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증가에 따른 적대적 M&A 가능성 및 평가' 에 대한 논평
- 2004-04-07 | 기업정책팀 양금승 기업정책팀장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적대적 M&A 방어수단으로서 출자총액규제 의 완화는 부작용이 더 심하기 때문에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4월 6일(화) 공정위 정례 브리핑자료)은 국내경제 현실과 크게 차이가 있다고 본다.
전경련, 역차별적 출자총액규제 폐지 시급, 주장
우선 공정위는 적대적 M&A 규제 등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조치 보다는 자본시장, 특히 M&A 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데 치중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M&A 자체는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출자총액규제를 받지 않은 외국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에 불리해진 상황은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특히, 국내기업에 대해서만 25%의 출자한도로 묶어놓을 경우, 최근 1700억원을 투자한 소버린이 자산 5조원의 SK그룹에 대한 경영권 취득을 시도한 사례와 같이 출자여력이 없는 국내그룹들은 주요 계열사를 외국자본에 넘겨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둘째, 공정위는 최근 국내 주요 금융회사가 외국인에게 넘어가면서 이들과 연계한 적대적 M&A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M&A 시도에 대해 현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경우 실질적인 성공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내현안은 일자리 창출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확대가 시급함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으며, 치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국제경쟁력 제고에 전력투구할 때이다. 국내주가가 낮게 평가된 현실에서 국내기업들이 한가롭게 그룹의 전력을 경영권 방어에 쏟아 부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대농과 같이 적대적 M&A에 대응하기 위해 과도하게 자금을 충당하는 경우 투자는 커녕 부도에까지 이르는 것이 실제 경제현실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유치에 따른 적대적 M&A의 방어를 위해서 98년 2월 출자총액규제를 폐지한 점과 선진외국도 자국기업 보호와 국부유출 방지를 위해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사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공정위는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해 정상적 우량기업은 실익이 없기 때문에 시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기업경영은 항상 일시적으로 위험상황에 노출될 수 밖에 없으며, 적대적 M&A는 일시적 위험상황에 처한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공정위는 출자총액규제를 완화할 경우 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괴리'가 더욱 확대되고, 투자보다는 경영권 방어에 자금이 오히려 충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소유-지배 괴리도는 출자총액규제의 기준이나 근거가 아니며, 손익 등의 회계정보와 같이 투자자들에게 공개할 정보에 불과하며, 소유-지배 괴리도가 크다고 해서 기업지배구조가 나쁘거나, 대리인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출자총액규제를 완화할 경우 기업집단은 경영권이 보장된 가운데 실질적인 투자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넷째, 공정위는 출자총액규제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서 제시된 기업내외부견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때가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기업의 내외부견제시스템이 선진국 수준이상으로 마련되었고, ‘05년 1월부터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시행되어 기업총수에 대한 시장의 사후감시기능이 작동할 환경은 충분히 조성되었으므로 출자총액규제의 폐지를 3년 이후로 미룰 이유가 없다고 본다. 특히, 각종 제도개혁으로 정상적인 시장기능이 작동하게 되어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는 기업행동이 있을 경우 기업총수나 경영자는 법적 제재보다 훨씬 타격이 큰 주가하락 등의 제재를 시장에서 받게 되므로 일반투자자나 채권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로 출자총액규제는 더 이상 존속시킬 명분과 실익이 없고, 존치할 경우 우리 경제회복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큰 짐이 되므로 조속히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의] 양금승 기업정책팀장(3771-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