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 1호_윤리경영추진정책의 문제점과 과제

2007-03-29 | 윤리경영팀 김현수

윤리경영추진정책의 문제점과 과제

양 만 식(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1. 윤리경영, 기업생존의 길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기업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전략(이념)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있다고 배워 왔다. 물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사회가 기업을 보는 가치관은<기업가치의 향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추구>로 변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매일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점으로 기본적인 이념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과 사회(이해관계인)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 곳곳에서 일상용어처럼 말해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앞으로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중요한 관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윤리경영체제를 확립하는 것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기업의 핵심(core)이 되는 가치관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며, 기업의 사명/이념을 사원이나 이해관계자(stakeholder)에게 확실하게 호소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더불어,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확립/강화도 중요하다. 기업지배구조론에 대해서는 일찍이 미국에서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서, 일본에서도 버블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이래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나름대로 그 구조의 틀을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IMF경제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논의되기 시작하였던 만큼, 아직은 그에 관한 확실한 정립이 이루질 정도의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이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시스템에 관한 논의이며, <규율이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것이다. 또한 구조개혁과 의식개혁 또한 중요한 요소인데,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한 경영전략을 진행시킨다>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이러한 3가지 요소가 앞으로 기업의 성장과 생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2. 이론적 문제점

설명하였듯이, 최근 빈번하게 말해지고 있는 여러 개념, 즉 기업지배구조,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3가지에 관해서는 기업도 대략적으로 인식은 하고 있지만, 이해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으로서는, (3가지의 개념에 대한 파악이 상사법과 형사법의 영역에서 다를 것이라는 점은 별도로 하고) 기업의 형사책임을 생각함에 있어서 이들 3가지에 어떠한 기능을 부여할 것인가(예컨대 기업의 위법성이나 책임조각사유로서 이해할 것은 어느 것인가 등)가 이론적으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도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윤리경영정책 및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서는 <뇌물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부당하게 하청업자를 곤경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이러한 것들은 기업이 해서는 안 되는 적절하지 못한 행위이며, 그러한 행위를 함으로써 법령위반, 나아가서는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며 그 처벌이 문제로 될 사항이다. 따라서 형사법적으로는 물론이고 상사법적인 입장에서도 보더라도, 윤리경영정책이나 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이란 기업의 이러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 의한 범죄라고 볼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한 경우에도 당해 기업이 충분한 윤리경영정책이나 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을 책정하고, 그 실시를 도모하였다면, 당해 기업의 행위에 관해 그 책임 내지는 위법성조각을 문제 삼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그러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음으로써 당해 기업에서의 기업지배구조의 수준이 상승하고, 최종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수준이 높다고 평가될 것이다. 이렇게 윤리경영정책이나 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을 책정하여 실시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기업내부의 지배구조가 세련되어 가는 것이며, 그 당연한 결과로서 당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를 전제로 하면, 다음 문제로서 기업범죄와 관련되는 위법성 내지는 책임조각 및 경감사유인 윤리경영정책이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을 가지는 것으로서 이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 점에는 실체법, 소송법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있다.

첫째, 이러한 성질을 가진 윤리경영정책이나 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으로서, 어느 정도까지 상세한 행위유형이 규정되어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상세하게 기술된 행위유형이 있고, 기업이 그것을 인식하거나 또는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위법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기업자신의 고의, 과실을 인정하기 쉽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윤리경영정책?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의 내용으로 구성해야 할 사항을 누구의 책임으로 명문화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이것은 기업범죄로서의 위법 내지는 책임을 누가 확정할 것인가, 또는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이것을 기업에서만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업계가 단체적으로 결정할 것인가, 또는 판례가 많이 형성되기를 기다려야만 하는가. 이것은 관련 기업들 간의 부당한 담합행위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과 같이, 기업자체의 위법성인식이라는 문제와도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셋째, 윤리경영정책이나 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이 어느 정도로 자주 바뀌는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즉 이러한 정책이 대상으로 할 기업계의 상황이 항상 변화하고 있으므로, 프로그램으로서 요구되고 있는 사항도 그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작업을 누가 할 것이며, 그와 동시에 업그레이드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누가 점검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규모에서 발생하는 곤란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대?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영업이익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윤리경영정책이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유효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유효성을 가질 정도의 공통분모적인 윤리경영정책 등이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한편, 대기업에 있어서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즉 대기업간에 지주회사를 형성하거나 기업그룹을 만들 경우에는 한 그룹 내에 있는 어느 회사가 위법행위를 할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지주회사가 그 위법행위를 제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되는 것이 문제가 되기에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의도 부족한 형편이다.

