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지급보증수수료 과세 강화 논의와 우리 기업의 입장

[경제시론] 2012-06-15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 차장 정조원

해외지급보증수수료는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투자를 위해 현지 은행에서 차입을 할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에 지급보증을 하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를 말한다. 즉, 해외 자회사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국내 모회사가 채무를 약속하는 것으로 위험부담의 대가를 수취하는 것이다.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현지에서 자금조달이 증가하면서 국내 모기업의 지급보증규모도 증가하였다. 국세청에 의하면 2006년 국내기업의 지급보증액은 12.5조 원에서 2010년 34.5조 원으로 5년 사이 3배 가량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존자원이 없고 내수시장이 작아 기업들은 해외시장에 수출을 하였다. 그리고 수출확대를 위해 해외자회사들을 설립하면서 지급보증액 규모도 증가하였다.

그동안 해외지급보증수수료에 대한 국세청의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기업들은 타 계열사 및 경쟁업체들의 수수현황을 참고하거나, 국내 및 현지은행에 문의하여 수수료율을 책정하였다. 그리고 국세청은 기업 대상의 세무조사 시, 기업들의 해외지급보증수수료율에 대해 수정을 권고하지 않았다. 따라서 기업들은 해외지급보증수수료에 대한 추가적인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왜냐하면 기업들은 책정한 기준에 의거하여 지급보증수수료를 산정하였고 이를 근거로 법인세를 납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작년 11월 해외 자회사가 많은 기업을 초청하여 ‘해외현지법인지급보증에 대한 정상가격 산정 모형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설명회에서 국세청은 자체 개발한 모델에서 나온 지급보증수수료율을 2006년분부터 과세한다고 기업들에게 통보하였다. 국세청이 기업에 제시한 지급보증수수료율은 기업의 수수료율보다 너무 높았다. 또한 과거 5년분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을 한다고 통보함으로써, 일부기업은 수백억 원의 세금을 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기업들은 수수료율이 어떻게 산정되었는지 국세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국세청은 해외지급보증수수료율 산정방식을 최근에야 공개하였다.

국세청의 모델은 해외지급보증수수료를 ‘해외 자회사의 무(無)지급보증 현지은행 대출이자율’과 ‘해외 자회사의 유(有)지급보증 현지은행 대출이자율’의 차이로 책정하였다(국세청의 해외지급보증수수료율 = 해외 자회사의 무지급보증 현지은행 대출이자율 - 해외 자회사의 유지급보증 현지은행대출이자율). 해외 자회사 입장에서보면, 국내 모회사의 지급보증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와 현지에서 지급보증 없이 대출받는 경우의 이자율이 동일하기 때문에, 국내 모회사의 지급보증을 받을 이유가 없게 된다. 지급보증수수료율이 낮게 책정되어야 해외 자회사의 자금조달비용이 낮아져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국세청의 해외지급보증수수료율 책정방식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직전 2개년 재무자료를 이용하여 지급보증 정상가격 산출시스템을 통해 각각의 표준신용등급을 산출하여 계산한 것이다. 국세청의 시스템은 재무자료만을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산정하기 때문에 국가별·산업별 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위험이 높은 산업군과 안정적인 산업군에 대한 보증요율이 동일하게 산정되는 문제도 있다.

국세청이 기업에 제시한 수수료율과 기업이 책정한 수수료율의 괴리가 큰 기업이 많았다. 전경련 조사에 응한 기업에 따르면 기업이 책정한 수수료율은 0.15~0.6%인 데 반해, 국세청이 제시한 최고 수수료율은 2.51~2.7%로 응답하여 최대 2.5%의 괴리가 있었다. 만약 G기업이 2006년부터 매년 1조 원의 지급보증을 하고(수수료율 0.2%) 국세청에서 수수료율을 2%로 통보했다면, G기업은 5년치 세금 338.6억 원을 추가 납부해야 되며 해외 자회사로부터는 900억 원의 해외지급보증수수료를 수취해야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사례] G기업이 5년 동안 해외 자회사에 1조 원을 매년 지급보증했고 (수수료율 0.2%), 국세청은 지급보증수수료율을 2%로 제시했다면, 수수료율이 소급될 경우에 G기업은 법인세를 포함한 제세금 338.6억원을 더 납부해야 하며, 해외 자회사로부터 900억 원을 해외지급보증수수료로 추가로 받아야 됨.

위 사례에서 보듯이 국세청이 제시한 수수료를 소급적용할 경우, 모회사는 해외 자회사에게 추가로 수백억 원을 청구해야 한다. 추가금액에 대해 현지국가 국세청이 국제관행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본국과 해외에서 이중과세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즉, 해외 자회사의 과세당국이 지급보증료가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지급보증료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아 기업은 양국에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납세기업이 이중과세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의 국세청에 지급보증수수료율에 대해 ‘상호합의’를 요청 할 수 있다(상호합의란 조세조약이 체결된 국가 간의 조세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과세당국 간 협의하여 조세분쟁을 해소하는 절차를 말함). 상호합의가 가능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해외 자회사가 현지 세무당국으로부터 이미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기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상호합의는 조세조약이 있는 경우만 해당되기 때문에 홍콩과 대만 같이 조세조약이 없는 나라는 상호합의를 이용할 수도 없다.

외국계 은행이 대출금리를 결정할 때 재무적 요소 이외에 비재무적 요소로 ① 과거 및 현재 은행과의 거래관계, ②향후 거래 확대 가능성, ③ 대출집중도(총차입금 중 해당은행과의 거래비율), ④ 모회사의 재무구조 및 신용도(대출회사 부실 시 모회사의 상환 또는 추가증자를 통한 리스크 해소 가능여부), ⑤ 부대적 거래 여부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비재무적 사항도 대출금리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현재의 국세청 시스템의 해외지급보증수수료율은 재무적 요인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기업이 책정한 수수료보다 훨씬 높게 나온 경우가 많다. 국세청은 재무적인요인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국세청이 납세기업이 납득할 수 있는 수수료를 책정했다면 소급 및 이중과세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는 조짐이 보이면서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또한 유럽 실물경제가 침체하면서 우리나라의 유럽발 수출도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동의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수입물가도 상승하고있다. 수출은 줄고, 수입물가는 상승하면서 기업환경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올해 선거로 인한 대기업 때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기업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기업인들의 사기가 저하될 우려가 크다. 이러한 시기에 기업에 해외지급보증수수료 때문에 수백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라고 하면, 기업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수수료에 대한 과세를 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국세청에 이의신청, 조세불복 등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많은 돈을 벌어 법인세를 많이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맞다. 우리 기업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정 수수료를 과세하는 것이 올바른 행정일 것이다.

(success@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6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