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관 포스코 상무의 윤리경영을 위한 리더의 조건
- 2007-11-19 오전 10:21:34 | 윤리경영팀 정혜미
김수관 포스코 상무의 윤리경영을 위한 리더의 조건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지난 11월 1일 개최한 제1523회 세미나에서 김수관 포스코 상무가 ‘윤리경영과 리더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단기적인 재무목표를 희생해서라도 장기적인 철학에 기초하여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회사이익과 기업윤리가 상충되면 기업윤리를 택하란 말이다.”
●“기업에서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하지만 효과적이지 못할 때가 많다. 효과적으로 일하면 꼭 필요한 일만하기 때문에 경영의 낭비가 생기지 않는다.”
◇“참 리더는 맑은 소리 나는 트럼펫”◇
윤리학은 학문적 측면에서는 매우 복잡하지만 기업윤리에서 볼 때는 매우 간단하다.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될 도리가 바로 기업윤리다. 내게 이익이냐, 손해냐의 문제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의(義)를 따르는 것이 윤리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가 마땅한 윤리사회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은 도덕적인 이상사회가 아니기에 유치원에서나 이야기하는 OX나 흑과 백으로 간단히 구분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해의 다툼 속에는 대부분 회색지대가 존재하고 그래서 윤리라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결국 기업의 문제는 고전적인 관점에서 책임이라는 문제를 들 수 있다. 통상적으로 경제적인 책임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윤을 내고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고용을 유지한다면 과거에는 책임을 다했다고 하겠지만, 지금은 그것 가지고는 안 된다. 사회의 책임, 공공의 책임, 자살의 책임, 환경적 책임 등을 다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것이 요즘 이야기되고 있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다. 사회책임경영 혹은 지속가능경영(Sustantiality)의 경우에 해당한다. 이름은 달라도 윤리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콘텐츠는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한다.
윤리적으로 일하면 효과적이다
윤리경영이 경영을 하는 데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피터 드러커는 효율과 효과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피터 드러커가 보기에는 기업 내부에서 많은 사람들이 매우 효율적으로는 일하지만 효과적이지 못할 때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효율이란 것은 주어진 일을 제대로, 똑바로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때 주어진 일에는 위에서 잘못 내려온 쓸데없는 일이 상당히 많다. 쓸데없는 일을 아무리 똑바로 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경영의 낭비다.
기업에서 말하는 효율이라는 것은 단기적이거나 부분적일 경우가 많다. 반면에 효과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만을 하기 때문에 경영의 낭비가 생기지 않는다. 물론 CEO나 임원 같은 리더들이 보기에 꼭 필요한 일을 파악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사람, 돈, 시간, 기술, 자원, 정보 등의 경영자원이 경영활동과정에서 왜곡되지 않을 것이다.
효과라는 것은 그 속성상 장기적이거나 어떤 포괄적인 전체의 문제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조직의 본질적인 것에 부합하는지의 효과를 따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티븐 코비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이라는 책이 있다. 영어의 원전의 제목은 《매우 효과적인 일곱 가지 습관》 이다. 번역이 아주 잘됐다고 생각한다. 결국 매우 효과적인 사람이 인생에 성공을 한다는 소리다. 매우 효율적인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돈을 벌어 엄청난 재벌이 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보면, 몸은 망가졌고 가족관계는 해체돼 버려 인생의 성공을 논할 수 없다.
물론 피터 드러커가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윤리적으로 해라” 라고 이야기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윤리적으로 일을 하니까, 효과가 있더라는 것은 우리들이 다 경험해서 알고 있다.
작은 것도 방치하면 위험요소
기업문화 측면에서 윤리경영을 생각해보자. 다 알겠지만 유리창 이론을 다시 한 번 말해보겠다. 유리창 이론은 낙서나 유리창 파손 같은 사소한 범죄를 방치했을 때, 큰 범죄로 간다는 미국 심리학자의 이론이다. 어느 조직이라도 ‘근무가 태만하다’‘회사의 자산을 아끼지 않는다’‘어떤 사람이 불친절하다’등의 사소한 것이라도 방치하면,
이것이 암세포처럼 조직에 만연돼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고객과 접점에 있는 기업의 경우, 치명적인 고객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어느 건설회사의 현장사무소에서 일어난 일을 예로 들겠다. 현장사무소라는 것이 별동부대 같은 것이다. 신입직원이 지각을 했는데 아무도 그 직원에게 조언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한 달 후 다른 직원들이 지각을 시작했고, 어떤 직원은 결근을 했다. 더 시간이 가자, 누군가가 “너 왜 결근을 하느냐?” 라는 얘기조차 안 하는 풍조가 생겨 버렸다. 6개월 뒤에 보니, 직원 4명이 비자금을 만들어 제주도에 골프 투어를 갈 정도였다. 조직 전체가 망가진 것이다.