3. 과 제

(1) 내부적 제도로서 윤리경영강령의 확립

무엇보다도 윤리경영을 위한 강령을 제정하는 것이 그 윤리경영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윤리경영강령을 수립함에 있어서는 경영최고책임자의 약속, 즉 최고경영자의 결의표명과 모든 종업원에 대한 약속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이 윤리경영을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첫발이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윤리경영을 위한 담당임원의 임명과 담당부서를 설치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담당임원이나 담당부서는 다른 임원이나 다른 업무를 겸임하는 것도 상관없겠지만, 일단은 그러한 임원?부서가 설치되고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단지 해당 부서가 기업전체에 윤리경영을 추진하는 역할을 확실히 담당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윤리경영 관련교육을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에 있다. 결국 이것은 담당부서가 윤리경영의 목적과 목표, 교육의 기본방침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러한 점에서, 그 교육은 계층별/직능별/임원연수 등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윤리경영의 강령을 처음에 교육/실시함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고 사회의 존재체로서 생활하고 있는 기업으로 남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함은 물론이고, 기업 내부의 정보망을 활용,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리경영이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적으로 계몽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2)윤리경영의 실천

기업이 지속되고 성장가능한 요인 중의 하나는 윤리경영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실천에는 물론 소극적인 실천, 적극적인 실천이 있으며, 이로써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부당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거나 관련 법령을 준수한다거나 하는 것 등은 가장 기본적인 소극적인 실천이고, 정당한 일을 하고자 하는 것 등은 적극적인 윤리경영에 대한 생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윤리경영을 소극적/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사회활동을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즉 사회적 공헌이란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소극적/적극적 실행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것이 기업이 사회적 존재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실천인 것이다. 따로 조직을 만들 필요도 없이 자신의 업무수행을 하면서 사회에 어떻게 자신들을 호소할 것인가, 어떻게 공동생활을 영위하며 존속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것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라면업계의 선두주자인 일본 N사의 윤리규정을 소개한다.

<N식품윤리규정은, N식품의 모든 임원 및 종업원(이하 <우리>라고 한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깊이 자각하고, 일상적인 업무수행에서 관계법령을 준수하고, 사회윤리에 적합한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 이를 정한다.>

기본이념으로는 다음과 같다.

① 우리는 食足世平(먹을 것이 풍부하면 세상은 평온하다)의 창업정신을 이어받아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식품>의 창조개발에 노력한다.

② 우리는 즉석라면산업을 만든 기업의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세상에서 필요하고 신뢰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③ 우리의 업무목적은 고객만족을 제일로 하고 사람들의 생활에 기쁨을 주는 제품을 제공하는데 있다.

④ 우리가 행할 모든 기업활동은 공정한 상관습에 따르며, 또한 투명하도록 노력한다.

⑤ 우리는 기업시민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고결한 윤리규정을 만들어 사회적 양식에 따라 행동한다.

이상의 5개조는 윤리경영이념의 표명으로 받아들여도 전혀 문제가 없이, 아주 이해하기 쉽고 확실하게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세한<행동규범>을 두고 있는데 몇 가지만을 들어보기로 한다.

① 주주, 고객, 거래처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공평/공정하고 투명한 관계를 유지한다.

②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고, 국적/민족/종교/성별/연령/사회적 신분/장애의 유무 등의 이유로 개인의 존엄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③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한 제품의 창조개발에 노력한다.

④ 제품은 소비자의 신체/재산을 손상하게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그 품질에서 기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성실?신속하게 대응하여 해결한다.

⑤ 업무상 너무나 영리를 추구한 나머지, 사회적 양식과 멀어진 판단?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

이상 N사의 윤리규정에서 본 바와 같이, 명확한 윤리규정을 두고 있는 기업이 앞으로는 더욱 많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그러한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주지한 바와 같이,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해서는 사회적 공동존재체로서의 기업이 현대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