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법 개정안 평가와 보완과제

[경제시론] 2014-09-14 | 전경련 경제본부 금융조세팀장 홍성일

기획재정부는 8월 6일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3대 패키지를 골자로 하는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세운 올해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은 경제활성화, 민생지원, 공평과세, 세제합리화라는 4가지 분야다.

올해 새법개정안은 작년과 달리 세수 확보보다는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기활성화에 방점이 찍힌 세제개편안으로 평가된다. 작년에는 경제상황보다는 세수부족을 우려하여 최저한세율을 높이고, 에너지절약시설 등 각종 투자세액공제를 줄인 반면, 올해는 고용창출투자세액 추가공제율 인상 등 경제활성화 대책이 많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수 증대효과는 5,680억 원으로 작년 2.49조 원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지방투자와 서비스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대상도 늘리는 등 투자와 고용 확대,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제 차원의 수단 측면에서도 패널티성 과세보다는 인센티브형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임금증가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 는 근로소득증대세제 신설, 고배당주식에 대해 원천징수세율을 낮추는 배당소득증대세제 신설,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설비투자를 대상으로 가속상각 허용과 같은 인센 티브형 세제를 많이 도입했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 임금증가, 배당이 당기소득의 일정비율에 못 미칠 경우 부과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국외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간접외납공제 축소, 외납공제 일괄한도 계산방식 폐지를 포함한 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와 같은 패널티성 과세 신설은 다소 우려되는 대목이다.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서도 일몰이 도래한 감면제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일몰종료를 지양하고, 경제활성화측면에서 필요한 공제감면제도가 연장된 점도 긍정적이다. 정책적 필요성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으로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생산성향상시설투자세액공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등 주요 세제혜택의 일몰이 연장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 세법개정에서는 세수확보를 위해 일몰종료를 원칙으로 하면서 일몰도래 44개 제도 중 32개(73%)가 폐지 또는 축소된 것과 대비된다. 이와 함께 상속세 자녀공제한도 확대, 해외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상향조정 등 경제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 동안 묶여 있던 공제한도를 높인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경제활성화의 핵심고리인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축소하고, 경제효과에 대한 고려보다는 수혜대상을 기준으로 기업규모별 차등 지원이 더욱 확대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며, 향후 논의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과제다.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기준율 범위 최소화 필요
첫째, 새로 도입될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과세기준율, 투자 인정 범위와 같은 세부기준 산정 시 기업의 현실이 최대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과세대상에서 과거 유보가 제외된 것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정부가 새로 도입되는 기업소득환류세의 목적이 세수확보가 아니라는 점을 여러차례 밝힌 대로, 새로운 과세로 인해 우리 기업의 국내투자는 물론 해외투자 확대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내유보의 필요성과 규모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과세기준율을 설정해야 한다. 기업입장에서는 미래의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투자자금의 성격상 다년간의 유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적정유보 수준이 다르고, 당기소득이 모두 현금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제시한 과세기준율 범위도 최소화해야 한다. 투자 범위도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른 해외투자 확대추세를 감안해 해외투자가 포함되어야 하며, 순투자가 아닌 자산 취득액을 투자로 인정하는 등 가능한 한 폭넓게 정해야 한다. 환류세 과세대상이 이미 법인세를 납부한 후의 소득이라는 점을 감안, 현재 10%로 제시한 세율도 최소화함으로써 환류세 도입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간접외국납부세 관련 개정안은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외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는 우리 기업의 해외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외자회사의 수입배당금에 대해서는 이미 해당 국가에서 과세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공제하지 않을 경우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며, 국외 자회사의 수입배당금은 과세 주체가 외국 정부라는 점에서 국내자회사 배당금과는 성격이 다르므로 과세형평을 맞추기 위한 양자 단순비교는 무리이다. 정부안대로 개정 될 경우, 기재부 추산 3,000억 원 정도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국외소득의 현지체류 가능성 증가, 해외투자 감소에 따른 세수 위축도 우려된다.

셋째,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는 기업의 설비투자 전반에 대한 유일한 지원세제로서, 공제율 인하는 재고가 필요하다. 개정안대로 기본공제율이 1%p 축소될 경우, 기업의 투자의욕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투자의 95%를 차지하는 대기업의 수도권 내 기본공제가 폐지됨으로써, 국내투자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또한 임투세 운영 당시 수혜대상이 대부분 중소기업(전체 수혜기업 수의 90%)이었음을 감안할 때, 임투세 성격을 띠는 기본공제율 축소로 중소기업의 부담 또한 커질 전망이며, 추가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고용감소 억제효과가 있는 기본공제율의 유지가 필요하다.

넷째, 기업규모에 따른 세제상 차등 지원은 개선이 필요하다. 작년에 각종 투자세액공제가 대기업 위주로 축소된 데 이어, 올해도 동일제도에 대해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 으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차등이 확대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설비투자 가속상각 허용과 제도의 대상을 중소·중견기업으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투자와 고용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세제상의 배려 없이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투자여건 조성, 세 부담 완화 통해 세원 확대해야
올해 들어 기업 전반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세제지원 축소, 패널티성 세제의 신설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가 필수적이며, 세제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2009년 최고세율 인하(25%→22%)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일시 감소하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족한 세수 확충을 위해서 는 세율을 올리기보다는 투자여건 조성과 세 부담 완화를 통해 세원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향이다.

(hong@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