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펀드 쑥쑥 큰다
- 2006-11-15 | 윤리경영팀 김현수
-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에 집중투자‘SRI 펀드’
돈도 악착같이 벌어…3개월도 안됐는데 수익률 12% 넘어‘착한 펀드’가 환영받고 있다.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사회책임투자) 펀드 얘기다. SRI펀드란 투자를 하는 데 기업 수익뿐 아니라 인권·환경·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착하기만 한 순둥이가 아니냐고? 아니다. 그래도 돈은 악착같이 번다. SRI펀드가 활성화된 미국 등에서는 수익률이 일반 펀드보다 높다. 우리나라도 최근 출시된 SRI펀드들의 수익률이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뒤지지 않는다.
◆착한 줄만 알았는데…돈도 잘 버네
대우증권은 지난 1일 ‘마스터랩 SRI 좋은세상 만들기’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사회공헌과 기업윤리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정책연구원이 투자대상 기업 선정작업에 직접 참여한다. 가입대상 및 투자금액에는 제한이 없다. 대신증권도 지난달 31일 ‘행복나눔 SRI펀드’를 출시했다. 신탁자산의 7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1500억원 규모의 SRI펀드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미 출시돼 운영 중인 펀드들은 수익률도 탁월하다. 지난 8월 16일 출시돼 78억원의 돈을 모은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알리안츠(Allianz) GI 기업가치 향상 장기주식투자신탁’은 출시 3개월도 안 돼 수익률이 12%를 넘어섰다. 국내 성장형 펀드 중 최고 수준이다. 이 펀드는 의결권 등 주주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지배구조를 건전하게 개선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3개월간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9일 기준)은 4.87%였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SH투신운용의 ‘SH 탑스 아름다운 SRI주식펀드’ 수익률은 13.04%에 이른다. 탁월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빠지는 수익률은 아니다.
◆아직은 도입단계…우량주 위주로 투자
국내 SRI펀드는 이제 도입기여서 투자대상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흠이다. 사실 일반 대형주 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부분의 SRI펀드가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신한지주, SK텔레콤, GS건설 등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RI시장이 성장하면 이 같은 종목 편중현상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보증권은 “미국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종목들이 SRI펀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와 의약품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2% 미만이지만 SRI펀드 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착한 기업’이 실적도 좋아
미국 다우존스와 스위스의 자산관리회사인 SAM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다우존스지속가능성지수(DJSI)’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반영한 주가지수다. 이 지수도 기업의 재무성과뿐 아니라 사회, 환경, 인권관련 가치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덱스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10년간 DJSI 수익률은 196%로, 모건스탠리 인덱스의 145%를 훨씬 초과해, 사회적 기업의 주가가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미국의 경우 사회적 책임에 주력하는 100대 기업의 매출이 일반 기업보다 평균 30~40% 이상 높게 나타난다”며 “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생존 가능성도 높고 수익성도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출처: 조선일보 인터넷판 2006.11.15
