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경제시론]
2005-06-30 | 에너지경제 연구원 김진오

    우리나라 도입원유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6월 6일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한 이래 한차례 조정국면을 거친 이후 다시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고 있다. 석유 전문가들은 유가 폭등세의 요인으로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지난 6월 15일 빈 회담에서 7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50만 배럴 증산키로 결정했으나 회원국들의 증산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 계속되는 BRICs와 OECD 석유소비 증가추세 그리고 하절기 미국의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비해 원유 정제시설은 이에 미치지 못해 수급의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밖에도 최근 이란의 강경보수파 집권과 이라크 정세악화 그리고 선물시장에 투기자금 추가유입 등이 국제유가를 가파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러한 현상은 석유수요가 급증하는 4분기에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최소한 올 연말까지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결국 국내 경제회복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 범정부적인 고유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1980년부터 20여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소비는 연간 7.7% 증가율을 보여 왔다. OECD 국가의 연평균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1­2%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높은 증가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2000년 이후, 에너지소비 증가세는 3.4%로 크게 둔화되어 80, 90년대에 비하면,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2004년말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소비는 2억 2000만 톤으로써, 이를 국민 1인당 소비로 환산해 보면 4.58톤에 해당한다. 국민 1사람이 1년에 석유 24드럼을 소비한 셈이다. 보통 에너지 소비효율성을 얘기할 때, 소득에 대한 에너지소비량을 나타내는 에너지소비 원단위를 많이 사용하는데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소비 원단위는 OECD 국가들의 평균에 비해 60% 높은 수준이며, 심지어 일본에 비해서는 3배 수준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경제규모에 비해 에너지소비가 높은 것은 생산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 산업의 비중이 크다는 점 즉,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가 주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제품 생산비용에서 에너지비용이 차지하는 몫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이유로 에너지절약형 설비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에너지절약이 기업 경쟁력강화의 주된 요인이 된다는 점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에너지절약형으로 설비를 교체하는 것과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하는 것 등의 에너지절약 효과가 큰 시설투자가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기술개발을 통해 고 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에너지소비효율을 향상시키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고유가 등 위급한 시기에는 에너지절약을 먼데서 찾기보다는 가까운 우리생활 주변에서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정에서의 조그만 에너지소비절약이 국가적으로 보면, 약 1,500만 가구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이를 간과할 수 없다. 백열등 대신 고효율 형광등을 쓰고, 가전제품은 사용하지 않을 땐 플러그를 하루에 한 시간씩 빼놓고, TV를 보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켜두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약 TV 시청시간을 하루에 한 시간씩만 단축할 경우, 연간 약 1,000억의 비용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적정온도(26­28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 에어컨으로 실내온도를 1℃ 낮추는데 전력은 약 7%가 더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제 에너지절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민 모두가 자그만 일에서부터 에너지소비절약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는 자세가 바로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론으로 아는 에너지절약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아가는 에너지절약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