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내유보 과세의 문제점과 그 우려

[경제시론] 2014-08-05 | 전경련 경제본부 금융조세팀장 홍성일

최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수 타개를 위한 대안으로 기업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24일, 기업이익에 대한 과세를 통해 내수활성화를 도모하는 (가칭)기업이익환류세제의 도입을 발표하였다. 향후 발생하는 기업이익의 60~70% 중에서 2~3년 내에 투자, 임금증가, 배당에 활용되지 않는 부문에 대해 기존의 법인세에 더해 추가로 10~15% 수준으로 과세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익의 일정부문에 대한 과세를 통해 사내유보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이 방안의 골자이다.

하지만, 깊은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내유보 과세는 내수를 증대시키기는커녕 장기적으로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소비확대에도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본회는 기업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검토는 부적절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의서를 지난 7월 17일 정부에 건의하였다. 기업이익환류세제라는 이름의 과세도 결국은 기업의 사내유보에 대해 추가적인 과세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사내유보를 현금성자산으로 인식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중과세 문제,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외국인에 대한 배당확대로 인한 국부유출,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 증가로 장기적인 투자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사내유보는 쌓아놓은 현금이 아니다

첫째, 사내유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과세이다. 즉, 기업 사내유보는 회사 내에 쌓아둔 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내유보란 기업 설립 후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되지 않고 회사 내부에 남아 있는 것으로 공장·기계설비·토지 등 투자에 이미 사용된 부분이 많다. 즉 유보금이 늘어난다고 현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유보금을 투자하라는 일각의 주장은 이미 투자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기업의 사내유보금 중 투자비중은 2007년 84.1%, 2008년 83.9%, 2009년 83.1%, 2010년 84.4%로 이미 85%가량이 실물자산에 투자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현금성자산도 외국 기업과 비교할 때 많지 않으며 현금성자산은 원재료 구입, 차입금 상환, 인건비, 생산설비 운영과 같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포춘 글로벌 500 소속 우리 기업의 현금비중은 5.7%인 반면, 전체기업 평균 8.0%보다 낮다.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규모는 105.6조 원으로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일반 개인도 예비적·거래적 동기 등으로 일정부분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차입금 상환, 생산설비 운영 등을 위해 일정부분 현금이 필요한데,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이러한 일반적 현금 보유에 대한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침이라는 것이다.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 증가로 장기적 투자위축 초래할 우려

둘째, 사내유보에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이며, 재무구조 악화의 우려도 있다. 즉, 이미 세금을 낸 잉여금에 별도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이며, 기업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인 재무 건전성 유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사한 제도로서 2001년 말까지 운영된 ‘적정유보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도 기업 재무구조에 악영향이 우려되어 폐지된 바 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투자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내수확대를 위한 사내유보 과세는 결국 추가적인 법인세 증가효과를 초래하여 실질적인 법인세 비용증가로 장기적인 투자규모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추세 속에서 실질적인 법인세 인상효과는 종국에는 기업의 해외이전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국부유출이 우려되며 소비증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유보율 감소를 위한 배당 증대 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해외배당 증가로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이득을 줄 우려가 있다. 또한, 국내 기업에 대한 높은 외국인, 기관 및 대주주 지분율을 고려할 때 배당 증가가 일반 개인의 소비증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낮다. 삼성전자의 2013년 말 주주구성을 보면 외국인 54%, 기관 15%, 최대주주등 15%, 자사주 11%, 개인 4%로, 배당 확대를 통한 가계소득 증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전체 상장사의 지분현황(2013년 말)을 보더라도, 외국인 32.9%, 기관 16.1%, 정부 3.3%, 일반법인 24.1%, 개인 23.6%로 대주주 보유분을 제외하면 일반 개인 지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섯째, 기업투자나 배당을 확대할 목적으로 기업이익에 대해 법인세에 더해 추가적으로 과세하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미국, 일본, 대만에서만 사내유보를 통한 대주주의 개인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배당을 줄이고 사내유보를 하면 대주주의 개인소득세 이연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사내유보는 조세회피 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과거 국내에서 시행되었던 ‘적정유보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도 개인소득세 회피 방지수단으로 도입되었으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투자촉진 목적으로 도입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의 근간이 되는 사내유보가 과도하다는 주장,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현금만 쌓아두고 있다는 비판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허구의 주장에 불과하다. 기업이익환류세제든 사내유보 과세든 명칭이야 어찌되었건,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부적절하다. 더구나 이런 과세 자체는 이중과세 가능성, 기업 재무구조 악화 초래, 국내 기업 역차별, 장기적 투자 감소 초래와 같은 부작용이 많은 점을 감안, 철회되어야 한다. 특히 주요 기업의 경우 외국인 및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사내유보 과세를 통한 배당증대가 일반 개인의 소비증대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내수 살리려면 과감한 규제완화와 세제지원 있어야

기업의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국내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통해 경영 불확실성을 줄여줌으로써 우리 기업이 국내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업 이익에 대한 과세보다 경제적 효과가 큰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같은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함으로써 기업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hong@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8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