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 2호_특별기고

2007-04-30 | 윤리경영팀 김현수

기업윤리 뉴스레터(FKI Business Ethics News Letter) 제2호

특별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현황과 과제

최 인 철(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부가 힘과 동일시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월마트가 페루보다 훨씬 부유할지는 모르지만, 힘과 위상에서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월마트에는 조세징수, 징병, 구금이나 구인과 같은 강제권이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정부에도 고개를 쳐들 입장이 되지 못한다. 과거 ITT나 동인도회사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으나, 월마트는 소매분야 외에는 영향력을 발휘할 힘이 없다.”

－존 미클스웨이트 &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著, ??The Company?? 中에서

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가 : 거인에 대한 근심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와 더불어 기업이 지배하는 생활의 범위가 너무 커지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기업윤리(Business Ethics)」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투자자와 소비자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기업이 이윤창출 외에 환경, 노동, 인권, 복지 등 사회 전 영역에 대해서도 경제력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행동을 실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사회적 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 운동, 계약공장 전체의 임금총액이 농구 스타 한 명의 광고료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난 아래 불매운동에 처했던 나이키사, 미얀마의 군사정권을 지원했다가 미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부딪쳐 현지에서 철수했던 펩시콜라의 사례 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기업의 경영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범화하려는 노력도 이제 거의 종착역에 이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적인 규범화 작업은,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품질인증(ISO 9000)이나 환경인증(ISO 14000)처럼 국제거래의 필수적인 제약조건으로 만들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강제인증제도로 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세계 주요 기업이 국제표준화기구의 인증을 개별적으로 채택하는 경우, 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은 물론 협력업체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들 역시 표준화된 내용을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요컨대 그동안 기업경영의 부차적 요소로 간주되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각종 금융거래나 계약관계에서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과 이윤추구의 딜레마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기업경영에 반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많은 학자들은 윤리수준이 높고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기업일수록 경영성과가 뛰어나며, 따라서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야말로 최선의 장기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영성과와 기업윤리 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이의 상생관계(win-win)는 결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현실은 오히려 양자를 상충(trade-off)관계에 빠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법률은 위반하면 즉각적인 제재를 받지만, 윤리는 자기규범인 만큼 벌칙으로부터 자유롭다. 소비자들이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기업의 제품을 꼬박꼬박 구입해서 기업을 발전시켜 준다는 보장도 없다. 시민단체 혹은 정부가 원하는 높은 수준의 윤리 기준을 충족시키는 기업이 비용 부담 때문에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더욱이 시민단체나 정부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의 책임수준을 정확히 알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단적인 예로 기업의 사회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보자. 다우존스지속가능성 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는 기업평가에서 경제적 성과의 가중치를 50% 이상 부여하는 반면 FTSE4Good Index에서는 경제적 성과와 소비자 만족도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조사과정의 통계적 신빙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기업은 과연 이윤과 사회성 중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한계 때문에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추구와 더불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경영전략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그러면 기업에 쏟아지고 있는 사회적 요구와 경제적 요구의 딜레마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양자의 조화를 위해 기업윤리를 포함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경영전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식하고 세심한 관리기법들을 개발해 왔다.

첫째는 윤리경영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일이다. 기업들은 사회적 리스크를 예방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의 토대 구축을 위해 법령 준수(Compliance)는 물론 사회통념에 어긋나지 않는 윤리적 의사결정 관행을 체질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03년 현재 포춘 500대 기업 중 약 92%가 윤리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 영역은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순수한 사회 책임 활동의 실천이다. 윤리경영이 윤리적 가치를 경영활동에 적용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회적 책임 활동은 이윤 추구 외에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지역공동체에 대한 기업의 공헌을 의미한다. 사회공헌기금을 통한 장학사업이나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셋째, 기업이 수익의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자선활동을 넘어 기업의 가치사슬과 연결된 전략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지역의 대학을 지원하면서 IT인력을 육성?확보한 사례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 활동은 단순 자선적 활동에 비해 지속성은 물론 규모의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비즈니스 모델화 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이는 이윤 획득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동물실험 금지를 모토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유도해 낸 영국의 ?The Body Shop International?, 안전과 환경을 배려한 철저한 정보공시와 자체브랜드를 개발하여 기록적인 매출 증대를 올린 일본의 유통업체 ?이온(AEON)?, 도요타 자동차의 친환경 자동차 개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영전략으로서의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의 분류

	사업내 영역	사업외 영역
예방적 윤리	① 윤리경영 시스템 구축   - 법령준수 및 자기규제 책임	② 사회적 책임 활동   - 장학사업, 빈공층 지원
적극적 윤리	④ 사업활동을 통한 사회혁신   - 바디 샵 인터내셔널(영국)   - 이온(일본), 도요타(일본)	③ 전략적 사회공헌활동   -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학 지원과 IT인력 확보

 주 : 노무라총합연구소, ??知識資産創造??, 2003년 9월호에서 재작성

사회적 책임 활동의 정착을 위한 제언

기업은 경제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존재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일시적 사명감이나 사회적 압력만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힘들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들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 활동을 인사, 마케팅, 제품개발 등 기존의 경영과정과 연결시켜 기업가치를 제고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사회적 책임활동은 기존 투자자, 소비자, 임직원들의 충성심을 제고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잠재적인 소비자와 투자자를 발굴함으로써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핵심 인재들의 이직률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가치창조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 빠른 승진과 높은 보수로 확보한 인재는 언제든지 같은 이유로 회사를 등질 수 있는 반면,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구성원들에게 조직에 대한 자발적 신뢰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최고경영층의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주로 하위직급 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을 독려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전문지식을 지닌 경영자들의 노하우를 사회와 공유하는 것도 기업 내외부적으로 좋은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진들이 관련 사회단체에 직간접으로 참여하여 사회적 책임 활동을 솔선수범할 수 있다면, 사회공헌 활동의 예산 규모나 양적 지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와 기업 사이의 관계가 건강해야 한다. 건전한 사회는 성공한 기업을 필요로 하며 기업의 성공은 건강한 사회적 환경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신의 이윤추구 활동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시민단체는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가 기업의 경쟁우위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따뜻한 영혼을 갖지는 못했을지언정 두뇌와 자원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지혜의 보따리를 풀 수 있는가 여부는 추상적인 대의명분이나 힘의 대립이 아니라 위와 같은 공유가치를 서로가 얼마나 성실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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