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과제

[경제시론] 2013-02-15 | 전경련 산업본부 미래산업팀장 김태윤

세계경제는 80년대 이후 꾸준히 3%대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때 10%대에 이르던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2000년에 들어서 4.3%로 하락하더니 최근에는 3%대 아래까지 추락하는 등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3% 미만의 성장을 한 경우는 1980년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아주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성장의 둔화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감소시키고, 저소득층의 고용안정을 저해함으로써 소득 양극화를 발생시키는 문제를 낳고 있다.
지금은 정부와 가계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과거와 같은 재정확대, 금리인하 등의 소비진작책만으로는 침체된 경제를 다시 살리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투자확대를 통한 경기활력의 주체는 기업밖에 없으므로, 규제를 완화하여 기업투자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고용률을 늘리기 위해서 다음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의 사업장이 U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둘째,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연구소, 공장 설립 등 직접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유인하며 셋째,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국내 기업이 미래 유망산업에 투자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의 U턴 확대, 대응방안 마련 시급

과거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의 주요 제조업 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 인건비 감소, 무역 규제 등을 이유로 중국 및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였다.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제조공장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면 국내의 고용을 감소시킨다.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거점 및 연구소의 해외 이전은 우리 핵심산업의 기술을 유출시킬 우려가 있어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국내로 U턴시킬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지식경제부의 발표에 의하면, 해외에 진출한 기업 중 10%만 복귀해도 8.5만 명의 고용과 29.6조 원의 생산이 증가하고, 7.5조 원의 GDP가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전자부품·전기장비, 의복·신발, 운송장비 등은 국내 U턴이 가능한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인건비 상승과 낮은 기술 숙련도로 인한 생산성 악화, 그리고 최근에 체결된 EU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발생한 관세효과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진출한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복귀할 수 있는 요인은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과감한 지원정책이 수반된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오바마 정부는 국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해외 사업장을 본국으로 이전하는 기업에는 추가 세제혜택을 주고, 해외로 아웃소싱하는 기업에는 감세혜택을 줄이는 ‘The bring jobs home act’ 법안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그 결과 애플, 월풀, GE 등 일부 기업들은 본국의 생산물량을 늘리거나 일부 생산공장을 다시 자국으로 옮기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해외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U턴을 촉진하기 위해서 우선 법인세 및 관세 감면, 입지·설비 보조금 지급, 인력·자금 지원 등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촉진

’12년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전년 136.7억 달러 대비 18.9% 증가한 162.6억 달러로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최대 10만 명의 국내 고용효과를 발생시키고, 경기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투자를 계획했다가 규제 및 일관성이 없는 정책 추진 등으로 인해서 투자를 포기하고 경쟁국들로 발길을 돌린 외국기업들이 많다. 이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취약한 국내 부품소재 산업, 복합리조트 등 서비스업 등에서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단순 조립공장이 아닌 R&D 센터 유치 등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R&D 투자는 GDP 대비 세계 2위, 절대규모 또한 6위 수준이나, 변변한 글로벌 기업의 R&D 센터 하나 없는 실정이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은 세계 유수 기업의 R&D 센터를 유치하여 거대한 기업 집합체로 거듭나고 있다. 맥킨지 조사에 의하면, 지난 5년 동안 글로벌 제약기업의 대중국 R&D 투자 금액만도 20억 달러 규모라고 한다. 이는 단순히 돈의 투자 이외에 우수한 인력이 모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성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기술지향적인 국가에서는 외국기업의 국내 직접투자를 증가시키고, 국내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여 우리 기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신성장동력 산업 발굴에 보다 힘써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녹색, 첨단융합, 서비스산업 등 17개 신성장동력을 제시하고 육성에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최근 국제무역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2011년 세계 수출 1위 품목 최다 보유국은 중국으로, 전년보다 78개가 증가한 1,431개, 한국은 전년 대비 10개가 감소한 61개로 세계 15위를 기록하였다. 특히 우리나라가 차지했던 1위 품목 중 12개가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나 중국의 급성장이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한 것처럼 선진국과 중국 사이의 넛 크래킹 현상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은 IT와 융합된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여 우리가 잘하고 있는 전자통신·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내실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바이오·수처리 산업 등 미래 지향적인 산업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가 부족한 부품소재·화학 등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우수한 이공계 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생산성이 향상되면 일자리가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 및 시장이 창출되면 전·후방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서비스업의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 OECD에 의하면 전체 서비스업 중에서 임금이 높고 고용이 늘어나는 양질의 일자리 비중이 스위스 57%, 일본 29%에 비해서 한국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그 취약성이 입증됐다. 따라서 경쟁이 심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숙박·요식업 중심에서 의료, 소프트웨어, 시험·인증·정비 등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국민생활 안정 및 통합을 도모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성장의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것을 국정의 첫 번째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kty@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