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대 기업 투자 계획과 정책과제

[경제시론] 2012-06-15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장 유환익

국내 선거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600대 기업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전경련이 매출액 순600대 기업의 지난해 투자실적 및 올해 투자계획을 집계한 결과, 2011년에는 125조 6,217억 원을 투자하여 2010년 117조 5,033억 원에 비해 6.9% 늘어났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 앞장선 결과로 해석된다.

2012년, 600대 기업 사상 최대투자 계획 세워

올해 600대 기업은 사상 최대규모인 140조 7,719억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작년보다 12.1% 증가한 것으로, 기업들이 위기일수록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및 중국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가계부채 등에 따른 내수침체 우려로 수요 확보가 불투명 한 상황에서도 시장선점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집행함으로써, 향후 세계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계획을 부분적으로 살펴보면, R&D 투자에 28조 223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4.0% 증가에 그쳐 다소 주춤했던 2011년 실적에 비해 16.9% 늘어난 수치다. 이는 기업들이 신성장산업 발굴을 통한 국가 성장잠재력확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종별로 제조업은 전자·자동차·화학 등의 투자 확대로 전년 대비 11.3%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의 경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 시스템반도체 라인 확대, OLED관련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의 경우 친환경·고효율 자동차 등의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 태양광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비제조업은 전력·가스·수도, 통신·IT서비스 등의 투자 확대로 전년 대비 13.6%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가스·수도의 경우 노후설비 교체와 사업확대 관련 투자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IT서비스는 차세대 통신망 구축과 스마트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경기회복과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관건

한편, 올해 투자 확대를 계획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행투자(32.4%), 신성장산업 등 신규사업진출(20.5%) 등을 꼽았다. 반면, 국내외 경기전망 불확실(55.4%)은 기업들이 투자 축소를 계획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기전망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할것임을 보여준다.
600대 기업은 올해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경제변수로 국내외 경기회복 여부(69.8%)를 지목하였다. 그리고 비경제변수로는 대선 등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32.3%)을 지목하였다. 이는 기본적인 경기상황과 더불어 국내의 정치적 안정이 투자 확대를 위한 중요한 선결과제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 도입 지양하고 투자·일자리 친화적 환경 조성해야

2011년 세제개편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폐지되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전환되었으며, 법인세 높은 세율 인하계획이 철회되었다. 또한 ‘신성장동력 및 원천기술 R&D 세 액공제’ 등 연구개발 관련 조세 지원제도 7건도 올해 말을 끝으로 일몰될 예정이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출차총액제한제도 부활,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정책을 앞 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재의 정책적·제도적 환경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로 급변하는 정책과 제도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기업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주요 국가의 정권교체기가 겹치면서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글로벌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포퓰리즘 성격의 반기업정책 도입을 지양하고 규제를 완화하여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선, 투자 관련 세제지원을 확대해 기업의 비용부담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
현행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공제율을 확대하고 근로자 수 산정방법을 개선하며 공제대상 업종과 자산의 범위를 넓혀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 환경보전시설 투자세액공제 등의 공제율과 대상을 확대하여 기업의 녹색투자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 일몰되는 연구개발 관련 조세지원제도의 기한을 연장하여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성장동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입지규제도 완화되어야 한다.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기존 공장의 증설허용한도를 확대하고, 관광시설 면적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 다. 또한 첨단업종 공장 증설 시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환경오염이 적은 첨단업종의 자연보전권역 내 입지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녹지지역, 준주거지역 등에 대한 대형마트 출점제한을 완화하고, 대형마트·SSM 등에 대한 진입·영업규제도 철폐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및 순환출자규제, 중소기업적합업종 강제화, 휴일·연장근로 제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기업 투자를 저해 하는 각종 규제 도입을 지양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들은 반기업정서를 강화하고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본래 의도와 다르게 기업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들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yhi@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6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