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불 위기, 돌파구는?

[경제시론] 2015-11-19 | 전경련 산업본부장 유환익

올해 10월말 누계기준 무역규모는 8,078억불(수출 4,403억불, 수입 3,675억 불)로 2011년 이후 4년 연속 달성해오던 무역 1조불 행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1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줄어들었다. 이는 2009년 8월(△20.9%) 이후 6년여 만에 최대 감소율이고 10개월 연속 감소세이다.

이런 수출 감소는 세계경제의 경기침체 속에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약세까지 대외 변수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향후 5년간 성장률 목표를 현 7% 이상에서 연 6.5%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경제의 저성장 지속의 우려뿐만 아니라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시장 수출길의 험로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의 엔화 약세기조를 통한 가격 경쟁력은 한동안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대외 악재로만 현재의 수출 위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상품의 글로벌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내부의 구조적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지난 10년간 수출 10대 품목 중 컴퓨터를 대신해 플라스틱이 신규 진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순위변화만 있을 뿐 신규 품목은 없다. 둘째, 중국과의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력에 바탕한 주력 8개 품목 중 2003년에는 정유와 철강을 제외한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부문에 대해 우리가 앞서고 있었으나 2013년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품목에서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셋째, 전체 수출 중 美ㆍ中ㆍ日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3국의 경제 상황에 우리 수출이 밀접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우리 수출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 새로운 수출 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최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인정받고 있는 식품, 화장품, 소형가전, 문화 콘텐츠 등은 우리 수출에 좋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품목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출될 수 있도록 산업정책적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의 잘하고 있던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수출시장을 만드는 수요 창출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서도 빅데이터를 접목해 운항효율을 높이고 유지보수에 활용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역시 생존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술과 가격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정책방향은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기술 경쟁력을 위한 R&D 투자 세액공제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며,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활력법과 사회적 대탑협으로 이끌어낸 노동개혁법마저도 국회 통과여부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미국, 일본, 중국 등 탄소 다배출 국가도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시행하지 않는 전국단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우리 주력상품의 가격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대응은 국제사회의 공조가 가장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실효성이 없는 나홀로식 규제보다는 산업계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국제사회와 발을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일부 국가에 집중된 교역을 FTA나 TPP 등을 통해 무역 상대국을 확장ㆍ다변화시켜야 한다. FTA는 전 세계를 내수 시장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시장 개방에 따른 득실은 있을 수 있으나 좁은 내수시장만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현재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중 FTA, 최근 논의가 한창인 TPP 등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성공적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이다. 1964년 수출 1억불을 달성한 이후 2011년 무역 1조불까지 반세기만에 우리는 수출로 신화를 만들어 왔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수출만이 일자리 창출과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할 유일한 해법이다.

유환익(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