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윤리 경영] `윤리 라운드` 새로운 국제이슈 등장
- 2007-03-07 | 윤리경영팀 김현수
'ISO26000'제정 윤리경영 검증 기준 활용 예정'기업 생존의 문제' 인식 확산… 국내도입 활발 전사적 윤리 헌장 도입 84%… 실행력은 낮아 @본문시작@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센테니얼 코퍼레이션(Centennial Corporation)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하겠지만 경영외적인 요소이면서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을 꼽으라면 투명윤리경영이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 이윤추구를 넘어서는 사회적 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왜 기업이 투명해야 하는가와, 왜 윤리경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기업의 기반이자 존재 이유가 소비자에게 있고, 그 소비자들에게 도덕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윤리경영이다. 기업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면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윤리경영은 당연한 명제로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는 기업의 목적인 이윤추구에도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영속성을 가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 윤리경영이다.
◇세계가 요구하는 기업의 윤리경영=국제표준화기구(ISO)는 내년 10월까지 윤리경영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침인 `ISO26000'을 제정해 윤리경영 상태를 검증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예정이어서 이제 기업들은 윤리 라운드(Ethic Round)에 직면해 있다.
기업경영에 경쟁, 환경, 노동 라운드에 이어 `윤리 라운드'가 새로운 국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윤리 라운드의 구체적인 목표는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원가를 절감시켜 제조한 제품의 국제간 거래는 `불공정거래'로 인식하고, 기업윤리강령이 있고 윤리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만 국제거래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가 지난 1998년 캄보디아와 파키스탄의 아동 노동력을 이용해 생산활동에 나서 전세계적인 지탄과 함께 기업실적 악화로 이어진 적이 있다. 나이키의 생산활동이 비윤리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나이키는 이후 윤리경영을 강화해 미국ㆍ유럽에서 선도적인 윤리경영 기업으로 탈바꿈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윤리경영팀 김현수 선임조사역은 "윤리경영은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기업 내부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ISO26000이나 UN의 글로벌 콤팩트 등이 논의되면서 윤리경영은 기업의 주요 경영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윤리 경영인가=윤리경영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의 최대 에너지기업 중 하나인 엔론과 2대 통신회사인 월드컴의 분식회계 사건과, 수입산 쇠고기를 일본산으로 속여 판 니혼햄 사건 등으로 윤리경영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윤리경영은 법적인 책임의 준수는 물론,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적 기대를 기업의 의사결정 및 행동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기업은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의 비윤리적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경영활동조차도 국민정서와 충돌할 경우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가하면, 인터넷의 확산과 PL법 발효, 주주대표 소송 등으로 인해 이해 관계자들의 영향력이 커져 소송에 휘말릴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윤리경영이 필수적이다.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 납품비리, 노동착취, 불합리한 지배구조, 소비자 기만행위 등이 반윤리 경영의 표본으로 삼고 국제 사회는 이같은 행위를 하는 기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같은 윤리경영이 기업 생존이 주요 요소라는 국제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윤리경영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도 이제 윤리경영 시대=우리나라 윤리경영의 현실은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기업과 정부 산하 기관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후 기업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석탄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농협, 한국전력공사 등이 체계적인 윤리경영에 나선 데 이어 민간기업으로 확산됐다.
LG그룹은 사이버 신문고제도를 통해 임직원이 업무를 불공정하게 처리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등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으며,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을 경우 신고서를 작성하고 받은 금품을 윤리사무국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거래업체로부터 선물 등 금품은 일단 거절하도록 하고 부득이하게 되돌려 줄 수 없을 때는 부서장에게 보고를 해, 해당 거래업체에 회사의 방침을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선물신고센터에 신고한 뒤 반납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임직원의 금품수수 행위를 신고하면 신고금액의 10배를 신고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등 신고자포상금제도까지 운영하는 등 윤리경영을 확산시키고 있다.
◇시스템은 선진, 실행력은 아직=지난해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전사적 윤리경영 헌장을 도입한 기업은 조사대상 500대 기업 중 84.1%에 달했지만, 윤리경영을 추진하는 전담부서를 설치 운영하는 기업은 39.6%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윤리경영 업무를 같이 맡아하는 겸임부서를 둔 기업은 53.1%로 윤리헌장 도입에는 적극적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데는 다소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정운용 연구위원은 "윤리 헌장 등 시스템은 잘 돼 있지만 실천력이 부족하다"며 "Help Line과 같은 기업의 효율적인 내부고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윤리경영 도입을 4단계(도입, 제도화, 정착/체계화, 명성유지 단계)로 볼 때 포스코나 신세계 등 윤리경영 선도기업들은 3.5단계 정도에 이르렀지만 나머지 상당수의 기업은 2.5단계 수준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윤리경영팀 김 선임조사역은 "신세계 등 윤리경영을 앞서 진행한 기업들의 시스템과 윤리경영확산 기업 등은 유럽 기업들이 오히려 벤치마킹할 정도로 앞서 있다"며 "다만 실행에 있어서는 윤리경영에 적극 나서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에 편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기업이 100년 이상의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경쟁력과 함께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윤리경영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동희기자 hunter@<출처>디지털타임즈 2007.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