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지배 괴리도, 기업규제의 척도인가

2003-10-16 | 기업정책팀 양세영

소유/지배 괴리도, 기업규제의 척도인가
-지배구조의 논의 동향과 시사점-

정부는 외환위기이후 도입한 지배구조 관련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고 대주주의 소유와 지배의 괴리도가 높다는 이유로 지배구조와 투명성 관련제도를 보완하고 출자총액규제도 존속시킨다는 입장이다. 소유와 의결의 괴리도가 높으므로 지배구조가 낙후되고, 지배구조가 후진적이므로 대리인비용이 발생하여 회사재산이 사외로 유출되고 경영성과도 낮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소유와 의결권의 괴리도가 높다는 것은 지배구조에 나쁜 영향을 주고, 대리인비용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지, 그러한 현실이 나타난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지배구조는 그나라의 문화와 권리구제관행 등에 따라 크게 다를 수 밖에 없으며, '국제기준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 없다'(one size does not fit all)는 것이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나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인식이다. 실제로 일본 재무성은 2003 년 6 월 영미식 지배구조는 경영성과에 기여하지 않으며, 자국의 기업상황에 맞게 재편되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유럽의 여러나라들도 의결권 차등 주식을 발행하여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등 영미식 기준과 다른 지배구조가 보편화되어 있다.

또한 지배구조와 기업성과와의 관계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 최근 미국의 Anderson, Reeb이 S&P500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2003.6, The Journal of Finance)에 따르면 전체기업의 1/3정도가 소유경영 기업이며, 이들 기업이 전문경영인,사외이사에 의한 경영보다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2년에서 2003년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지원센타에 의해 최우수 지배구조기업으로 연속 선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 前後의 시장가치(주가)를 조사한 결과, 동기간 중 11.1%(가중평균)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오히려 시장전체 평균(1.4% 하락) 보다 시장에서의 반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 현실과 괴리된 영미식 지배구조를 척도로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기업 규제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시도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의결권 괴리도 (또는 의결권 승수) 개념은 소유지배구조의 현상을 보여주는 자료이므로 이를 적용하여 출자총액 규제의 존속이나 새로운 규제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기업 활동을 규제하기 보다는 동 내용을 공시하여 주주와 채권자가 기업을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하 원문 참조

문의 : 기업정책팀 양세영 차장 (377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