그 다음에 말하고 싶은 것은 지속가능경영이다. 이는 단기적인 재무목표를 희생해서라도 장기적인 철학에 기초해서 경영의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단기적인 재무목표가 무엇이겠는가? 기업의 이익이다. 회사 이익과 기업윤리가 상충되면 기업윤리를 택하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요즘은 ERP같은 시스템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특히 제조회사의 경우, 공정이 상당히 길어 각 공정에 들어가는 정보의 정직이 다음 공정에서 그것을 처리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가 나와야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워낙 조직이 크고 공정이 많다보니 간단한 부분인데도 잘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포스코가 윤리경영에서 바라는 것은 그곳의 종사자들이 직급의 고하를 불문하고 환경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새벽 한두 시라도 정직하게 상관에게 보고를 하라는 것이다. 그 보고를 받은 상관도 정직하게 피드백을 하고 처리를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포스코가 바라는 정직한 문화이다.
높이 오를수록 깨끗해져라
결국 조직에 있어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리더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조직원들이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열정을 가지고 몰입할 때 경영성과가 나온다. 그런데 이때 리더와 일에 윤리성이 없으면, 경영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의 코멘트를 인용해 보면 “사람들은 영양부족, 무지함, 자신감 결여, 예절 부족과 같은 것은 용서해도 성실성이 없는 것은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의 사람들은 부하 직원들일 것이다. 그 일이 윤리적일 때 가장 열성적으로 일을 한다는 말이다.
리더의 마음속에 사심이 들어가면 열정을 가질 수가 없다. 리더가 사심을 가지면 높은 곳에 있는 원숭이 엉덩이처럼 보인다. 그래서 밑에 있는 조직원들이 높은 곳의 리더를 마음속으로 조롱할 수 있게 된다. 정진섭 추기경이 말씀하신 성서의 내용 ‘높은 단위에 올라가는 분은 속옷을 입어라’와 비교가 될지도 모르겠다.
한편, 논어에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아는 데 3년이 걸리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아는 데는 3일이면 족하다고 했다. 사실 윤리적인 일은 금방 눈에 띈다. 모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너나 잘하세요.’ 라는 것이다.
마음으로 승복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플러스 알파의 효과는 나올 수 없다. 물론 단기적으로 어떤 강압이나 두려움으로 100%의 효과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절대로 지속적으로 달성될 수는 없다. 결국은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은 맑은 소리를 내는 트럼펫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리더가 일을 의욕적으로 하려다보면, 말과 행동에서 본의 아니게 조직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때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매출목표를 달성해라, 변명은 안 듣겠다. 12월 15일에 조직원들을 모아놓고 사장님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겠는가? 결국은 그 부분에 관하여 거짓말하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 다음 직원이나 부서원에 대한 지나친 경쟁이나 방조의 경우다. ‘우리 부서가 이렇게 처질 이유가 있느냐?’, ‘기업이나 정부가 혁신건수가 유행이니 혁신건수만 보겠다’ 라고 말한다면, 승진하는 자리가 두 개인데 후보자가 열 명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경우에는 자기가 하는 본업은 제쳐놓고 형식적인 혁신건수만 찾아서 일하게 된다. 일의 본질이 호도되어 버리는 것이다.
조직에 깨진 유리창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조직 밖에서는 끊임없이 냉소적으로 유리창을 깨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요즘의 직장들이 옛날처럼 강건하지를 못하다. 그래서 밖에서 열 번 정도 찍으면 다 넘어간다고 본다. 특히 고객과 접점에 있거나 거래 접점에 있는 분들이 그렇다. 나는 여기서 보따리장사라는 표현을 쓴다. 기업의 경우 보따리장사 주인은 어떤 핵심 영향이 없이 연고에 따라 사업을 하는 분을 지칭한다. 사실 이런 분들은 역량이 없으니까 자기가 상대하는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되는 것이다. 결국 시스템이나 의식 전환 등 리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경비 등 비용지출을 가끔 확인해야 한다. 리더가 관련기업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소문나면 좋겠지만, 경비라는 것이 조직에서는 푼돈에 해당한다. 사실 대한민국의 리더들은 경비에 대해서 통이 크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히려 조직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리더가 경비에서 쫀쫀하다고 소문이 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업무 추진비, 소모성 경비, 소액 자재비, 출장비의 비용을 모든 임원이나 직원에게서 확인하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전체의 경비 통계표나 갑자기 비용이 상승된 요인에 관심이 있다는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해관계자가 관련된 비용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내버려두면 이해관계자가 넘어갈 수 있다.
윤리 리스크가 발생하면 정직이 최선이다. 어느 조직이나 어떤 리더나 일생을 살다보면 윤리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100% 예방은 절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경험적으로는 2차, 3차의 윤리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직이 최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나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 디지털 시대에서는 아무리 꾸미고 숨겨도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