사회문화,법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기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내용을 다루는 특정 단원은 존재하지 않으며, 각 주제별로 경제적 관점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

경제교육 내용 분량의 부족

초등학교 6년동안 배우는 경제 단원은 총 2개 단원에 불과하며, 초등학교 3-6학년까지 사회과에서 경제 단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3% 수준이다. 중학교에서도 지리,역사,일반사회 전체 단원에서 경제 3개 단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7.7% 수준이다.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는 통합 주제 형태로 다루기 때문에 명확하게 경제 단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 단원이 없다. 현재 고등학교 심화선택 경제과목의 선택률이 10%미만인 점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등학교 2개 단원, 중학교 3개 단원에서 배우는 내용만을 바탕으로 미래의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 단원의 확대가 요구된다.

학년별 배열과 연계의 미흡

7차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3학년에서 “민주시민과 경제생활”, “시장경제의 이해”를, 고등학교 1학년에서 “국민경제와 합리적 선택”을 다루고 있다. 이에 비해 현 개정 시안은 이 모두를 중학교에서 다루고 있는 셈이며, 고등학교 1학년은 통합 주제로 구성하였다. 일부에서는 현 개정 시안의 배열 방식보다는 오히려 7차 교육과정의 배열 방식이 고등학교 선택과목 경제와의 연계성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개정 시안에서 중학교 경제 단원의 학년별 배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만일 경제 단원이 저학년에 배열된다면 다른 영역에 비해 추상성이 높은 개념들이 많은 경제 단원을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지의 문제와 고등학교 선택과목 경제와의 연계성의 문제가 크게 대두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다루어지는 경제 내용은 중학교에서 일부 반복되면서 확대되는 모습이어야 한다. 즉, 주요 개념이 반복 심화되면서 새로운 개념이 제시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 개정 시안에서 초등학교 2개 단원과 중학교 3개 단원과의 연계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초등학교에서는 생산?분배?소비 측면의 경제활동과 한국 경제의 특징과 변화를 탐색하고 있으며, 중학교에서는 기초 경제개념, 미시경제, 거시경제의 틀 속에서 접근하고 있다. 초등학교 단원과 중학교 단원이 아무런 연계성 없이 각각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경제교육 서술 방식의 불균형

제7차 교육과정의 경제교육과정이나 이에 근거한 경제교과서에서는 경제 주체의 윤리적 행위 규범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서술이 많았다. 예를 들면, 물가안정을 위해서 소비자는 과소비를 억제해야 하고, 근로자는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하며, 기업은 생산성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는 등의 서술이 이에 해당된다. 다행히도 개정 시안에서는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볼 수 있으며, 주로 학생들이 경제 현상이나 원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서술의 명확성과 균형성 측면에서도 개정 시안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자원의 희소성에 직면해서 “바람직한” 선택을 강조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선택의 정의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중학교에서 서술하고 있는 “합리적” 선택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한국 경제성장의 중요성과 혜택에 대한 서술보다는 경제성장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강조한 부분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