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강화 논의의 국제적 동향과 우리의 대응

[경제시론] 2010-06-09 |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부장 안남기

  2007년부터 시작된 사상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은 아직도 몸살을 겪고 있다. 이러한 대형 위기에 맞서 전 세계 주요국들은 두 가지 형태의 큰 움직임을 보였는데, 하나는 금융기관 구제, 유동성 공급, 대규모 경기부양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방위적 대응이었으며, 또 하나는 향후 또 다른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의 정비 등 규제 측면에서의 대응이다.
  그간 전 세계 금융업계는 80년대 이후 진행된 금융완화 추세로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지속해왔으나, 또 한편으로는 과도하게 자유로운 금융영업 환경, 느슨한 금융감독, 제도권 밖에서의 금융산업 급성장, 일반인이 잘 모르는 파생상품의 증가 등 향후 잠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도 같이 커왔다. 특히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도하게 성장한 금융회사들의 존폐가 국가경제 및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만한 정도로 커진 데 대한 우려까지 가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융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규제 강화 논의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다양하게 진행 중

  금융규제 강화는 크게 국제적인 차원과 개별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국제적인 규제 논의는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G20 정상회의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G20 정상들은 종전의 금융안정포럼(FSF)을 금융안정위원회(FSB)로 확대 개편해 동 조직에 금융개혁의 큰 그림을 마련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에 따라 금융안정위원회는 IMF,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등 여러 국제기구들과 협력하면서 주요 규제부문에 대한 권고안 또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회원국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개별 국가들도 이에 맞춰 자체적인 금융규제안을 마련 중이다. 개별 국가들의 규제안은 독자적으로 추진되는 측면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국제적인 규제지침을 수용하면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 규제안들은 재차 국제기구나 G20 회의 등에서 논의되면서 수정되는 등 피드백을 서로 교환하고 있다.
  특히 개별 국가들은 서로 다른 형태로 규제강화법안을 마련 중인데, 먼저 미국의 경우에는 금융규제 및 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규제들을 합친 통합법안 마련이 진행 중이다. 작년 말 하원에서 종합법안이 통과되었으며, 지난 5월 상원안이 통과되면서 조만간 양원 통합법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EU의 경우에는 통합법안 형태가 아닌 이슈별 개별법안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유럽집행위원회가 만든 안과 유럽의회 소속 위원회가 만든 안을 각각 마련해 통합을 진행시키고 있다.
  작년 이후 진행되고 있는 금융규제 논의는 대체로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것이 많지만 이외 다양한 부문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규제영역을 크게 나누어 보면 은행의 체질 강화, 금융감독 강화, 금융안정성 확보 및 시스템리스크 방지, 장외파생상품시장 개선, 헤지펀드·사모펀드 규제, 회계기준 개선, 신용평가사 규제 등이다. 은행 체질 강화의 주 대상은 자본금 규제인데,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2012년 말을 목표로 현행 바젤2 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금융감독 부문에서는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와 함께 금융회사들의 자본, 유동성 및 레버리지 규제 등을 강화하고 이를 감독하기 위한 틀을 마련 중이다.
  금융안정성 확보 및 시스템리스크 방지를 위해서는 다양한 규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먼저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국제적인 밀착 감독과 정보공유, 이들 회사의 실패 시 구제금융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며,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위험 감수를 막기 위해 임직원 보수체계에 대한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구제금융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세 도입도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국가 간 이견이 첨예한 상황이다. 장외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개선을 위해 G20은 2012년 말을 목표로 장외파생계약의 표준화 및 중앙 청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EU도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도 미국과 EU에서 주도적으로 진행 중인데 미국의 경우 일정 규모의 펀드에 대한 등록 및 정보 제공에 국한된 반면, EU의 경우에는 제3국 펀드의 유럽 진입까지도 규제하는 등 강도가 높아 향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계기준에 대한 규제도 개선 노력이 진행 중인데, G20은 2011년 중반까지 전 세계적으로 단일한 회계기준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기준을 마련 중이나 금융상품 평가 기준 등과 관련해 미국과 이견이 큰 상황이다. 금융회사 외에도 그간 문제점이 많이 부각되었던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도 본격 추진 중인데, 미국과 EU는 신용평가사의 등록, 감독 강화뿐만 아니라 그간 신용평가의 대상인 발행자가 신용평가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체제까지도 수정할 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규제 강화 추세 하에서의 우리의 대응은?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금융규제들에 대해 대충의 그림은 그려보았으나 아직까지 국가 간, 금융회사 업태 간, 정부-의회 간 이해 차이가 커 향후 규제의 틀이 실제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될지에 대해선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의 틀을 마련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금융규제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규제 마련 단계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장은 사람과 같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아서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 모난 돌의 귀퉁이를 하나 쳐내는 정도의 간단한 사항이 아니다. 최근의 금융규제가 시스템 위험을 줄이고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다 강화시키며 감독체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선기능은 분명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규제비용이 자칫 소비자로 전가될 수 있고, 대출 및 투자 등 금융회사 본연의 기능이 위축되어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며, 국별 규제가 차이날 경우 국제적인 재정거래 및 자본이동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규제와 관련한 모든 가능성과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고 점검하는 신중한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가 최근 글로벌 규제 마련의 주체가 되고 있는 G20의 주요국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할 경우 국가별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는 의장국의 지혜와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규제들의 국내 도입은 보다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정 규제에 대한 개별국의 독자적인 도입은 글로벌 금융의 경쟁관계를 감안할 경우 많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차원의 규제 공조 시 이에 협력하는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규제를 받아야 하는 금융회사 등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서는 향후 규제 강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는 보다 강화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과, 또한 그간의 규제완화가 30년 가까이 진행되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전반적인 금융규제가 강화된다면 이러한 규제의 틀 환경이 짧게는 수 년 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개별 경제주체들은 변화된 규제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신속하고 신축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비평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모든 진보가 자신을 세상에 맞추는 합리적인 사람보다는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 하는 비합리적인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고 했지만, 향후 강화된 규제환경을 맞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에 신속히 적응하고 이를 또 다른 성장의 발판과 경쟁우위로 삼는 현명한 지혜가 더 필요할 듯하다.

(nkahn@kcif.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6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