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폐지, 아직 시기상조다

[경제시론] 2010-09-07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장 임상혁

  정부는 8월 하순 ‘2010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말로 일몰기한이 도래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설비투자 금액 중 일부를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올해는 제조업, 농업, 광업 등 32개 업종에 대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의 사업용 자산에 투자한 경우, 투자금액의 7%를 세액공제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이 제도가 기업에 대한 단순한 보조금 성격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폐지하고, 그 대안으로 고용유발형 투자 및 R&D 투자 지원제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세제종합개편안이 발표되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에 대한 존폐 논란이 있어 왔다. 과연 임투세는 정부의 발표처럼 이제 효용을 다한 제도인가? 이에 대해 몇 가지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임투세는 과연 효용을 다한 제도인가?
  무엇보다도 폐지 시점에 문제가 있다. 과연 현재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해도 될 만큼 투자가 안정적인 회복추세로 전환되었는가 하는 문제다. 지표상으로만 보면 설비투자는 지난해 4/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여, 올 상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29.4% 증가하며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20.1% 감소) 발생하는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크다.
  하반기 경제여건도 설비투자의 지속적 성장을 예견할 만큼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세계경제는 미국·중국의 성장률 둔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장기화 가능성 등으로 더블딥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경제기관에서 상고하저(上高下低)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반기에 재정집행이 집중된 탓에 하반기에는 재정의 정책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고환율 효과를 보고 있는 수출호조세도 지속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제 민간부문이 경기회복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바로 이 시점에서 기업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임투세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이제 막 바통을 받은 주자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다는 격이다.
  둘째,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상시적 운용으로 투자유인 효과가 미미해졌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는 기업투자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결과를 보면, 투자세액공제율을 1% 포인트 인하하면 다음해 설비투자가 0.3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7%의 공제율이 없어지면 결과적으로 다음해 설비투자는 약 2.5% 감소하게 된다. 정부가 시산한 세수효과 분석을 보면,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폐지되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 증가분이 1조 5,000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고용유발투자세액공제로 0.5조 원의 세금이 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결국 1조 원의 기업투자 여력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셋째, 현 시점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폐지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임투세제는 1982년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28년 중 20년간 운영돼 왔으며, 2001년부터는 중단 없이 시행돼 왔다. 사실상 상시적으로 운영돼 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 왔다. 그런데 제도가 폐지된다면 계획된 투자를 축소, 지연하는 기업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59%의 기업들이 임투세 폐지로 인해 현재 수립된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향후 투자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응답하고 있다. 갑작스런 정책변화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 향후 제도가 부활해도 얼마나 유지될지를 모르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넷째, 정부가 임투세제의 대체방안으로 내놓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가 기업투자와 산업구조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고용창출,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고용창출투자에 대해 추가적으로 세제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 임투세제를 대체한다면 기업의 투자패턴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정 부분 자본·기술집약적 업종에 대한 투자가 노동집약적 업종에 대한 투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자동화, 정보화, 시설합리화 등에 대한 투자가 고용창출형 투자로 바뀌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기업투자 패턴과 산업구조의 변화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조세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의 세부담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연말 국회에서는 법인세 높은 세율(과세표준 2억 원 초과 시 적용되는 법인세율)의 인하를 2년간 유보하기로 하면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축소(공제율 10% → 7%)하여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법인세율 인하는 여전히 2년간 유보되어 있는데,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만 폐지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동 제도를 유지한 정책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지난해 정부가 밝힌 것과 같이 법인세율 인하도 이 제도를 폐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법인세율이 예정대로 인하된다면 명목세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낮은 수준이 되지만, 비과세·감면이 많은 홍콩,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기업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실질세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기업에 대해서는 세금공제나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인 최저한세를 높임으로써 법인세율 인하효과가 반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정부가 밝힌 바와 같이 임투세제 폐지 문제를 2년간 유보되어 있는 법인세 높은 세율의 인하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

고용창출투자 인센티브의 추가 제공이 바람직
  기업투자는 재정·통화 정책과는 달리 부작용이나 후유증 없이 경제의 안정적인 회복과 성장, 그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최적의 해법이다. 아직 대내외 경제에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고,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것 같다. 현 시점에서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고용창출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sh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