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에너지정책 방향

[경제시론] 2012-04-13 | 전경련 산업본부 미래산업팀장 김태윤

지난 1년처럼 원자력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적도 없었을 것이다. 작년 3월에는 동일본 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가동이 중지되고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올 3월에는 범죄집단으로부터의 핵테러 방지,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제고 등의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핵안보정상회의가 미국, 중국 등 주요 정상과 반기문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성공리에 개최되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과 핵안보정상회의에 맞춰서 기존의 원전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에서는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우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고리원전 1호기에서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 불능상태였고, 이를 관리기관이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에게 원자력 발전의 부정적인 인식을 주게 되어 안타깝다. 국가 기저발전의 핵심인 원전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가 원전에 대한 국민의 공포심에 편승하여 대안도 없이 막연하게 원전가동을 중단하고 신규 원전계획 폐기를 요구하는 등의 反원전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에너지는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삶이 직결되어 있고 방향이 한 번 설정되면 장기간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에 경제·산업·사회 구조 등을 고려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지 특정 사고로 인한 감정적인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원자력 발전은 경제성장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만 하는 현실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는 원전을 반대하고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주장하는 단체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타당성 있는 요구는 수용할 필요는 있겠지만, 무분별하고 타당성 없이 원자력을 폐기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서 신중한 에너지 정책을 펴야 한다.

기술, 경제성을 고려하면 원전이 필요

인류는 불, 화석연료,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사용해 왔고, 수소, 핵융합 등의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석유는 앞으로 40~60년, LNG는 60~90년, 석탄은 길어서 160~19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EU, 미국, 중국 등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4~20%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우리도 화석연료 중심에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로 원자력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기술로서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바람, 일조량 등 적합한 자연환경과 함께 대규모 발전단지를 구축할 수 있는 부지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바람이 일정하지 않은 산악지형, 장마철 등에 따른 불규칙한 일조량으로 인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은 최대 15%가 한계일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전력생산의 경제성을 고려한다면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는데, 주요 에너지원별 발전단가를 비교하면 kWh당 유연탄 51원, LNG 144원, 풍력 170원, 태양광 570원에 비해 원자력은 39원에 불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만약 원자력 발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2020년에는 연간 5.2조 원이 추가로 소요되며, 2030년에는 8.4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였다. 또한 전기요금은 2020년에 11.4%p, 2030년에는 17.1%p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런 전기요금 인상은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철강·전자·석유화학 등 우리 주력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 질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하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일본은 전력이 부족하여 올해 경제성장률이 1.0%p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특히 모든 원전가동이 중지되는 4월부터는 연간 5%의 전력이 부족하여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고, 전기료가 17% 이상 상승하여 기업에게는 이중고가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원전의 안전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 간 큰 사고 없이 원전을 운영했고 가동률도 93.3%로 세계 평균인 79.4%보다 훨씬 높은 원전강국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09년에 UAE 원전도 수주할 수 있었고, 터키의 원전건설을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수행된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 점검에서도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조치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만큼 국민들은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주장에 현혹되면 안 된다. 정부는 국민들이 원전사고에 대해 불안을 떨칠 수 있도록 보다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워야 안다. 지진, 쓰나미 등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도록 설계를 강화하고, 안전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자력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당장 눈앞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감추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문화가 체화되어야 한다.

원전은 우리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성장이 가능한 유망 산업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일본,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원전가동을 중지하거나 향후 건설계획을 재검토하겠 다고 발표하였으나, 이와는 반대로 최근 미국은 34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원전건설을 승인했고, 중국도 중단했던 신규 원전심사와 착공을 재개하는 등 급증하는 전기수요 충족 을 위해 원자력을 활용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에서는 60개의 원자로가 건설 중이며 추가로 130여 기가 건설될 예정으로, 원전 플랜트 시장은 2030년까지 800~1,000조 원 규모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UAE 원전을 수주한 경험과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형 원전을 우리의 새로운 주력 수출 상품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불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석탄,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모시켰으며, 원자력 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된 값싼 전기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인류에게 편리한 삶을 가져왔다. 최근 불거진 국내외 원전사고로 인한 反원전 주장이 단순히 반대만을 위한 반 대가 아닌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독려하고 에너지 절약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며,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을 보다 강화하여 원전이 국가 전력생산에 중추적 역할 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생산적인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kty@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4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