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보전이 포함된 주5일제, 기업경쟁력 약화 초래

[보도자료] 2002-08-28 | 고용복지팀 안성민 연구원

임금보전이 포함된 주5일제, 기업경쟁력 약화 초래

(문의)고용복지팀 안성민 연구원(3771-0496,ahnsungmin@fki.or.kr)

전경련(www.fki.or.kr)은 8월 28일 발간한 [주5일 근무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통해, 실근로시간과 법정근로시간의 격차가 큰 우리의 현실에서, 연월차·생리휴가등의 임금보전이 포함된 주5일 근무제 도입은 편법적인 임금인상만을 초래하여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하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한다.

당초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IMF사태 이후 대량해고의 위기 하에서 1998년 노동계가 근로시간과 임금을 줄여 일자리를 마련하자는 소위 '일자리 나누기'를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경제계도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로시간 및 임금감소 방안에 동감하고 바람직한 도입방안을 노사합의로 도출하기 위하여 논의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고용사정이 호전됨에 따라, 양대노총은 '고용유지를 위한 고통분담' 논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근로시간은 줄이되 임금은 줄여선 안된다는 소위 '삶의 질 향상'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결국 노사정이 모두 합의하고 공감한 제도도입 논의 초기의 목적과 문제인식은 사라지고 편법적인 임금인상 전략만이 남게되었다.

주당 평균 실근로시간이 49시간 내외에 달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될 경우, 실근로시간 단축효과는 거의 없고 법정근로시간 단축분 만큼의 시간외 수당 등 약 15%의 인건비 부담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노동계는 주5일 근무제 도입시 폐지되는 연 월차 및 생리휴가에 대한 금전보상을 주장함으로써, 20%를 훨씬 넘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실근로시간이 단축된 이후에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였으며, 따라서 그 충격이 아주 미미하였다. 아직도 실근로시간과 법정근로시간 사이의 격차가 큰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리하게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보다는 초과근로 할증률 조정, 휴가사용률 제고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한 후 실근로시간이 40시간에 근접했을 때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행법 하에서도 규정한 휴일과 휴가를 모두 소진하면, 법정근로시간의 단축 없이도 정상 근로시간은 주당 38∼36시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경제계는 주5일 근무제가 우리 경제 여건상 시기상조이나 굳이 도입하려 한다면, 기업 경쟁력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하며, 국제적 기준과 동떨어진 제도 도입은 곤란하다는 점을 누차 지적해 왔다. 그렇다면 경제계가 주장하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주5일제를 도입하더라도 총휴일수는 최소한 일본의 휴일수(129∼139일)를 초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8,900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37,000의 일본과 같은 수준의 휴일수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휴일수는 91(1년근속)∼101일(10근속)이다. 노사정위 안에 따르면, 연월차휴가를 통합하여 근속년수에 따라 15∼25일을 부여하여도 총휴일수는 136∼146일로 증가하여 경쟁국은 물론 일본과 세계최고 수준인 프랑스(145일)보다 많아지게 된다. 선진국의 평균은 연간 126.8일이다. 더욱이 생리휴가(12일)를 무급으로 존치할 경우, 여자근로자의 휴일수는 148∼158일로 증가한다. 또한 휴일수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약정휴가 약10일(창립기념일, 하계휴가, 경조휴가 등)을 포함할 경우, 휴일수는 남자근로자 146∼156일, 여자근로자 158∼168일로 증가한다.

둘째,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지키져야 한다. 주5일 근무제 도입시 폐지되는 생리휴가와 연월차휴가의 임금보전을 금지하고, 잘못된 관행인 유급주휴제를 무급주휴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추후 노사간의 법해석상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주5일 근무제 도입시 사용자가 약속한 임금보전의 범위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감소하는 4시간분 임금에 한정된다는 점을 법개정 내용에 반드시 명기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제도개선은 국제기준에 맞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주6일 근로를 전제로 하고 있는 근로조건제도상의 과잉보호 규정들을 주5일 근무제 도입시에는 마땅히 국제기준에 맞추어 개선해야 할 것이다. 초과근로 할증률을 ILO기준인 25%로 조정하고, 탄력근로시간제를 국제 수준인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하며, 생리휴가를 국제기준에 따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성보호법 제정시, 정부는 이미 생리휴가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휴일·휴가의 실제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사용자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은 미사용 휴가에 대한 금전보상을 금지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우리 경제와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막대한 추가 부담을 이겨내기 위한 최소한의 한계조건이며, 따라서 노동계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반영한 노사정위 안 및 정부의 중재안 등은 합리적인 논의를 위한 적절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더욱이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해놓고, 공무원들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범실시하고 은행권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토록 함으로써, 스스로 규칙을 위반하였다. 공무원이 앞장서는 토요휴무제와 금융기관의 조기 주5일 근무제 도입은 국민경제활동을 불편하게 하고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공부문의 주5일 근무제 실시는 민간기업에서 일반화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금융기관의 토요휴무제 시행은 타부문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분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는 현실에 기초한 합리적인 비용분담 원칙과 국제적인 기준을 감안하여 노사정간의 합의와 국민적 컨센서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2000년 10월 노사 기본합의문의 정신을 되살려 순수한 경제논리에 의거한 국제기준·관행을 토대로 근로자의 삶의 질과 기업의 경쟁력이 조화롭게 균형 되는 방향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