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한 과제

[경제시론] 2014-10-14 | 전경련 국제본부 아시아팀장 정봉호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5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였다. 2012년 6개월 연속 세계경기 침체로 대중 수출이 감소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수출이 줄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5월 이후 중국의 경기와 수출이 회복국면에 있음에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우리 대중 수출의 약 96%를 점유하는 자본재와 중간재(부품, 반제품) 수출이 중국 내 공급능력 확대와 중국진출 한국기업의 원부자재 한국조달 비중 감소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평판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석유화학중간원료 등 주력 수출품목 역시 중국 관련기업의 공급능력 확대와 기술력 제고, 세계적 공급과잉 등 구조적 요인이 함께 맞물리면서 올해 7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6~25% 줄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내 중간재 조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 기인한다. 실제 중국의 중간재 수입 증가세는 2012년 한 자리대로 축소된 후 금년 1~7월 중 감소세로 바뀌었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둔화는 부품, 반제품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부품 수입은 6.0% 감소하였다.

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실무협상은 교착상태
주지하다시피 우리 정부는 농업분야의 분명한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가공무역·중간재 위주의 대중 무역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2012년 5월 중국과의 FTA 협상에 공식 착수하였다. 이는 관세 환급이 적용되는 가공무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관세가 적용되는 일반무역 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FTA 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에 끝난 한-중 FTA 1단계 모델리티 협상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협상 결과, 양국은 품목 수 기준으로 90%, 수입액 기준으로 85% 이상의 자유화율에 합의하였다. 서비스·투자에서는 GATS(WTO 서비스협정)와 한-중 BIT(양자 간 투자협정)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달성키로 하였다. 규범·협력 분야에서는 중국 측이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지재권, 경쟁, 전자상거래, 환경, 투명성 등을 협정 대상범위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후부터 올해 7월까지 다섯 차례 이루어진 2단계 품목별 양허협상에서 양국은 농수산물과 공산품시장 개방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대중 수출 공략품목에 대한 조기 관세철폐를, 중국은 우리 농수산물 양허 확대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초민감품목에 있어서도 한국은 농수산물과 영세 중소기업 제품을, 중국은 석유화학·기계·철강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올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시 양국 정상이 천명한 “높은 수준의 포괄적 한-중 FTA 협상 연내 타결”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비판마저 등장하고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한국이 서비스 및 투자 진출 등의 실익을 얻고, 향후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발판을 구축하기 위해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를 원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은 질적 성장 위주의 발전모델로 전환하면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국의 서비스시장 개방에 소극적이고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수입제한조치, 반덤핑, 상계조치,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통관절차 등의 분야에서 높은 비관세장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FTA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효과 예상돼
2012년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 밝히 바와 같이 중국과의 FTA는 규모나 파급력 측면에서 한-미 FTA, 한-EU FTA를 능가한다. 지리적 접근성, 상호보완적 무역구조로 인해 다른 FTA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한-중 FTA 발효 5년 후 한국의 실질 GDP는 0.95~1.25%, 10년 후 2.28~3.04% 증가하고, 고용은 발효 후 5년에 19만~25만여 명, 10년에 24만~33만여 명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이제 우리 협상라인은 5월 이후 4개월 연속 對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양허협상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실질적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부터 FTA 협상에 있어 목표시한을 설정하지 않은 만큼, 자칫 ‘연내 협상 마무리’라는 물리적 시간에 쫓길 경우 우리의 실리가 저해될 수 있으므로 남은 기간 중 보다 신중하고 치밀한 협상전략을 다시 마련하여 실행해야 한다.

우선, 2012년 협상 개시 이후 크게 달라진 한-중 교역구조의 변화 원인과 세부 품목별 시장점유율 변화 등을 면밀하게 재검토하여야 한다. 특히, 중국의 수입규모가 크고 관세율이 높은 품목군에서 최근 우리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만큼 FTA에 따른 관세철폐 혜택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중국 수입시장 내 입지 강화를 위해 기계류, 전기기기, 화학제품, 철강제품, 자동차 품목군에서 우리 주력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FTA 체결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중국의 서비스시장 개방, 중국 진출 우리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 기타 비관세장벽 등에서도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어내야 한다.

관련 기업, 업종단체도 한-중 FTA가 예외품목만 잔뜩 설정된 기존 한-아세안 FTA, 한-인도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와 같은 전철을 우리 정부가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0년 1월에 발효된 한-인도 CEPA의 경우 자동차, 철강, 광업, 전자 등 분야에서 관세 철폐율이 대략 75% 수준으로 자유화율이 매우 낮았다. FTA 이해당사자이자 수혜자로서 기업은 정부 한-중 FTA 실무협상라인에 산업별·분야별로 상세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협상을 측면지원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 동시에 한-중 FTA의 조속한 타결이 양국 경제에 득이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작업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협상 타결 후 국회 비준에도 이행과정에서 개선이 요구되는 부문을 적극 발굴해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jb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10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