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산업 발굴의 의미와 과제

[경제시론] 2007-12-04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용수

중장기 성장활력 저하와 더불어 최근 우리 경제가 봉착한 난제로 주력 산업부문의 '레드오션(Red Ocean)'화 문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전자,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주력 산업들이 레드오션, 즉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바다에 빠져 있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 산업, 나아가 국가경제의 앞날을 결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레드오션(Red Ocean)에 빠진 주력 산업

실제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선진기업들의 견제와 중국 등 후발국 기업들의 맹렬한 도전이 우리 산업, 우리 기업들을 넛크래커(Nutcrack) 상황으로 몰아가면서, 반도체나 LCD, 석유화학 등에서 보듯이 국내 주력산업이나 기업들의 성과도 글로벌 시장의 수급 상황에 따라 매년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 코스터(Roller Coaster)형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남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첨단지식과 혁신 아이디어보다는 제조 경쟁력에 의존해 온 우리 산업의 근본적인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산업기술의 빠른 진보와 비즈니스 모델의 생명주기 단축 역시 우리 기업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기도 하다.
주력산업의 레드오션화를 극복하면서,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과 선진화를 이끌어낼 차세대 유망산업 및 유망 비즈니스를 다양한 측면에서 발굴, 육성하는 일은 5~10년 후의 생존문제라는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나가야 할 화급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수요 트렌드와 기술진화를 포괄해야

향후 5~10년 후 한국경제를 이끌 차세대 유망산업, 그리고 기업차원에서 요구되는 유망 비즈니스 후보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요 트렌드와 기술의 진화방향을 포괄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니즈와 제도환경의 변화에 따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가까운 미래에 비용이나 편익 면에서 소비자 효용의 획기적인 향상을 가능케 하는 실제 구현가능한(plausible) 기술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산업, 또는 사업영역이라면 충분히 미래 유망산업 및 신사업 후보로서의 자격을 갖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먼저 미래 산업지형과 시장경쟁, 그리고 기업 비즈니스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요 트렌드를 살펴보면 글로벌화에 따른 시장통합, 인구구조의 변화, 가치관 및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환경 및 자원 문제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이슈의 부상, 그리고 사회구조의 변화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향후 5~10년 동안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 사물,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을 구현할 수 있는 초고속 교통, 통신 네트워크와 물류 정보망 구축 노력(상호연결성의 증대), 다양한 기술, 산업, 네트워크의 융합을 통해 편의성, 휴대성, 경제성을 제고시키는 기술(Convergence의 고차원화), 오감인식과 자율구동 등 인간의 능력을 사물에 접합하는 시도(사물의 인간화), 의학, 생체공학, 바이오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토대로 인간의 본원적인 불로장수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노력(생명연장 숙원의 현실화), 그리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면서 현대 산업문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시도(Ecology의 추구) 등이 주된 진화의 방향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양성과 통합의 미래사회

이러한 수요와 기술변화 트렌드에 기초해 그려본 미래사회의 특징은 '다양성과 통합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다양성(Diversity)은 인구구성의 다양화, 다양한 가족형태의 출현, 개인주의 및 개성중시 현상의 심화, 사고·활동공간의 확장, 그리고 제품 서비스 유통채널의 확대 등이 미래사회와 미래시장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통합성(Integration)은 다양성에서 오는 갈등이나 모순 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이 고조될 것이며, 특히 기업 비즈니스에서는 다양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환경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통합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지식경제의 확산으로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통합할 필요성도 제기되며, 기술발전에 따른 통합의 용이성 증대로 디지털화 및 컨버전스(Convergence) 등이 가속될 것이다.
결국 이런 미래사회의 트렌드를 산업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면 다양성과 통합에 대한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산업 또는 비즈니스가 유망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비즈니스의 유형별로 보면 제조보다는 서비스 및 솔루션, 그리고 구현공간 상으로는 가정이나 사무실 같은 고정공간보다는 모바일, 유비쿼터스(Ubiquitous) 쪽이 미래사회의 다양성과 통합성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수용하는 데 보다 적합할 것이며, 이를 적절히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미래 산업지형의 재편을 주도할 것이다.

규제완화와 비즈니스 통찰력이 관건

과거 산업혁명 이래 50년을 주기로 세계의 산업 패러다임과 주도산업은 크게 변화해 왔다. 지식정보화 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간·기술간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융합과 경계를 넘나드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산업진화의 패턴에 부응하는 새로운 미래 유망산업 및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고 육성해 나가는 일은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적으로도 중차대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제의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다각적인 노력과 양자 사이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 측면에서는 불합리한 규제의 완화 및 개선을 통해 혁신적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할 것이며, 특히 기존의 규제 틀에 얽매여 미래형 신산업의 출현을 지연시키거나 가로막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다 혁신적인 신산업 부문으로 인재와 자금, 기술이 흘러갈 수 있도록 경제 내부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 관점에서는, 미래 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제고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수요와 고객가치의 변화 방향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이를 신사업 기회와 연결하는 노력이 미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물산업 부문에서 야심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GE나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탄받는 석유기업에서 친환경적인 대체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BP 등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기업에게도 글로벌 차원의 트렌드 변화를 자사의 역량과 결부시켜 신사업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통찰력이 필요하다.
눈앞의 실패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먼 미래를 내다보고 전략적 가치를 발굴하고 실행하는 기업가정신의 회복이 긴요한 시점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1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