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원인진단과 정책방향

[경제시론] 2006-03-23 | 성균관대학교 김영한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교수, 경제학)

참여정부는 근자 사회양극화해소를 최대의 국정현안으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복지예산의 확충을 위한 증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홍보자료들이 강조하고 있듯이,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국가가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온 사례는 드물다. 그러한 차원에서 점차 심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현상의 해소를 위한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한편 우리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개발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음에도, 그 구체적 해법에서는 상당한 이견이 팽배해있다.

사회적 양극화와 경제이중구조화의 심화는 자본주의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라는 것은, 19세기 산업혁명이후 최근까지의 자본주의역사를 통하여 확인된 사실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양극화해소를 주요국정과제로 선정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참여정부가 양극화의 해법으로 거론하고 있는 정책수단들이 오히려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산업혁명 이후 극심했던 양극화 해소를 위하여 시도되었다가 실패로 끝났던, 물리적 부의 재분배라는 평등주의적 해법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걱정스럽다.

참여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부유세와 부동산종합과세정책 등의 조세정책은, 소득재배분을 통한 사회통합 및 성장잠재력확보라는 조세정책고유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론적으로 올바른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세정책들이 부자 및 기득권자들에 대한 응징적 차원에서 추진되면서 이윤창출활동 자체를 위축시킬 경우, 사회통합 및 성장잠재력확보라는 원래의 조세정책목표는 실종되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남미의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발달의 비결은, 이윤동기(profit motivation)가 끊임없는 혁신의 원동력으로서 효율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즉 그 비결이란, 혁신에 성공한 주체들이 혁신을 시도하지 않은 주체들에 비하여 더 많은 이윤을 누리게 해주는, 혁신활동에 대하여 효율적 유인체계(incentive mechanism)가 작동하는 경제체제였던 것이다. 현재까지 양극화해소를 위한 인류사적 실험과정에서, 가장 처절한 실패를 하였던 실험은 이윤동기를 부정하는 가운데, 물리적 부의 재분배를 시도하였던 국가들이며,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혁신의 원동력으로서 이윤동기를 보장하면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였던 국가들이었다는 것은, 인류전체가 경험하였던 최근세사이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양극화현상은 경기침체기에 일용노동직과 같은 한계계층에서 극단적으로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윤동기가 보장되지 않는 경제에서는 혁신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초래되는 구조적 경기침체는 결국 양극화의 심화 및 저소득층의 생존기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충분히 경험하였다.

바로 이웃인 중국과 일본의 최근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중국은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나타난 도농간?지역간 양극화문제의 해소를 위하여, 중국 내의 신흥 산업자본가들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판 새마을운동인 ‘신농촌 건설’이라는 또 다른 국부창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제구조전반에 걸친 경쟁체제 확립이라는 일본의 일관성 있는 구조개혁결과, 오늘날 일본에서는 일자리가 넘쳐나는 가운데, 신빈곤층에 대한 논의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오랜 역사적 경험과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인근국가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양극화문제의 해소는 정치적 슬로건이나, 단기간에 걸친 물리적 부의 재분배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다. 진정한 양극화의 해소는, 혁신활동을 더욱 촉발하는 이윤동기의 보장과, 그 결과 초래되는 경제성장 및 경기회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모든 민간경제주체들이 왕성하게 이윤창출을 위한 혁신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경제여건을 제공할 때, 마찰적 실업과 한계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정책재원조달과 선진복지체제의 구축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승리한 부자 및 기득권층의 적극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은, 단순한 이타적 자기희생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통합을 통하여 우리사회의 성장잠재력을 더욱 키우는 투자임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