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한미관계 재정립과 FTA 국회비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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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2008-02-12 | 전경련 산업본부 기반산업팀장 김용옥
- 지난 1월 14일 경제단체 대표들은 국회의장,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대통합민주신당 및 한나라당 대표를 잇달아 방문, 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주요 단체장들이 경제현안과 관련하여 국회 및 양당 지도부를 찾아가 건의활동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을 경제계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미 FTA를 조기 비준해야 하는 이유
한미 FTA 비준이 늦어지면 한미 FTA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으로의 수출증대, 수입가격 하락을 통한 소비자후생 확대, GDP 증대, 외국인투자유입 등 한미 FTA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의 실현이 늦어질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한미 FTA로 인한 GDP 효과는 10년간 80조 원, 후생효과는 20조 원, 무역수지는 19.6억 달러 개선되고 외국인투자유입액은 3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미국시장의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크고 우리 기업의 기대 이익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비준 지연으로 인한 우리 측의 기회비용이 미국보다 더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3%에 달하지만 미국의 경우 대한국 수출비중은 3.1%에 불과하다.
대외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 한미 FTA 타결 후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의 대외개방과 개혁의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높였으며, 세계경제포럼(WEF)도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이전보다 12단계나 상승한 세계 11위로 평가했다.
한미 FTA는 미 의회가 대통령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 시한 내에 체결된 마지막 FTA이고 당분간 미국이 다른 나라와 FTA 추진에 바로 나서기 쉽지 않을 것임을 고려할 때, 미국에 대한 시장선점 이익도 생각해야 한다. 비준이 지연되면 우리 기업들은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에서 주요 경쟁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고,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고 있는 멕시코, 캐나다 등과는 불리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조기 처리는 현재 진행중인 한·EU FTA 등 여타 FTA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증대시키고, 협상상대국을 압박하여 협상을 조기 타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한미 FTA 이행을 위해 24개 법률 개정안의 처리가 필요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협정안 비준동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국회에서 협정 이행을 위한 국내법 개정논의가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준 지연시 한미 FTA 장기표류 가능성 배제 못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어쩌면 우리나라가 통상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경우 한미 FTA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새 정부 출범 후 4월 총선까지는 모든 관심이 선거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3월부터 6월까지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심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총선과정에서 한미 FTA가 정치 쟁점화 되는 경우 총선 후 새로 구성되는 18대 국회에서 한미 FTA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와 상임위원회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그동안 논의 검토한 내용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미국이 처한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금년 하반기에 미국도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들어가게 되므로 정치 일정상 현실적으로 미 의회의 비준처리가 가능한 시기는 금년 상반기까지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한미 FTA에 대해 강력한 지지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한미간 통상현안인 쇠고기 문제에 대한 미 의회의 입장이 강경해 금년 상반기중 의회 비준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와 오바마 상원의원의 경우 한미 FTA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비준이 지연될 경우 미국 대선결과에 따라서 의회비준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마저 있다.
한미 양국 국회의 심의절차가 달라 양국 국회에서 한미 FTA를 동시에 통과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미 의회 인준여부와 관계없이 국익 등을 고려하여 우리 국회가 이번 국회에서 먼저 의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가 비준동의안을 미국보다 늦게 처리한다면 우리에게 아무런 실익도 없고 오히려 재협상의 여지만 생길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미국보다 먼저 의결하면 미국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8월 이전에 미국 의회비준을 압박하고 미 의회 일각의 재협상 논란을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행정부가 FTA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미 의회는 90일 이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하므로 우리가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하면 미국은 상반기까지 절차 완료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미 의회의 비준을 위해서는 우리 측이 먼저 한미 FTA 비준을 완료하고, 한미간 첨예한 통상현안인 쇠고기 수입개방 문제에 대해 양국 정부가 조속한 합의 도출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
한편, 한미 FTA는 미국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한미관계를 공고히 하는 우리의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0여 년간 지속되어온 한미동맹은 한반도 전쟁 억지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근간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상태가 높아진 상황에서 대외정책의 안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요청된다.
한미동맹의 재조정 과제를 안고 있는 시기에 체결된 한미 FTA는 통상확대라는 경제적 목적과 안보관계 강화라는 외교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 가능하게 하여, 양국관계를 실질적인 포괄동맹으로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어 양국간 결속이 경제영역에까지 긴밀해지면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경쟁국가들은 한미 FTA 비준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은 분초를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여 한미 FTA가 국가경쟁력 제고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