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삼국지가 아니라 도원결의로

[경제시론]
2015-10-22 | 전경련 국제본부장 엄치성


    2012년 이후 중단되었던 한일중 3국 정상회담이 11월 초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3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번 만남을 통해 각국 정상들과 기업인들이 3국의 관계 해소 및 협력 증진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일중 3국의 협력은 동북아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일중 3국은 2014년 기준으로 글로벌 GDP의 21%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일중 3국의 외환보유고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해당한다. 3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이처럼 큼에도 불구하고 3국간 갈등으로 인해 이에 부응할 만한 거시적 경제협력은 아직까지는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경제협력 중 하나로 한중일 FTA를 들 수 있다. 한중일 FTA는 3국에게 있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2012년 11월 협상 개시 선언 이후 8차례 협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유화 방식에 대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한중일 FTA는 3국간 무역량 증가를 통해 3국의 저성장 기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3국간 생산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상호 특화산업 중심의 산업구조조정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무역자유화는 3국의 소비자들에게도 저렴하면서도 폭넓은 제품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여 소비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지지부진한 한중일 FTA 협상이 진전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3국간 교역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3국간 교역은 2011년 6,703억불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3국간 교역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FTA 체결 이외에도 물류, 표준,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 물류분야의 경우 위험화물, 세관 승인정보 등 물류정보 공유 확대를 통해 3국간 물류의 신속성과 안정성을 한층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실버산업, 보건, 환경 등 신산업의 시장 규모를 키우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3국간 표준 협력도 강화하여야 한다. 특히 한중일 3국이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인 점을 감안할 때, 이 분야에서의 표준 제정은 3국에게 매우 중요하다. 전자상거래에서는 온라인유통의 협력 확대를 위해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저해하는 규제와 기술적 장벽을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경련도 한일증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경단련과 중국 CCPIT와 함께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하고, 3국 경제단체간의 협력 MOU 체결을 통해 교역투자 활성화에 앞장설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AIIB 출범으로 아시아 인프라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개발과 관련한 3국의 협력방안도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 수요는 2020년까지 연간약 750조원에 달한다. 내년 우리 정부 예산안인 386조의 2배 규모의 거대한 시장임을 감안할 때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분야이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은 가장 중요한 자금원인 AIIB와 ADB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국가로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다. 국내외적인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의 건설업계에게 있어 아주 귀중한 기회인 만큼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일본과의 굳건한 파트너쉽을 형성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북한 인프라 개발을 위해 중국 및 일본의 협력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 인프라 개발은 통일 한국을 위해서도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이니셔티브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다. 북한 정권의 폐쇄성과 신뢰성 문제로 어느 누구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중국의 동북 3성 지역개발, 러시아 극동개발을 연계하여 추진한다면 전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이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가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연결된다면 보다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 및 안정과 번영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3국의 차세대 산업 협력, 공급 과잉 산업 자율 구조조정, 청년 창업 및 취업관련 협력 등 3국이 경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 3년 만에 3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이니만큼 다양한 의제들이 논의되어 3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엄치성(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