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 추이와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
[경제시론]2007-02-10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정영식
최근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최근 국제 외환시장의 특징을 요약하면, 글로벌 달러화 강세, 위안화 강세, 유로화·엔화·원화의 약세로 정리할 수 있다.
2006년 10월 이후 진행된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2006년 12월초 이후 달러화 강세로 반전되었다. 구체적으로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해 12월중 1.31~1.33달러 범위에서 등락하였으나 2007년 1월 24일 1.297달러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5일 달러당 115.0엔에서 금년 1월 24일 121.1엔으로 상승하였다. 그리고 원/달러 환율도 같은 기간 913.8원에서 936원으로 올랐다. 원화보다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더 큰 폭으로 약세를 보임에 따라 원/100엔 환율은 800원 선에서 773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는 1997년 10월 27일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저치이다. 한편, 위안화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대비 강세를 기록하였다. 위안/달러 환율은 2006년 7월 20일 8.0위안이 붕괴되었고,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2007년 1월 24일에는 7.78위안으로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 위안화 강세, 유로화·엔화·원화 약세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였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인가.
미국 달러화의 강세는 미국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산업생산, 소매판매, 소비자신뢰지수, 주택착공건수,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2006년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6%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0%를 크게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금리인하 기대감은 크게 약화되었다. 2007년 1월 22일 Lacker 리치몬드 FRB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미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발언해 금리인하가 조만간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본, 유럽, 한국측 요인도 이들 국가 통화의 약세에 영향을 주었다. 일본 중앙은행은 경제 회복세의 부진에다 일본 정부의 금리인상 반대 등으로 2007년 1월 18일 정책금리를 동결하였다. 2006년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0.2% 상승에 그치고, 11월 소매지출도 1년 전에 비해 0.2% 감소하는 등 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럽은 독일의 기업신뢰지수(현재의 경기와 향후 6개월내 경기를 평가하는 Ifo지수)가 2007년 1월 하락으로 반전되었다. 하지만 Trichet ECB 총재 및 Weber ECB 위원의 인플레이션 우려 발언, OPEC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유로화 비중 확대 소식으로 유로화는 소폭 약세에 그쳤다.
한국의 경우에는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경상수지 적자 반전 기대감 등이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었다. 외화차입이 급증하자 외환당국은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였다. 2007년 1월 16일에는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도 발표하였다. 정부는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연간 100억~150억 달러의 자본 순유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였다. 대부분의 연구기관에서 2007년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고 전망한 점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었다.
최근 외환시장 흐름에서 특이한 점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경제의 호조세 지속,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및 외환보유고 급증 등에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한 해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1,775억 달러로 전년대비 74% 급증하였고, 외환보유고는 지난해말 1조 663억 달러로 2005년말 대비 30% 증가하였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2006년 12월 14~15일 북경에서 개최된 미-중 경제전략대화에서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였다. 한편, 최근 중국 내부에서도 위안화의 추가절상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중국의 과다한 무역흑자를 언급하면서 “위안화 환율 변동폭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하였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속적인 위안화 강세를 만들어 냈다.
향후에도 글로벌 달러화 강세는 지속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분간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향후 글로벌 달러화의 향방은 미국, 일본, 유럽의 정책금리 변화, 미국 대외불균형의 대폭적인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예상보다 나은 미국경제 지표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크게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살아있다. 그동안 인상한 정책금리의 효과가 지속되면서 주택경기의 추가 둔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일본 및 유럽 중앙은행은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중앙은행은 초저금리의 정상화 과정, 유럽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의 해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외 무역불균형 문제도 소폭 개선되기는 하겠으나 크게 해소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 이후 미국 의회는 대외 불균형 개선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견된다. 여기에는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 요구도 포함될 것이다.
원화의 경우 국내적으로 강세요인이 크게 약화되나, 글로벌 달러화 약세의 여파로 소폭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자본수지 흑자도 줄어들고, 원화 고평가로 경상수지도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율 변동의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어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이 절실하다. 즉, 최근의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가 향후에는 반대 양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출기업들은 최근의 원화 약세기를 향후 원화 강세기를 대비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엔고시기 일본기업들의 대응방안
엔고시기 일본기업들의 대응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절실하다. 먼저, 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출 결제통화를 비달러화로 다변화하는 등 환율변동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자.
다음으로 저수익 사업의 철수와 경영합리화 등 원가절감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 기업들은 엔고시기에 TQC(Total Quality Control), JIT(Just-In-Time), CAD & CAM 등 다양한 경영합리화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세 번째로 고부가가치화, 제품차별화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힘든 대응방안이다. 당시 도요타는 원가절감과 고급화 전략으로 제조원가를 대폭 절감하였고, 고급형인 렉서스 브랜드 개발을 통해 엔고를 극복하였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재배치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기업들은 생산원가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러한 엔고시기 일본기업들의 대응방안은 원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