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亞기업들 ‘사회적 책임’ 눈 돌릴 때
- 2007-02-22 | 윤리경영팀 김현수
“이윤을 많이 내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 좋은 기업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환경·노동·인권 부문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이다. 아시아의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미 하버드 대학에서 지난 10~11일 열린 ‘2007 하버드 아시아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각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이 유럽·미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p_start_1미국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11일 열린 ‘2007 아시아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도요타 나카가와 가쓰히로 부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보스턴/김정선기자 cap_end_1
보스턴 대학 필립 미르비스 박사는 “세계화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와 2001년 엔론 회계부정 사건 이후 경제분야에서 ‘사회적’ 요소의 중요성이 커지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도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소날 샤 부사장은 “직접 소비자와 접촉하지 않는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의 총체적 이익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해 소비재 업체들만 관심을 기울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투자은행들도 자선재단을 설립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수익확대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민감하다. 전문 조사기관들은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 순위를 매겨 공표하고 있다. 이 순위는 호감도가 낮은 기업들이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더욱 투명한 경영과 사회공헌에 힘쓰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기업들이 ‘반기업정서’를 탓하며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것과 대조적인 것으로 지적된다. 기업 호감도 및 인식도 조사를 각각 실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영인연합회는 ‘낮은 기업 호감도=높은 반기업정서’라는 등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이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라 되레 방해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사회적 책임의 성공사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요타는 친환경자동차를 내놓아 매출도 늘리고 기업 이미지도 높였다. SK텔레콤이 도시락 공장을 세워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이 만든 도시락을 결식 이웃에게 무료 급식으로 제공하는 자활지원 활동도 모범사례로 꼽혔다. SK텔레콤 김도영 사회공헌팀장은 “도시락 사업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저소득·소외 계층의 자활을 도와 근본적으로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은 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영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스턴|김정선기자 kjs043@kyunghyang.com <출처>경향신문 : 2007.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